서울 밖 한적한 산, 남양주 예봉산(2011.6.4)
한동안 산행을 할 수 없었다.
산을 찾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산에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시골 고향집을 종종 찾아간다거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잠깐 접하며 지내왔다. 그동안의 삶을 정리해 보면, 사랑, 결혼, 아빠, 천사, 이별, 온 세상과 자연 속의 더 많은 천사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냥 산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니라, 높은 봉우리에 올라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현충일 3일 연휴 중 하루를 잡아 경기도 남양주의 예봉산으로 떠난다. 정상에서 시원한 한강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가는중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3~4년전 함께 풍력발전기를 개발한다고 고생했던 JM씨를 덕소역에서 만난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덕소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인 갑산 아래에 내린다. 작은 고개를 넘어 적갑산 아래 새재 고개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산 아래에는 6월의 화창한 휴일을 맞아 자연으로 숨 쉬러 온 사람들이 많다. 한 무리의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는데, 토요일에 단체로 산을 오로는 학생들은 처음 본다. 산이 좋긴 하지만 어른들이 주로 다니니까 흔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JM씨와 나는 학생들을 먼저 보내고 마지막 국숫집에 들러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를 한 그릇씩 먹는다. 국숫집을 지나면서는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비포장 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새재 고개를 넘어 진중리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임도인데 양옆으로 낙엽송과 나무들이 우거져서 햇볕을 피하며 산책하듯 새재 고개까지 오를 수 있다.
4월 중순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이후 두 달이 체 안되어 스스로 우거진 숲을 보니 나무들이 멋져 보인다. 햇빛 활용에 딱 맞게 진화되어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다가는 우주의 일부가되는 나무들이다.
운길산과 예봉산 방향이 갈림길이 있는 새재 고개에서 우리는 예봉산 방향이다. 적갑산 갈림길 샘터에 도착하니 우리와 함께 출발했던 학생들이 쉬고 있다. 초반에 뛰다시피 빠르게 오르는 것을 보고 지칠까 걱정 했지만 에너지가 넘쳐나는 학생들은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다. 왁자지껄 떠들며 쉬고 있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적갑산 방향으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임도 대신 완전한 등산로를 걷게 되지만, 산행길은 대체로 평이하고 푸근하다. 우거진 숲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검은등 뻐꾸기, 꾀꼬리와 높고 청아한 산새 소리가 좋다.
산새 노래와 나뭇잎이 대신 전하는 바람 소리는 6월 산행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차르륵...호호하하...차르르륵...휘휘잇~
늦여름 초록 숲의 소리와 분위기는 작년 이맘 때 아내와 함께 걷던 포천 백운산의 기억을 살아나게 한다. 지금은 나의 반려자, 옆지기가 된 나비와 함께 했던 그날의 추억에 가슴이 아린다.
적갑산가는 능선 양쪽으로 각각 한강과 운길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간간히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한강과 건너편의 하남시와 미사리 경기장 등이 보인다.
예전에는 팔당 협곡을 지나고 미사리 조정경기장까지 백사장과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을 것이다. 이젠 한강 둑이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강의 본래 모습은 나 처럼 생각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만 흐르고 있다.
적갑산 정상 옆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에서 바람을 안주삼아 동동주를 마시고, 예봉산을 향해 출발한다. 시원한 바람과 짙은 녹음과 조망, 자연의 향기와 자연의 소리에 온통 좋은 기분에 감싸져서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다.
어렵지 않게 도착한 예봉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연무가 끼였지만 운길산 정상, 한강 맞은편의 검단산, 양수리와 북한강이 조망되고, 희미하게 서울의 용마산, 불암산, 수락산 봉우리가 조망된다. 오후 4시를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정상에는 사람이 많지 않고, 근처의 검은등 뻐꾸기 소리가 더 크고 구슬프게 다가온다.
이제는 산을 내려갈 시간이다. 팔당역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 대신 벚나무 쉼터를 거쳐 내려가는 길로 향한다. 벚나무 쉼터의 통나무 의자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었다 가게 된다. 다시 발걸음을 예빈산 방향으로 옮기다가 팔당역 방향으로 내려선다. 몇 년 전 큰비에 심하게 파인 흔적이 남은 계곡에는 물이 졸졸 흐르는 정도지만 잠시 손발을 씻고, 더위를 씻는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계곡을 벗어나면 바로 팔당역 위쪽 마을이 나오는데, 펜션인지 전원주택인지, 건물 공사하는 곳이 눈에 띈다. 서울 근교 산자락은 이제 어딜 가든 펜션 혹은 고급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돈을 벌어도 결국은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은 좋지만, 함께 누릴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을을 지나 팔당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덕소역 근처에서 JM씨와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적갑산-예봉산 (경기도 남양주)
날 짜 : 2011년 6월 5일
날 씨 : 맑음
일 행 : 맑은물, JM
코 스 : 덕소역 --> 마을버스 갑산 종점 --> 적갑산입구 --> 새재고개 --> 샘터 --> 적갑산 --> 예봉산 --> 벚나무 쉼터 --> 팔당역 --> 덕소역
시 간 : 4시간 50분 (14:30 ~ 17:20)
교 통 : 수도권 전철 이용
[포토 산행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