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행(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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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어가 봐야 산의 깊이를 안다. 서울 백악산 (2024.11.17)
일요일 오후에 집에 혼자 있다가 광화문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걸어서 광화문까지다. 정릉에서 광화문까지. 스스로 생각해도 그럴싸한것 같다. 큰 산에 대한 욕심만 키우다 가을이 다 지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산책 같은 산행, 혹은 산행 같은 산책을 하기로 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에 올라서니 북한산에 올랐던 사람들이 많이 내려온다. 형제봉능선 동쪽사면이라 해가 일찍 져 4시도 되지 않았는데 그늘이 진다. 이 계절 이 시간에는 큰 산밑에 그늘이 빨리 지는게 당연하다. 이를 일반화하여 큰 산 아래는 그늘이 지니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과 맥락을 봐야 하는데, 요즘은 단편적 지식으로 세상을 판단 내리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이 많다.둘레길을 따라가기 보..
2024.11.22 -
평일 산행으로 더 아름다웠던 도봉산 (2024.10.23)
가을이 깊어질수록 큰 산에 가고 싶은 마음 점점 커진다. 11월 첫째주가 지나야 큰 산에 갈 수 되는데, 가을의 절정은 10월이다. 북한산 산책으로 가을 산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10여 년 전 진보정당 평당원이었던 조피디(형)와 연락이 닿았고, 함께 도봉산에 가게 되었다. 에스앤에스 친구로 서로 얘기는 주고받았으나, 막상 산행 날짜가 다가오니 반가움과 귀찮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졌다 한다.약속 하루 전 오후부터 비가 내렸으나 일기예보에 의하면 아침 일찍 갠다고 하여, 약속대로 산행을 하기로 하고 도봉산역으로 향한다. 집을 나오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오랜만에 만나는 상황은 핑계였고, 사실은 집을 나서기 싫은 귀찮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도봉산역 도착하여 전화를 주고 받으며 조피디형을 만났다..
2024.10.23 -
도심보다 먼저 찾아온 가을, 인왕산-백악산 (2024.10.17)
철인 3종을 즐기는 친구 KGB가 산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K는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산행 안내를 부탁했고, 나는 인왕산을 추천하고 목요일로 약속을 잡았다. 평일 아침이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경복궁역 서촌 출구 부근에서 K를 만난다. 1년여 만에 만난 K에게 오늘 여정을 알려준다.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창의문에서 짧은 산행을 끝내거나, 시간과 에너지가 남으면 백악산까지 돌기로 한다. 10월 중순이 되어도 여전히 기온이 높지만 아기자기한 도시 서촌은 빠르게 가을로 물들고 있다. 서촌을 걷다가 윤동주 시인 하숙집 터를 만난다. 안타깝고 반갑고 기쁘다. 경복궁역에서 10분 만에 도착한 수성동계곡은 가뭄에 바짝 말라있다. 진경산수화에 등장하는 기린교 상류 조그만 물웅덩이에는 물고기가 바글바글 한다. 어서 비..
2024.10.17 -
궁예의 비밀이 숨어 있는 영월 태화산 (2023.11.3)
영월에서 가까운 제천 금수산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 가까운 영월 태화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금수산은 해발 1012m, 태화산은 해발 1027m로 비슷한 높이다. 금수산 최단코스는 약 5시간, 태화산 최단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흥교 태화산농장으로 출발한다.(주의: 네비에 꼭 '흥교태화산농장' 검색) 태화산에 가보지 않은 영월 사람들은 많아도, 태화산을 보지 못한 영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화산은 영월읍에서 고개만 들면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고, 유명한 고씨동굴이 바로 태화산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산인데, 흥교 태화산농장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럴 수가?' 10여 년 전에 어딘지도 모른 체 흥교마을에 왔다 갔던 ..
2023.11.03 -
단풍과 암릉과 하늘과 사람, 운악산 (2023.10.22)
가을 산행을 찾아보고 있는데, 아내가 이번에는 같이 가자고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도 같이 가게 되었는데, 여차저차 이유로 아이 친구까지 4명이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 우려와 달리 길이 막히지 않아 서울에서 운악산 주차장까지 1시간 5분 만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절반 이상 채워지고, 산악회의 대형 버스도 줄지어 서 있지만, 이제 9시 45분이니 출발은 좋다. 음식준비로 분주한 두부전문 식당가와 새로 생긴 근사한 외관의 카페를 지나, 활기찬 등산객들에 어울려 빠르게 운악산 매표소(무료) 방향으로 이동한다. 등산 안내판에서 오늘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일주문을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올랐더니 아이들이 덮다고 외투를 벗기 시작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두껍게 입고 왔지만, 차에 벗어 두..
2023.10.22 -
서울 북촌에서 백악산 넘어 정릉까지 이어진 길 (2023.10.15)
백악산이 전면 개방된 뒤로 인왕산, 백악산, 형제봉을 연계하여 여러 코스로 산행을 다니고 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시내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에 오늘은 서울 종로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시도해 볼 참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 안국역 1번 출구 근처에 내린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인해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등산복 차림의 나는 북촌 윤보선길을 따라 가회동 감사원 언덕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선다. 삼청공원에서 지난해 개방된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 곡장을 넘을 계획이었는데, 삼청공원에 설치된 백악산 안내 지도를 보니 말바위 전망대와 숙정문을 통해 곡장으로 곧장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안내 지도에는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 등산로가 끊어져 ..
