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행(25)
-
평창 미탄 청옥산에서 오래된 미래를 생각하다(2007년 6월~8월)
2007년 여름은 풍력발전 업무를 위해 대부분 시간을 강원도 평창 청옥산에서 보냈습니다. 6월에 청옥산에 올라가서 장마와 짧은 더위, 이상 우기까지 보내고 8월 중순에 내려왔습니다. 산에서 생활하며 인생의 지향을 바꿀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건이나 사색은 없었지만, 앞으로 생각해 볼 많은 고민을 안겨 주었습니다. 가끔 취미로 산을 찾거나, 도시탈출을 위해 산에 가는 것과 일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산에 머무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습니다. 풀과 나무, 들꽃과 파란 하늘과 바람 등 자연과 함께 지냈지만, 속을 더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풍력발전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일을 위해 산에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도시생활의 익숙함을 버리고 간 ..
2007.09.14 -
한반도를 내려다 보는 정선 상정바위산(2007.8.5)
산행모임 '더불어한길' 총무를 맡고 있는데 요즘 산행대신 풍력발전에 빠져있다. 풍력을 위해 오랫동안 평창에서 지내다 보니, 여름 정기산행이 흐지부지 될 위기에 처했다. 총무의 준비 소흘에 더해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한길사람들이 여름휴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본다. 임시로 산행 장소는 강원도 산으로 정하고 날짜도 미리 잡아 놓았다. 산행일정이 가까워져 평창에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보았다. 다행히 봄날이라는 친구가 그날 산행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약속한 날짜에 평창에 내려왔다. 비록 한 명이지만, 오랜만에 더불어한길 사람을 만나니 반갑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친구가 찾아오니 몇 배는 더 좋았다. 옛말에,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멀리 있는 벗이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2007.08.12 -
겨울 설악은 추억으로 남다(2007. 1.27~28)
회사를 옮기고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새로운 일에 적응하려면 멀었다. 7년 동안 기계를 설계하다가 새롭게 풍력발전 일을 선택한 것은 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봉우리를 찾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직을 하고 매일같이 늦은 퇴근에 야근이 이어지는 나날이었지만, 금요일 저녁에 칼퇴근을 하고 동서울로 향한다. 동서울에서 이번에 겨울산행을 함께 할 봄날, 개똥이, 귀니, 산바람을 만난다. 산행 준비물을 다시 확인하고 부족한 것은 메꾸고,근처 찜질방으로 간다.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찜질방을 나와 동서울 버스터미널에서 속초 가는 첫차를 탄다. 버스 승객 대부분은 산행객들이라 산악회 버스 같다. 아직 깊이 잠들어 있는 서울을 뒤로하고 버스는 어둠속으로 줄행랑을 친다.한참 잠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홍천..
2007.02.13 -
앗! 설악. 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계곡[1편](2006.6.4~5)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레지만, 설악산은 첫 산행이 아닌데도 떠나기 전 가슴이 많이 설레었다. 이번에는 설악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십이선녀탕계곡을 가기 때문이다. 현충일로 3일 연휴가 생긴 일요일 아침, 더불어한길의 하나사랑과 함께 서울을 떠나 설악산으로 향한다. 동서울을 떠날 때 조금 흐렸던 날씨가 홍천, 인제를 지나면서 점점 개더니 원통을 지나니 저 멀리 설악산 서북능선 끝자락이 보인다. 시끄럽던 버스 엔진소리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주위는 등산객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뿐이다. 우리를 태우고 달려온 버스는 한계령너머로 떠나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 장수대에 도착한 것이다. 갈 길이 멀어 서둘러 매표소를 지나고, 사중폭포 아래에서 일단 가볍게 점심을 먹고 산행 시작한다. 사중폭포는 작년 이맘때 왔을 때 ..
2006.06.20 -
설악산 서북능선은 풀, 나무, 바위의 능선-1(6.5~6)
산행지 : 설악산(강원 인제) 산행날짜 :2005년 6월 5일~6일 산행참가 :솜다리, 함께가자우리, 먼발치에서, 보노보노, 맑은물, 지리산민정이 산행코스 : 한계령-서북능선갈림길-귀떼기청봉-1456봉-대승령-장수대 산행시간 : 2005년 6월 5일 13:40~19:30(5시간 50분, 휴식 포함) 6월 6일 07:30~15:00(7시간 30분, 휴식 포함) ************************************************************************************ 현충일 연휴를 맞이하여 2년 만에 설악산을 찾았다. 2년 전에는 백담사-소청-희운각-공룡능선-비선대-설악동으로 산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한계령-귀때기청봉-서북능선-대승령-장수대길을 선택했다. 토요일..
