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돌자 뒷산 한바퀴 - 북한산 형제봉 (2012.12.16)

2012. 12. 22. 01:02북한산특집

등산로 훼손이 심한 서울의 산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천했었다. 경기도에 있는 산은 가끔 가게 되더라도, 가까운 서울의 산은 잘 가지 않았다. 연간 1000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명산이지만 북한산을 가느니 차라리 산행을 안 하겠다고 다짐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몇 개월 산에 못가니, 서울에 있는 산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북한산은 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갈등을 일으킨다. 끊임없이 한 발짝씩 물러서 스스로 타협한 끝에,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12월 16일, 국민대학교의 뒷산인 북한산 형제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성북구에서 북한산을 바라볼 때, 가장 높게 솟은 봉우리가 보현봉이고, 그 아래로 착시현상을 일으켜 그저 보현봉의 암릉처럼 보이는 봉우리가 오늘 가려고 하는 형제봉이다.

 

동지를 5일 앞둔 일요일 오후 2시, 겨울산행하기엔 늦은 시간이지만 집을 나서 버스를 타니 20분 만에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국민대 정문 옆 마을버스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옆 북한산 북악 매표소를 지나 산길에 접어드니 나뭇잎을 모두 벗어 내린 겨울나무가 숨김없는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있다. 복잡하게 뻗은 겨울나무가 예술인지? 과학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날씨가 추워 빠른 걸음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가자,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 구간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온다. 왕녕사 방향으로 갈림길 안내판도 나왔지만 둘레길 코스를 따라 영불사 방향으로 향한다. 며칠 전 제법 많은 첫눈이 내린 후 찾아온 강추위에 영불사 아래 계곡도 이제는 얼기 시작했지만, 아직 얼음속으로는 물이 흐른다. 집을 나서기 전 확인한 서울의 낮 기온은 영하 10도에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을 거라고 했지만, 영불사까지는 남쪽 사면인지라 따뜻한 기운이 넘치고, 눈도 많이 녹아 있다. 혼자 걷는 산행이라 제법 빠른 속도로 영불사 앞을 지나 비로소 산행길로 접어든다. 

 

영불사 오른쪽 능선에 오르니 정릉골짜기 맞은편(북쪽)으로 북한산 능선과 칼바위 능선이 가로막고 있는데, 이곳에서 보니 꽤 높고 너른 산의 모습이다. 계속해서 능선을 따라 북쪽 등산로로 돌아가니 눈이 많이 쌓여있고, 차가운 바람을 마주하고 산행을 하게 되어 지금까지와는 달리, 체감온도가 급속하게 낮아진다. 햇빛은 여전히 쨍쨍 비추고 있지만, 초속 5~10m에 달하는 산바람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되는것 같다. 이런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을 산행하라면 '어어쿠야...' 하겠지만, 형제봉 정상까지는 앞으로 10분? 길어야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으니, 짧지만 겨울산행을 제대로 체험하는 것 같아서 신이 난다.

 

보현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부터는 북서풍이 더 강해져서 모자를 썼어도 오른쪽 귀가 바짝 얼어붙은 느낌이다. 오른쪽 귀를 달래기 위해 중간중간 뒤돌아 북한산성 능선을 바라보며 왼쪽 귀로 바람을 맞아보지만, 이젠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밑이다. 

그래도 형제봉 조금 못 미쳐 전망대에 올라보니 북쪽으로 북한산성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지나 짧은 암릉구간을 지나 드디어 형제봉 정상이다. 얼굴이 바짝 얼어붙었지만, 동남쪽 성북구 일대, 서남쪽 백악산, 안산이 눈높이로 펼쳐져 있고, 북쪽의 북한산성 능선, 보현봉, 문수봉은 형제봉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다음에 조금 서둘러 산행을 하면 보현봉까지도 단숨에 올랐다가 올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형제봉 정상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는 얼굴 피부가 완전히 얼어붙을 것만 같아서 정상을 내려섰더니 형제봉이 북한산 칼바람을 막아줘 금세 체감온도가 올라간다. 겨울산은 그 어느 계절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특히 체감온도는 바람에 따라 금세 급강하하니 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오늘 형제봉도 짧은 구간이었으니 다행이지, 이런 구간을 두어 시간 걸었다면, 추위로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 같다.

 

형제봉을 내려와 성북동, 정릉 쪽을 바라보며 비교적 부드러운 능선길을 걸으며 출발했던 북악 매표소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바로 하산할 것인지 잠시 망설이다가 정릉터널을 상부를 지나 북악 스카이웨이로 하산하기로 한다. 나중에 북악산길을 지나 성북구민회관으로 하산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기 갈림길에서 하산했으면 국민대까지는 20분, 집까지는 40분이면 가능했을 텐데, 북악산길을  선택하는 바람에 성북구민회관까지 1시간을 더 걸어야 했고, 그곳에서 집까지는 30분이 더 걸려, 전체 산행시간은 2시간 40분이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북한산성, 백운대 주능선 길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북한산 형제봉 능선은 집에서 가깝고, 등산객들도 많이 몰리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으니, 사람이 덜 몰리는 아침이나 새벽 산행을 해야겠다. 


산행지 : 북한산 형제봉 (462m)

날 짜 : 2012년 12월 16일

날 씨 : 맑음 (낮 기온 영하 13도)

산행코스 : 국민대 옆 북악 매표소 --> 영불사 --> 문수봉 갈림길 --> 형제봉 --> 북악터널 상부 --> 북악산길 --> 성북구민회관

산행시간 : 2시간 (14:20~16:20)

동 행 : 단독산행

교 통 : 시내버스


[포토 산행기]

[북악산 매표소에서 산행 시작]
[겨울 나무, 겨울 숲]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국민대 뒷산 북한산 계곡]
[나무는 왜 저런 형상으로 자라고 있을까?]
[겨울 숲]
[영불사 입구]
[영불사 뒤쪽 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성 능선]
[해가 들지 않는 북쪽 사면은 체감온도 영하 20도]
[겨울나무]
[형제봉에서 바라본 성북구 일대]
[형제봉에서 바라본 동-남쪽 전경]
[종로 중심가와 서울 N타워]
[형제봉에서 본 삼선동-한성대-창신동-왕십리]
[서쪽의 족두리봉]
[ 개인 사진은 잘 올리지 않지만....]
[평창동 주택가]
[북한산에 유기동물이 증가하고 있다네요]
[형제봉 아랫길]
[형제봉에서 북악산길 넘어가는 길]
[북악산길에서 바라 본 형제봉(왼쪽 앞), 보현봉(왼쪽 뒤)]
[형제봉 능선에서 바라 본 불암산과 수락산]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