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3. 12:46ㆍ산행일기
산행지 : 설악산(강원 인제)
산행날짜 :2005년 6월 5일~6일
산행참가 :솜다리, 함께가자우리, 먼발치에서, 보노보노, 맑은물, 지리산민정이
산행코스 : 한계령-서북능선갈림길-귀떼기청봉-1456봉-대승령-장수대
산행시간 : 2005년 6월 5일 13:40~19:30(5시간 50분, 휴식 포함)
6월 6일 07:30~15:00(7시간 30분, 휴식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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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연휴를 맞이하여 2년 만에 설악산을 찾았다.
2년 전에는 백담사-소청-희운각-공룡능선-비선대-설악동으로 산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한계령-귀때기청봉-서북능선-대승령-장수대길을 선택했다.
토요일 밤 근무를 마치고 도착한 '보노보노'를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을 함께 할 6명이 모두 동서울 터미널에 모였다. 9시 20분, 속초행 버스를 타고 한계령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연휴라서 그런지 수도권을 벗어나는데도 한참이 걸리더니, 설상가상으로 홍천 근처에서는 버스가 고장 나서 우리는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설악산 산행에 액땜한 것이라 생각했다.
인제, 원통을 지난 버스는 초록으로 물든 옥녀탕, 장수대를 지나며 설악에 들어선다. 설악산을 처음 찾은 '산바람'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거워했다. 우여곡절 끝에 3시간 40분 만에 한계령에 도착했는데, 3년 전에 안개비가 내리며 궂었던 것과는 달리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일단 성공이다.
이번에 오를 서북능선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물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들 커다란 물통을 준비했다. 처음 계획은 한계령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갈림길 아래 샘터에서 물을 보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계령에서 만난 사람들이 샘이 말랐다고 했다. 나는 그들을 믿지 못하고 그냥 가려했으나, 같이 간 일행들은 물을 채우고 가자고 했다. 괜히 무거운 물을 가지고 오르는 것 같아서 잠시 망설였으나, 산에서는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으로 모두들 3~5리터의 물병을 채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굽이굽이 한계령, 저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고..]
산행 시작한 지 40여분이 지났을까?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산바람'이 도저히 계속해서 산행을 하기 힘들다며 내려가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산바람의 건강을 생각하면 내려가는 게 옳은 길이지만, 혹시 앞으로의 산행에서 자신감을 잃거나, 심하게 자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금 더 산행을 해보고 판단하자고 했지만, 얼마 못 가서 우리는 산바람을 내려보내야 했다.
5명으로 일행이 줄어들어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앉았지만, 숲으로 가려진 오르막길을 지나 1307봉 전망대에서 서북능선과 귀때기청봉을 보고 난 후 모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귀떼기청봉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있었고, 설악의 절경을 볼 수 었었기 때문이다.
한계령 삼거리 아래쪽에 샘이 있었던 자리는 가뭄이라 그런지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물을 얻으려고 했던 나의 판단은 틀렸고, 힘들지만 무거운 물을 짊어지고 온 사람들의 판단이 옳았다.
한계령 삼거리에 오르니 공룡능선, 용아장성 능선이 만들어 내는 능선과 골짜기의 환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한계령 맞은편의 점봉산과 가리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오른쪽(동쪽)으로 가면 중청을 지나 대청봉을 오르는 길인데, 우리는 왼쪽(서쪽)으로 돌아 귀때기청봉으로 향했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오르는 길에 바라본 서북능선, 왼쪽 높은 봉우리가 귀때기청 봉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마음속은 산 자와 죽은 자 어느 쪽일까?]
[한계령 삼거리 아래에서 귀때기청봉 방향을 보다. 저 멀리 가리산이 보인다.]
한계령 전망대에서 볼 때는 귀때기청봉 아래 자갈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너덜지대(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거친 산행길)로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바위에 앉아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어느새 해발 1580m의 귀때기청봉 정상이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지 4시간 20분이 지났다.
서북능선을 갈려고 생각했던 이유였던 내설악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적중했다. 내설악의 뾰족한 능선과 깊은 골짜기들, 점봉산을 넘어 꿈틀거리며 남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가리산의 험한 봉우리들, 서북능선 끝의 안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귀때기청봉의 터줏대감임을 자처하는 분들과 재미있게 얘기를 나눈 뒤 서북능선을 따라 가는데,
짧게(?) 잡은 코스지만, 하루에 끝마치기에는 무리가 있는지라, 자연 속에서 쉬어갈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지대이고, 키 작은 나무만 자라기 때문에 여름에 귀때기청봉을 지나면 꽤 고생을 할 것 같다. 귀떼기청봉을 내려와 안부에서 '조국의 산하를 내발로'라는 모임의 사람들이 건넨 소주 한잔은 잠시나마 힘든 것을 잊게 해 주었다.
이제 태양은 설악산의 제일 서쪽 끝 안산 밑으로 가라앉고 있고, 계곡에서 시작한 어둠이 온 설악을 감싸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유난히 요란하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설악산에게 하룻밤 신세 질 것을 부탁한다. 설악은 아무 말 없이 기꺼이 자신의 등을 우리에게 빌려준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은하수를 천정으로, 나무와 풀을 벽으로, 일행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잠을 청한다. (계속)
[한계령 삼거리에서 바라본 내설악의 절경,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능선이 공룡능선이다]
[만만치 않은 귀때기청봉 너덜지대, 내설악의 절경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
[귀때기청봉 아래에서 360도 가까이 고개를 돌려보다. 클릭!!]
[귀때기? 귀떼기? 한계령에서 4시간 20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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