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82 [10월 산삶] 산보다 삶이다 전화기 톡 알람이 뜬다.스크린을 쓸어내려보니, 옛 산행모임 더불어한길 단톡방에 'S의 어머니가 소천하셨다'는 궂은 소식이 올라와 있다.S와 마지막 만남은 17년 전 S의 결혼식장이었다.많은 시간이 흘러 세월이 되었다. 시계를 바꿨어도 여러 번 바꿨을 긴 시간이다. S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동시에 오후에 예정된 일정이 떠오른다. 직장이나 매장에 얽매여 일을 하면 제한된 시간의 경로를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지만, 시간 자유도가 높으니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노트북을 열고 이메일을 확인하면서도 머릿속 백그라운드 회로에서는 조문생각이 돌아가고 있다.설악산을 가장 좋아하지만 마지막으로 오른 건 16년 전이다. 이번 주에 무리해서라도 마지막 설악산 단풍을 보러 가려고 했다. 몇 년 동안.. 2026. 10. 31. 은빛 억새와 산그리메 돌리네, 산행을 즐기는 사람의 조화. 정선 민둥산 (2026.10.17) 요즘 뜨거운 정선 민둥산을 계획 없이 찾게 되었다. 금요일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대기 시간이 길어져 영월읍 거리를 걸었다. 주위로 발산, 봉래산, 계족산, 태화산이 보이니 산에 가고 싶어졌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주변의 가까운 산을 찾아본다. 백덕산, 구봉대산, 계족산, 잣봉, 검각산... 마대산에 갈까? 김삿갓문화제와 겹쳐서 포기. 길을 알으니 헤매지 않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정선 민둥산을 선택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영월 집을 나서 45분만에 증산에 도착한다. 아침 8시인데 증산초등학교 앞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민둥산 교차로 남서쪽 공영주차장으로 차를 돌린다. 민둥산 억새축제 기간이라 주차장은 행사장과 차량으로 채워져 있지만, 수백 대 주차가 가능한 만큼 공간이 여유롭다. .. 2026. 10. 20. 1992년 노래 <32℃ 여름>이 2020년대 발표되었다면? 땁띠리 다립 밥바이야따바리두 디다비 밥바 땁띠리 다립... 요즘은 통통한 아저씨가 된 뮤지션 김현철이 1992년 발표한 2집 앨범에 수록된 의 경쾌한 도입부다. 32℃가 들어가는 제목, 여름에 어울리는 보사노바 리듬이라 종종 들으며 흥얼거리곤 한다. 가사를 들어보면 여름 낮잠에서 깨어나 문득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청춘의 아픔이 경쾌한 리듬과 대비를 이룬다. 경직됐던 사회가 민주화 운동 덕분에 끝나고 자유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던 9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노래에 녹아 있다. 그 시절 청춘의 천국과 지옥은 거대한 사회담론보다 개인적인것에 있었다. 이별이 아니어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불안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밖을 봤네 답답한 거리 밖을 봤어술렁거리는 사람들 밖을 봤지" .. 2026. 10. 10. 강화도, 임진강과 한강, 북한 뷰가 좋은 김포 문수산 (2026.10.5) 개천절에 자주 산에 가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가족이 우선이다. 개천절 3일 연휴에 아내와 아이는 뭘 할 건지 확인하고 나서야 산행을 결심한다. 가족이 먼저냐? 내가 먼저냐? 충돌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정을 맞춰나가는 과정이다. 산에 가기로 한 연휴 세째날 또다시 문턱증후군이 찾아 왔다. 산에 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 북한산이 가까워서 좋지만 너무 자주 갔다. 서울을 벗어나 크고 높은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연휴에는 산 보다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다. 먼 산은 먼 산대로, 가까운 산은 가까운 대로 핑곗거리를 찾아 힘든 산행을 회피한다."아빠, 산에 안가? 아빠 꼭 내보내고 싶어"이상하다. 아이 말은 거절할 수가 없다. 산행 정보를 찾아보니 김포 문.. 2026. 10. 8. (짧은 글) 여름 안부 / 시골밥상 #여름 안부 (2026.8.27) 요즘 여름은 너무 뜨거워 낭만마저 증발되었다. 안부를 묻는다는것은 '잘 지냈냐'가 아니라 '잘 지냈는지, 잘 지내지 못했는지' 묻는 것이니, '더운 여름에 못 지내느라 고생하셨다'는 의미의 여름안부가 말이 되는 세상이다.글쓰기 워크숍 건너 테이블 사람들 '고인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누구에게 안부를 물을까 고민 중에 1년 전 여름에 안부를 여쭤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아버지가 떠오른다. 