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행(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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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계방산, 계방산 하는 이유 (2024.1.5)
많은 산행을 했지만, 100대 명산이나 대간-정맥 종주 같은 구체적인 목표 없이 자유로운 산행을 했다. 특정한 산행 목표를 세우면 정기적으로 산을 찾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정 산에 대한 목표는 없었지만, 그 계절 혹은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을 찾자는 느슨한 목표는 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겨울 산행을 제대로 하고 싶어 졌고, 큰 고민 없이 겨울 산행지로 유명한 계방산을 떠 올렸다. 지난해 운두령 도로를 두 번 넘으며, 계방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운두령까지 가는 길이 익숙하기 때문이다.아침 7시 50분 집에서 출발하여 홍천군 내면을 지나 10시 55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쉼터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갓길에 조심스레 주차하고, 겨울 산행 장비 착용을 꼼꼼하게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
2024.01.05 -
궁예의 비밀이 숨어 있는 영월 태화산 (2023.11.3)
영월에서 가까운 제천 금수산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 가까운 영월 태화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금수산은 해발 1012m, 태화산은 해발 1027m로 비슷한 높이다. 금수산 최단코스는 약 5시간, 태화산 최단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흥교 태화산농장으로 출발한다.(주의: 네비에 꼭 '흥교태화산농장' 검색) 태화산에 가보지 않은 영월 사람들은 많아도, 태화산을 보지 못한 영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화산은 영월읍에서 고개만 들면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고, 유명한 고씨동굴이 바로 태화산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산인데, 흥교 태화산농장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럴 수가?' 10여 년 전에 어딘지도 모른 체 흥교마을에 왔다 갔던 ..
2023.11.03 -
초록 산길과 으스스한 산길을 경험한 태백산(2023.5.30)
준비 없는 산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영월 고향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산행을 위해 나올 때까지 어느 산을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철쭉이 피어 있을 소백산 연화봉? 혼자 운전할 수 있는 날 아니면 가기 힘든 치악산 남대봉? 횡성 사자산? 갈팡질팡하다 철쭉 계절에 어울리고 길을 아는 산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태백산으로 향했다. 결국 준비 없는 산행을 했다는 변명이다.38번 국도 석항 IC를 빠져나와 영월 산솔면에서 옥동천 옆 88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1000미터급 산이 이어지고 아래로는 구슬 같은 옥동천이 흐르는 김삿갓면과 상동읍 풍광은 언제 봐도 좋다. 구불구불한 화방재를 넘어 1km쯤 더 가서 유일사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준비물이 부족하여 화방재 휴게소로 뒤돌아 갔다 오니 2시 50분이다...
2023.06.03 -
아이와 함께 오른 겨울 선자령 (2023.2.22)
봄이 다가오니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위해 봄 방학인 아이와 함께 선자령에 가기로 했다. 요즘 KTX 강릉선은 인기노선이라,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 11시 넘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진부역(오대산역)을 거쳐,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니 벌써 1시 50분이 넘었다. 산행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야 한다.대관령에서 선자령 산행 시작점은 세 곳이다. 대관령국사성황사라는 큰 표지판을 지나 현대(HYUNDAI)라는 글씨가 적힌 큰 풍력발전기 옆까지는 같은 길이다.첫 번째 등산로는 풍력발전기 옆 왼쪽 서낭골(?)에서 시작되는 길로, 재궁골을 경유해 선자령 정상에 오를 때 유용하다.두 번째는 풍력발전기 옆을 지나 100미터 더 가면 만나는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
2023.02.22 -
팔을 내어 줄지언정 숙이지 않겠다. 평창 발왕산 (2019.10.25)
발왕산은 해발 1458미터로 대한민국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여러 곳에서 산행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용평스키장으로 산행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가족과 용평리조트에 갔다가 마침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다. 케이블카 표를 끊고 대기하는 시간에 발왕산(용평리조트) 홍보 영상을 보았다. (영상은 여기 https://www.youtube.com/watch?v=q1GFXQD_KI4원래 발왕산이라는 이름은, 발이 커 발왕으로 불리는 남자의 사랑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많으나, 홍보 영상에서는 만물을 다스리는 8왕의 산(태양, 대지, 물, 구름, 나무, 바람, 별, 하늘)으로 발왕산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시도지만, 발왕산의 산세를 생각하면 그럭저럭 잘 만든 이..
2020.04.01 -
겨울의 끝이 남아 있는 선자령 (2016.2.27)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산에 한번 가야지' 다짐을 했는데 겨울이 끝났다. '올 겨울 산행은 못 가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최근에 몇 번 함께 산행을 했던 후배와 연락이 닿아 선자령으로 겨울산행을 떠나기로 한다.금요일 밤, 4살 된 딸에게 '아빠 내일 산에 다녀올게~'라고 하자, '나도 갈 거야. 나도 큰 산 갈 수 있어'라며 귀엽게 고집을 부린다. 그러더니, '나도 여행에 가고 싶어. 아빠! 갔다가 내일 일찍 와~'라며 제법 사려 깊은 말을 이어간다. 토요일 아침, 서울 광나루에서 후배의 차를 타고 출발하여, 대관령 휴게소에 딱 12시에 도착한다. 산행 길이 시작되는 지점을 몰라 일단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쪽에 차를 세운다. 5분 정도 걸어 대관령 휴게소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가격과 맛이 ..