2005.06.03 -
남한강(서강)을 내려다 보는 영월 검각산(2005.2.8)
설 연휴를 맞아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있는 검각산(해발 505m)을 올랐다. 검각산은 많이 알려진 산이 아니라서, 고향에 있는 산이지만, 작년 가을에서야 등산로가 있다는 것과 조망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 높은 산도 아니고, 산행 초입은 마을과 붙어있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산도 아니지만, 멀리서 접근하기에 대중교통이 편리한 것은 아니다. (11:10) 아침에 눈발이 좀 날리다가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려있다. 고향에 설을 쇠러 내려왔기 때문에 등산장비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대충 집에 있는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고 형과 함께 집을 나섰다. 큰 산은 아니지만, 형과 산을 가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동네를 벗어나, 갱쟁골이라 불리는 곳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농사를 짓지 않아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2005.02.21 -
강원도 영월의 곰봉을 가다(2004.11.7)
주말 오후라 영동고속도로가 조금 밀리긴 했어도, 그들이 강원도 영월 맑은물의 고향집에 도착한것은 8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어두워서 주위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머물고 있는곳은 공기가 깨끗하고 대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산골마을이란것을 밤하늘에 가득찬 별들이 대신 알려주고 있었다.. 맑은물의 부모님은 인공의 음식물보다는 손수 준비한 청국장과 신선한 재료로 친구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셨다. 덕분에 먼발치에서, 콩깍지, hey-u, 가난한밤의산책, 까마구, 맑은물, 땍규는 밥 한공기씩을 거뜬히 비웠다. 배부른 행복을 즐기는 친구들에게 맑은물이 후식이라고 내온것은 목살과 집에서 직접재배한 상추와 술이었다. "이런 후식이 어디있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불만의 소리,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진정 배부른자..
2004.11.22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두타-청옥산 행군 산행을.(2004.7.30~31)
2004년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기다리던 여름산행 출발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여 베낭을 챙기고 집을 나서는데, 기분이 참 묘하다. 더위를 피해 집 근처 유원지를 산책하는 동네사람들의 일상과 나의 얽매임이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1년에 기껏 한두번 있는 직장인들 휴가는 군복무중인 군인들의 정기휴가와 비슷한 이 느낌. 직장은 군대와 달리 강제적인게 아닌데, 왜 우리는 이런 삶을 살아야 하지? 전철안에서 사색에 잠겨 도착한 청량리에는 벌써 많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준비물이 빠졌느니, 먹을것이 부족하다니, 짐이 너무 무겁다느니 하는 말들이 많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이런 모습이 참 정겹다. 청량리역을 11시 30분에 떠난 기차는 어둠을 뚫고 중앙선과 영동선을 타고 아침이면 동해역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2004.08.05 -
2004.01.31 노인봉 산행후기-1
전날 밤 11시에 청량리역을 출발한 기차는 어둠을 달려 아침 7시가 되어서야 강릉역에 도착했다. 요 며칠 날씨가 포근했는데, 이른시간이라 생각보다 춥게 느껴진다. 강릉역앞에서 짐을 정리하고 바로 8시, 소금강 가는 버스를 탓다. 버스는 이리저리 헤매이는듯 하더니, 9시가 넘어서 소금강 입구에 우릴 내려놓았다. 문을 연 몇몇 상점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황량하다. 당장, 아침을 먹을 일도 걱정이다.햇살이 있고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배낭을 내려놓았는데 화장실 옆이다. 지금 그런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 상점에가서 물을 떠와 밥을하고 국을 끓이고, 라면도 끓여서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는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밤새 기차여행에 쌓인 피로와 배고픔을 달랜다. 아침을 먹고, 다들 결의를 다지며 산행을 시작한다. ..
2004.04.23 -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다 (2003년 6월 6일~7일)
작년(2002년) 여름에 설악산에서 돌아오면서 더불어한길의 여러 사람들과 약속을 했다. 다음에 꼭 공룡능선을 넘자고... 그 약속과 다짐을 한 지 10개월 여만에 설악산을 다시 찾았다. (08:20) 동서울에서 설악산 용대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11:50) 3시간 30분 걸려 백담사 계곡 입구의 용대리에 도착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시원한 황탯국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너무 좋았다. 밥을 먹고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주차장으로 올라가면서, 선크림을 발랐다. 같이 온 2명의 사람들은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듬뿍 발라 서로 보며 웃었다. (13:00) 주차장에서 백담사 전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는 많은 대수가 운행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13:10) ..
2003.09.01 -
비맞은 억새가 쓸쓸 했던 민둥산 (2002년 10월 20일)
청량리역을 떠난 지 4시간 만에 도착한 증산역에는, 어둠 속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차지한 역사 내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아침이 밝아오기까지는 아직 3시간이나 남았습니다. 새벽이지만, 불편한 역사 내부에서 잠이 오지 않는지 두어 명은 밖에 나가서 민둥산 안내지도를 보거나 날씨를 살피고, 두 명은 옷을 몇 겹 입고 의자에 앉아 잠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잠깐 눈을 붙였을까. 라면먹자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5시가 넘었습니다. 우리도 화장실 물을 끓여 아침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일행은 여덟 명인데 코펠과 버너는 하나 밖에 없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보온병의 물로 컵라면에 부어 버립니다. 날이 밝아오기 전에 먹는 아침이라서 부담을 느낄 만도 한데,..
2003.06.09 -
상상속 두려움을 이겨낸 태백산 산행기(2002년7월1일)
한일월드컵 4강 진출 기념 임시휴일에 홀로 태백산 산행을 떠난다. 새벽 3시, 태백역에 도착하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역 전 편의점에서 커다란 가정용 손전등 사고, 택시를 타고 유일사 입구 매표소로 갔다. 나를 내려놓은 택시가 떠나자 유일사 입구 매표소는 정적만이 흐른다. 같은 기차를 타고 태백역에 내린 등산객들은 먼저 오른 것인지, 다른 길을 택한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겨울에 한 번 오른 길이긴 하지만, 새벽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태백산을 혼자 오르려니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다른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뭐해서 혼자 산행하기로 결정한다. 비를 피하기 위해 방수겉옷을 입고, 손전등을 켜고 천제단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매표소를 지나 10여분을 올라가니, 마지막 민..
200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