이 더위에 잘 지내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나의 안부를 궁금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회사는 잘 되냐?'는 질문에 '네, 잘 돼요'라며 무뚝뚝하게 답하곤 했다. 회사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며 작은 회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 2026. 10. 2. [9월 산삶] 소파에서 보는 등산 예능.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대?' 요즘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로 드라마와 예능을 보아야 대화가 통한다.나는 콘텐츠든 취미든 정치(인)이든 뜨거운 열광이 있는 곳은 피하고 싶다. 오징어게임, 참교육은 보지 않았고, 흑백요리사는 중간중간에 보긴 했다. 정치가 우리 삶의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특정 정치인, 정당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피하게 된다.'뭘 그렇게 진지하냐?'는 타인의 비판이 들리는 것 같다. 진지한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 재미를 찾자는 방향이다. 한편으로는 함께 어울리고 호흡하며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등산은 그럴 수 있는 활동 가운데 하나다. 우연히 넷플릭스 예능 '대체 등산은 왜 하는 건대?'를 보게 되었다.예능에 대한 기대 없음. 출연진에 대한 기대 없음. 다만, 등산 영상에 대한 약간.. 2026. 9. 24. 아재들은 북한산 등산하며 무슨 얘기를 나눌까? (2026.9.19) 톡이 왔다.'토요일에 시간 되냐? 전엔 니가 우리 동네 산에 왔으니 이번엔 내가 니네 동네 산에 갈까 했는데''고민 좀 해 보고'하필 토요일은 2026년 기후정의행진이 있는 날이다. 몇년 전 아내, 아이와 함께 참석한 적 있지만, 올해는 같이 갈 사람이 없다. 혼자 행진하며 구호 외치면 좀 뻘쯤할것 같은데, 혼자 산에 가는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다음 날 친구에게 답변을 준다.'산에 가자'대체 등산은 왜 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번에는 명확하다. '유붕자원방래 불역호야' 친구가 멀리서 산에가자고 찾아오는데, 이 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토요일 오후 2시 30분,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친구가 손을 흔든다. "야, 이 동네 경치 좋네"종로에 비가 올때 우리 동네에 눈이 내릴 때. 신록이 산을 타고 .. 2026. 9. 22. 명불허전, 암릉과 계곡이 어우러진 수락산 도정봉 (2026.8.30) 산에 다녀오면 한동안 산이 그립다.몸이 힘들 때 느껴지는 자학적(?) 만족감, 조망, 산 바람, 산새 소리, 계곡 물소리... 대단한 즐거움은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산에 자주 가고 싶다. 한동안 상승하던 산행 열망은 보름이 지나며 하강하여 일상의 편안함에 안착한다. 현관문을 넘지 못하여 산행을 하지 못하는 증세를 일컫는 '문턱 증후군'의 뿌리는 일상의 안락함이다.8월 초 치악산 남대봉에 다녀온 뒤 한번 더 여름 산에 가기 위해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린다. 각종 이유로 시간이 맞는 사람이 없다. 혼자 갈 수 있는, 험하지 않은, 가깝지만 가보지 않은 산이 어디가 있을까? 언젠가 보고 지나쳤던 수락산 북쪽 봉우리가 떠오른다. 수락산의 한 봉우리라고 불러도 되는 도정봉이다. 107.. 2026. 8. 31. [8월 산삶] 여름 산행을 가장 좋아한다고요? 누군가 내게 '어느 계절 산행이 가장 좋아요?'라고 묻는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꽃, 신록, 녹음, 단풍, 낙엽, 설경. 계절마다 각기 최고의 모습을 가진 산.뭘 고르지?답변을 고민하는 사이"꼭 한 계절을 골라야 합니다"답변을 재촉한다면. "여름 산행"다른 계절 산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 계절을 고르라는 조건 때문에 '여름산행'을 고른다.무더운 여름에 '산행은 대체 왜 하는 거냐?'는 질문자의 일그러진 표정이 상상된다. 만일 '어느 계절 산행을 추천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면.나는 봄꽃 산행, 신록산행, 낙엽 산행을 추천했을 것이다. 자연이 아름답고, 몸 움직이기 좋은 날씨에 꽃 향기와 낙엽 향을 맡으며 오르는 산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봄과 가을에는 산행 한번 안 하면 손해다. 이 계절 산에서.. 2026. 8. 30. 이전 1 2 3 4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