2016.03.20 -
늦겨울에 찾은 치악산은 한겨울 (2014.2.15)
월례행사처럼 다니던 산행이 언제부터인가 연례행사가 되었다. 마음은 숲으로, 계곡으로, 눈길로 떠나고 싶지만, 콘크리트 도시에서의 일상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한 달, 두 달, 세 달..... 산을 멀리하다 보니 이제 산을 가지 않는 삶이 익숙하다. 그러던 어느 날, 녹색당 모임에서 두어 번 만난 적 있는 OS 씨와 겨울산행을 하기로 마음이 맞았다.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이른 아침, 자고 있는 아내와 돌이 갓 지난 딸을 뒤로하고, 청량리역에서 원주행 기차를 탄다. 금세 서울을 벗어난 기차는 물안개 가득한 팔당, 새하얀 서리가 운치 있는 양평과 조용한 마을 용문, 양동을 지나 1시간 만에 원주역에 도착한다. 평소에 기차를 타고 원주역을 지나갈 때는 잘 몰랐는데, 원주역에 내려보니 한쪽 벽에 고 장일순 선생..
2014.02.16 -
강원도 오지 산행, 영월 시루산(2013.7.26)
짧은 휴가를 맞아 고향집에 들렀다가, 잠깐 시간을 내어 영월의 시루산에 올랐다.원래는 동강 어귀의 완택산을 가려고 했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아 집에서 버스로 바로 도달할 수 있는 시루산으로 목적지를 바꿨다.시루산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고향 마을에서 연당으로 나갈 때 바라보면서 '누워있는 사람 얼굴' 혹은 '큰 고릴라가 기어오르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 속에서는 익숙한 산이다. 아침 10시 40분 집을 나서, 영월군내 버스를 타고 북면 두목 마을 입구에 내린다. 영월 종교미술 박물관 표지석이 서 있는 두목마을 입구에서, 미리 출력해온 지도를 보며 오늘의 산행 들머리를 잡아 본다. 마을 입구에 있는 300살 된 느티나무를 지나, 수직굴 안내판 삼거리로 오를 수 있지만, 내가 가진 지도상에는 ..
2013.07.31 -
원시계곡, 뱀, 폭격장의 아픔이 있는 각흘산(2012.6.24)
산에 띄엄띄엄 가다 보니 '오랜만에 산행'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요즘 나에게 산행이란? 산을 오르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 산은 푸르게 되었으니, 한 번쯤 산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예지자의 목소리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를 떠나 경기도의 가장 북쪽인 포천군 이동면의 각흘산으로 떠난다.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다행히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막히지 않는다.47번 국도를 타고 포천시 이동면에 도착하여 각흘산 입구를 찾으려 하였으나 안내판은 없고 산은 비슷하다. 지도를 봐도 각흘 산을 찾을 수 없고, 출발 전에 미리 조사하지..
2012.06.30 -
영광의 동계올림픽에 팔을 내준 가리왕산(2011.8.14)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어느 날, 옆집의 큰 환호성에 나는 '오늘 축구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이상 강원도 도민을 동원했던 올림픽유치는 짧은 순간 큰 환영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서 누군가는 면죄부를 얻었고, 누군가는 부귀영화를 누릴 테고, 또 누군가는 낙후된 강원도에서 올림픽을 치른다는 자부심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이전부터 가리왕산 중봉 스키 슬로프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것이 확실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가리왕산 숲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동안 나는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지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늦었지만 불과 몇 년 후에 사라질 가리왕산 중봉 능선과 계곡, 풀과 나무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가리왕산을 찾기로 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2011.08.17 -
하늘로 오르는 설악산 서북능선-대청봉 (2010.2.6~7)
2007년 1월 설악산 산행 이후 3년 만에 설악산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 산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기 때문에, 떠나기 전부터 산행의 설렘이 두 배가 되었다. 토요일 새벽에 동서울버스터미널을 못 찾고 헤매는 택시 때문에,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한계령행 버스가 이미 떠나버렸다. 겨울철 산행이라, 출발이 늦으면 산행을 못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6시 50분에 원통행 버스가 있다.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양평, 용문, 홍천 등을 들르며 지역주민, 고등학생들을 태웠다 내려주기를 반복하며 3시간 만에 원통터미널에 도착한다.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원통에서 한계령 가는 버스는 2시간간 뒤에서 있다고 하여, 한계령까지 택시를 타기로 한다. 이번 산행을 함께하는 개똥이, 먼 발치에서, 여자 친구..
2010.03.17 -
이끼계곡과 탁 트인 조망을 가진 정선의 명산, 가리왕산 (2009.8.6)
휴가를 맞아 고향집에 며칠 머물다 보니 크게 할 일은 없고, 답답함이 느껴져 산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영월군에 있는 산을 갈려다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가리왕산을 목적지로 향하고 정선을 지나 숙암계곡을 따라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장구목이골 입구에 도착한다. 벌써 오후 2시다.집에서 가져온 과일과 물병이 든 배낭을 챙기고, 서둘러 장구목이골로 들어선다.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장구목이골은 숲이 우거져 있어 따가운 여름 햇살을 피할 수 있다. 산행입구에서부터 등산로 옆으로 요란한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이 정도 물소리라면 꽤 괜찮은 폭포가 있을 것 같다. 20분 정도 숲길을 따라 오르니, 나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맑은 계곡에 내려가 손을 담가보니 아주 차갑다. 앞으로는 ..
2009.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