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국립공원

크리스마스 아침의 붉은 일출, 북한산 형제봉 (2020.12.25)

거꾸로 흐르는 맑은물 2020. 12. 25. 10:51

밤새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간 크리스마스 아침에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요즘 아침 운동을 하고 있어, 형제봉 능선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올 계획이다.

아침 7시, 어둠이 서서히 증발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정릉 탐방 지구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어둑어둑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선명하게 보인다. 10분 만에 오른 첫 번째 전망대 포토존이다. 보현봉, 성덕봉, 칼바위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능선과 청수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 하늘과 산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주황색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지평선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나뭇가지에 반쯤 가려진 먼산의 능선이 자연스럽다.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형제봉 능선을 따라 더 오르기로 한다. 바로 앞에 가던 등산객을 앞지르니, 앞쪽으로 계속 사람이 없다. 정릉동이 내려다 보이는 두 번째 전망대를 지나고 신성천-영불사 사거리를 지나 계속 위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숲에는 새소리조차 없지만, 왼쪽 서울 도심 소음은 일찍 깨어나 웅웅 거린다.
 
이후, 10여분 이어지는 계단길은 형제봉 오르는 길에서 나름 힘든 구간인데, 요즘 운동 덕분에 쉬지도 않고 한 번에 올라 바위 전망대에 오른다. 정릉과 성북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오는 이른 시간에 동네를 내려다보니 뿌듯함, 상쾌한 기분이 느껴진다.

서두르면 운 좋게 형제봉에서 일출을 맞이할 것 같다. 해가 솟아 나올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여 빠른 걸음으로 형제봉 정상으로 향한다. 마지막 바윗길 구간을 올라 형제봉에 오르니 시간에 딱 맞춰 저 멀고 먼 동쪽 산 능선 어딘가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서울 산에서 처음 맞이하는 일출인데, 지금 이 순간 세상에는 나 자신과 산과 붉은 태양만 존재하는 것 같다. 온 우주의 기운을 다 받을 수는 없지만, 아침 태양의 기운을 받고 마음의 번뇌를 증발시킨다. 
 
다른 일출 풍경을 보기 위해 제2형제봉으로 이동한다. 아침 기운이 백악산, 인왕산, 안산을 감싸거나 흘러가고, 멀리 남쪽으로는 남산과 청계산, 관악산이 고요하게 서있다. 인천 계양산을 찾아보고, 동쪽의 수락산, 불암산도 찾아본다. 모두 서울 산 답지 않게 아침 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붉어진 보현봉은 두 형제를 보살피는 엄마, 아빠 같다

정상에 더 머물고 싶지만, 형제봉도 452미터의 산 봉우리라 겨울바람이 차갑다. 제2형제봉을 내려와 1형제봉 우회로를 지나 올라왔던 길로 내려간다.
아침 산행하는 사람들을 몇몇 지나치고 정릉탐방안내소로 내려와 예정에도 없던 형제봉 해맞이 산행을 끝낸다.


산행지: 북한산 형제봉 (452m, 서울 성북, 종로구)
날짜: 2020년 12월 25일
날씨: 맑음
코스 : 정릉탐방안내소 - 둘레길(명상의 길) - 형제봉 정상(1봉, 2봉) - 정릉 탐방안내소
시간: 2시간 (07:00 ~ 09:00)
일행: 단독산행
교통: 도보


[북한산 형제봉 해맞이 산행 사진]

[크리스마스 아침 7시 15분]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북한산 형제봉 능선에서 본 동트기 전 아침]
[가장 뒤,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천마산, 백봉산, 운길산, 예봉산, 검단산, 남한산성]
[조금 당겨 보았다. 가운데 가장 뒤쪽 산은 용문산 같다, 그 오른쪽 옆으로 운길산-예봉산, 검단산, 앞으로는 망우-용마-아차산]
[가운데 가장 뒤, 용문산이 확실한 듯하고, 자세히 보면 뾰족한 양평 백운봉이 보인다]
[해가 점점 다가 온다, 왼쪽 불암산, 가운데 멀리 용문산]
[가슴 벅찬, 크리스마스 일출]
[아침 햇살 받은 보현봉]
[2020년 크리스마스 형제봉의 일출]
[형제봉에서 바라본 일출]
[2020년 크리스마스 일출, 까마귀 날다]
[동지가 갓 지나서 일출 방향은 동남동 방향, 검단산 방향이다]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하는 뒤쪽 수락산과 불암산이 보인다]
[아침을 맞이하는 서울, 가운데 남산, 왼쪽 멀리 청계산, 오른쪽 멀리 관악산]
[가운데 백악산-인왕산-안산이 이어진다]
[서쪽으로 비봉능선의 족두리봉과 비봉이 보인다]
[형제봉 제2봉 정상이다]
[크리스마스 평창동의 아침]
[하산길에 본 보현봉과 북한산성 능선, 겨울산은 솔직한 느낌이다]
[오전 8시 20분, 해가 꽤 높이 떠 올랐다. 서울은 이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