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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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산길과 으스스한 산길을 경험한 태백산(2023.5.30)
준비 없는 산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영월 고향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산행을 위해 나올 때까지 어느 산을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철쭉이 피어 있을 소백산 연화봉? 혼자 운전할 수 있는 날 아니면 가기 힘든 치악산 남대봉? 횡성 사자산? 갈팡질팡하다 철쭉 계절에 어울리고 길을 아는 산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태백산으로 향했다. 결국 준비 없는 산행을 했다는 변명이다.38번 국도 석항 IC를 빠져나와 영월 산솔면에서 옥동천 옆 88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1000미터급 산이 이어지고 아래로는 구슬 같은 옥동천이 흐르는 김삿갓면과 상동읍 풍광은 언제 봐도 좋다. 구불구불한 화방재를 넘어 1km쯤 더 가서 유일사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준비물이 부족하여 화방재 휴게소로 뒤돌아 갔다 오니 2시 50분이다...
2023.06.03 -
상상속 두려움을 이겨낸 태백산 산행기(2002년7월1일)
한일월드컵 4강 진출 기념 임시휴일에 홀로 태백산 산행을 떠난다. 새벽 3시, 태백역에 도착하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역 전 편의점에서 커다란 가정용 손전등 사고, 택시를 타고 유일사 입구 매표소로 갔다. 나를 내려놓은 택시가 떠나자 유일사 입구 매표소는 정적만이 흐른다. 같은 기차를 타고 태백역에 내린 등산객들은 먼저 오른 것인지, 다른 길을 택한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겨울에 한 번 오른 길이긴 하지만, 새벽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태백산을 혼자 오르려니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다른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뭐해서 혼자 산행하기로 결정한다. 비를 피하기 위해 방수겉옷을 입고, 손전등을 켜고 천제단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매표소를 지나 10여분을 올라가니, 마지막 민..
2002.11.01 -
아름다운 동화속 설경 같은 겨울 태백산 (2002.2.3)
유일사 입구 민박집에서 잠깐 눈을 붙인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산행 준비로 분주합니다. 개인장비도 챙기고, 간식으로 먹을 주먹밥도 만들고, 보온병은 뜨거운 물로 가득 채웁니다. 이번 태백산 산행이 첫겨울산행인 사람들이 절반이 넘기 때문에, 이것저것 걱정되기도 했지만, 빨리 오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짐을 챙겨 민박집을 나섰습니다. 태백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매표소에서부터 벌써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모두들 준비한 아이젠을 차고, 다시 한번 옷과 등산화를 점검하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매표소에서 유일사로 갈라지는 곳까지는 임도라서 미끄러운 것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눈꽃이 만든 설경은 점점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한 시간여를 지나 우리는 ..
200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