2023.10.15 -
북한산 계곡 산행, 청수계곡-남장대-백운동계곡 (2023.9.18)
요즘 나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깊은 계곡의 물고기가 된 것 같다. 꿈과 삶의 불일치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곡을 벗어나 오를 수만 있다면, 험한 길의 고단함도 즐거움으로 소화시킬 자신감은 커지지만, 점점 지느러미는 퇴화되고 있다. 꿈을 대체하기 위해 산을 더 찾는다. 산행에서 잠시 힘든 것은 삶에 비하면 새 날개의 깃털처럼 가볍다. 타인의 무례한 요구를 거절하고, 계획한 대로 월요일 연차에 나 홀로 산행을 떠난다. 혼자 가기에는 북한산이 딱 맞다. 집을 나와 정릉 탐방안내소로 향한다. 익숙한 주차장, 청수교를 건너 영취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월요일 청수계곡은 인적은 드물고, 자연의 흔적만 가득 차 있다. 올여름 청수계곡을 들머리로 하여, 북한산의 여러 계곡을 탐방하고 있다. 6월 청수..
2023.09.18 -
늦가을 홀로 철마산-천마산 걷기 (2022.11.6)
한 달 전 철마산에서 힘이 느껴지면서도 섬세한 산줄기를 한참 바라보았다. 철마산-천마산을 연결하는 천마지맥인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한번 걷고 싶었다. 마침 한 달 만에 산행 기회가 생겼고, 주저 없이 천마지맥으로 향했다.천마산 정상만 오르려면 남양주 평내 혹은 마석에서 오르는 게 좋지만, 천마지맥을 걷기 위해 오남역에 내려 오남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창밖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도시의 가을풍경이 버스 속도로 지나간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오남읍의 정감 있는 풍경도 곧 사라질 텐데, 빽빽한 고밀도 건물숲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이 보존되는 저밀도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버스에서 내려 근처 편의점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남저수지 옆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한 달 전 하산길의..
2022.11.06 -
정릉 ~ 팔각정 ~ 백악산 ~ 창의문 (2022.10.22)
최근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이 완전히 개방되어 북한산-백악산 연계산행이 가능해졌다. 토요일 아침, 나는 집근처 정릉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백악산까지 가보기로 하고, 정릉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명상의길 입구는 수십년된 참나무 숲인데, 노랗게 물든 참나무 잎을보니 가을이 깊어지는게 느껴진다. 참나무숲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북한산성 능선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아침 안개가 청수계곡 골짜기에 내려앉아, 칼바위능선과 북한산성 능선은 희미하게만 보인다.명상의길의 아침 공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지만, 내부순환도로에서부터 자동차 소음이 넘어온다. 국민대 뒤 까지는 숲이 우거져 있다보니 아래쪽 조망이 막혀있어 그냥 걷기만 한다. 걷다보면 자동차 소음, 새 소리도 들리..
2022.10.22 -
백검색불여일산행, 남양주 철마산 (2022.10.8)
서울을 벗어나 가을 산행을 하고 싶었다. 낮은 산도 좋지만, 오랜만에 큰 산에 가고 싶었다. 조건에 맞는 산을 검색하며 글과 사진으로 대리산행에 만족하고 집을 나서지 않은 건 어쨌거나 변명이다.때 마침, 몇 번 함께 산행했던 전 직장 후배가 한글날 연휴에 산에 가자고 한다. 어느 산으로 갈지 고심 끝에 대중교통이 편한 남양주 진접의 철마산으로 정한다. 이상은 높고 큰 산, 현실은 접근이 쉬운 산이다.토요일 아침, 후배를 만나 전철 4호선을 타고, 지난해 개통한 진접역에 내린다. 철마산 산행 들머리는 2번 출구에서 100여 미터만 걸으면 된다. 건물 예정지가 공터로 남아있어 찾기 쉽다. 수도권 전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산행 들머리인 것 같다. 산행 안내판에서 오늘 갈 코스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해참 공원 ..
2022.10.11 -
가족 산행하기 좋은 북한산 형제봉 (2020.10.17)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더불어한길 산행이다. 오래전 산행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한동안 친목모임 형태로 내실을 다져왔는데, 산행이 빈번해지니 이제 다시 산행모임이 된 것 같다. 다만, 예전의 싱글 산행모임이 아닌 이제 가족산행 모임이 되었다. 아침 10시 30분 약속시간에, 약속장소인 정릉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세 가족이 모인다. 오늘 목적지는 산행대장 새담이가 정한 북한산 형제봉이다. 새담이는 올봄에 갔었던 칼바위 능선을 내원사 방향으로 올라가 보고 싶다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약속한 대로 형제봉 산행을 하기로 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초반 그래텔 숲(*청수폭포위 휴식공간)까지는 평범하고 짧은 계곡길인데 아직 몸이 덜 풀린 어른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한다. 그래텔 숲에서 잠시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출..
2020.10.18 -
북한산 최고 능선 의상능선 '의상봉-용혈봉-나한봉-문수봉' (2020.10.11)
한글날과 주말이 이어지는 3일 연휴가 생겼다. 코로나 시대라 여행보다 산행할 친구를 수소문하였으나 실패하여, 연휴 마지막 날 혼자 북한산에 가기로 한다. 기왕 가까운 산에 가는 거, 아직 가보지 않았던 의상능선을 넘어 보기로 한다.일요일 오전, 북한산 아래 서울 정릉에서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린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1/3 돌아가는 거라 멀다. 10년 만에 북한산성 입구 정류장에 내려보니 예전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정리되어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상가가 낯설게 느껴져 오히려 먼 산행을 떠나온 것 같다.북한산성 입구 매표소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분소를 지나 의상봉 갈림길로 오른다. 짧은 숲길이 끝나고 시작된 바윗길은 적응할 여유도 주지 않고 급하기 기울..
20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