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봉(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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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북한산 형제봉 (2023.12.25)
아내와 아이를 크리스마스 모임에 데려다주고 오니 '나 홀로 집에' 있게 됐다. 산행을 하려다 가까운 청수계곡에서 내원사까지 산책하기로 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청수계곡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오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산책 나온 가족들도 많고, 등산객들도 많다. 며칠 추운 날씨에 계곡물이 얼음폭포, 얼음고드름 같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려 청수계곡은 백설계곡이 되었다. 그 밑으로는 아직 얼지 않은 물소리가 콸콸 들려온다. 아름다운 청수계곡에 있으니, 내원사 산책대신 청수계곡 지류를 따라 영취사 갈림길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청수 2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가는데, 오후가 되어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아침을 산과 보낸 사람들이다. 추웠던 날씨가 풀렸지만..
2023.12.25 -
짧은 여름산행, 북한산 형제봉 (2023.7.29)
소문에 의하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여름산행을 한 번도 안 한 사람과, 여름산행을 여러 번 가는 사람. 여름산행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덥고 습한 여름이지만,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고,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계곡물로 더위를 털어낼 때 느끼는 즐거움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산도 비가 오면 좋은 계곡을 만들어 내지만, 오늘은 계곡을 품지 않은 형제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집을 나와 국립공원 주차장까지 걷는데 아침 햇살이 벌써 뜨겁다. 둘레길 명상의 길에 들어서니 기대한 대로 참나무 숲이 햇빛을 가려 시원했지만, 이어지는 200여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금세 땀이 줄줄 흐른다. 며칠 전 장마 끝 무렵에 북한산 계곡을 산책할 때는 숲이 촉촉하고 시원하..
2023.07.29 -
겨울비에 녹아 내린 마음, 북한산 형제봉 (2023.1.15)
금. 토 이틀 동안 40mm 넘는 비가 내렸다. 겨울비치곤 많지만, 1월에도 가끔은 많은 비가 내리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일요일 새벽에 내린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하루종일 흐리기만 하다. 3일 동안 햇빛을 멀리한 몸과 마음에 곰팡이가 잔뜩 피었는지 하루종일 움직이고 싶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갈 결심만 하다가 '일요일 오후 3시'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밖에 나가 보니 북한산 중턱까지 짙은 안개가 내려와 있다. 산봉우리 위쪽은 보이지 않지만, 안개사이로 희끗한 눈이 보여 형제봉으로 향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 구간 아래쪽은 비가 내린 흔적이지만, 조금씩 올라갈수록 진눈깨비를 거쳐 눈 내린 풍경으로 바뀐다. 아래쪽에서..
2023.01.21 -
눈 내린 북한산 칼바위-문수봉 산행 (2022.12.16)
12월 둘째 주, 첫눈은 아니지만 눈이 제법 내렸다. 아직 쓰지 못한 연차 가운데 하루를 눈 산행에 쓰기로 한다. 눈을 보러 멀리 갈 필요 없이 북한산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면서 청수계곡을 감싸고 있는 능선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대략, 청수계곡-칼바위능선-북한산성 능선-대성문-보토현-형제봉으로 도는 코스인데, 청수계곡을 기점으로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도는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청수계곡은 오늘은 하얀 눈으로 덮혀 고요하다.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은 청수폭포도 오늘은 조용하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실 앞을 지나 내원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무거운 도시를 등에 지고 산으로 오르지만, 무겁지 않다. 나무 가지 사이로 눈 덮인 형제봉..
2022.12.27 -
크리스마스 아침의 붉은 일출, 북한산 형제봉 (2020.12.25)
밤새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간 크리스마스 아침에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요즘 아침 운동을 하고 있어, 형제봉 능선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올 계획이다. 아침 7시, 어둠이 서서히 증발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정릉 탐방 지구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어둑어둑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선명하게 보인다. 10분 만에 오른 첫 번째 전망대 포토존이다. 보현봉, 성덕봉, 칼바위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능선과 청수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 하늘과 산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주황색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지평선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지만, 나뭇가지에 반쯤 가려진 먼산의 능선이 자연스럽다.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형제봉 능선을 따라 더 오르기로 한다. 바로 앞에 가던 ..
2020.12.25 -
가족 산행하기 좋은 북한산 형제봉 (2020.10.17)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더불어한길 산행이다. 오래전 산행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한동안 친목모임 형태로 내실을 다져왔는데, 산행이 빈번해지니 이제 다시 산행모임이 된 것 같다. 다만, 예전의 싱글 산행모임이 아닌 이제 가족산행 모임이 되었다. 아침 10시 30분 약속시간에, 약속장소인 정릉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세 가족이 모인다. 오늘 목적지는 산행대장 새담이가 정한 북한산 형제봉이다. 새담이는 올봄에 갔었던 칼바위 능선을 내원사 방향으로 올라가 보고 싶다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약속한 대로 형제봉 산행을 하기로 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초반 그래텔 숲(*청수폭포위 휴식공간)까지는 평범하고 짧은 계곡길인데 아직 몸이 덜 풀린 어른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한다. 그래텔 숲에서 잠시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출..
2020.10.18 -
북한산 형제봉 분홍산 산행 (2018.4.14)
올봄부터 서울 북한산 자락에 살게 되었다. 지난겨울, 아이와 흰 산(눈 덮인 겨울산) 얘기를 하다가 받은 질문. "아빠, 이 세상에 분홍 산도 있어?" "응? 음...음...봄이 되면 분홍 산도 생겨"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 온 산들이 붉은 꽃들로 물들고 있는 이 계절을 놓칠 수 없어, 가족과 함께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오르기로 한다.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니 청수 계곡에 뒤늦은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주중에 내린 봄비도 청수 계곡을 시끄럽게 하며 흐른다. 청수 1교를 건너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면 지난겨울 산행했던 영취사를 지나 북한산 대남문으로 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직진. 돌계단을 지나 형제봉 방향으로 오른다. 아이가 그래텔 숲이라고 이름 지은 작은 공터와 산..
2018.04.22 -
북한산 국민대-형제봉-성북동 산책 산행 (2016.5.8)
일요일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여, 잠깐의 자유시간을 얻는다. 자유시간도 누려본 사람이 잘 누리는지라, 무엇을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몸에 익숙했던 취미는 산행이라,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향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마침 어버이날이고, 나는 형제봉으로 향한다. 뭔가 연관이 있을듯한 조합이지만, 아무런 연관은 없고, 신록의 계절에 산을 찾는 게 좋을 뿐이다. 동네에서 버스를 타면 국민대까지 평소 주말이면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40분이 넘게 걸린다. 국민대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 익숙한 탐방안내소를 지나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화사하게 빛나던 벚꽃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북한산 숲은 초록이 우거져 있다. 가장 급진적이고..
2016.05.29 -
다같이 돌자 뒷산 한바퀴 - 북한산 형제봉 (2012.12.16)
등산로 훼손이 심한 서울의 산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천했었다. 경기도에 있는 산은 가끔 가게 되더라도, 가까운 서울의 산은 잘 가지 않았다. 연간 1000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명산이지만 북한산을 가느니 차라리 산행을 안 하겠다고 다짐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몇 개월 산에 못가니, 서울에 있는 산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북한산은 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갈등을 일으킨다. 끊임없이 한 발짝씩 물러서 스스로 타협한 끝에,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12월 16일, 국민대학교의 뒷산인 북한산 형제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성북구에서 북한산을 바라볼 때, 가장 높게 솟은 봉우리가 보현봉이고, 그 아래로 착시현상을 일으켜 그저 보현봉의 암릉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오늘 가려고 하는 형제..
201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