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22. 00:50ㆍ북한산특집
아내를 만나기 전에 애인이었던 산이 그립다. 일하러 가는 것보다 산에 가는 게 좋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게 마음은 더 편했었다.
아내가 일이 있어 외출한 주말, 이제 2살된 딸과 북한산 둘레길이라도 걸어 보려고 집을 나선다. 아직 어린 아기를 데리고 산길을 가는게 위험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아기를 돌보는건 산행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안고 산을 오를 수도 없으니, 오히려 안거나 업을 수 있는 지금이 둘레길 걷기에는 딱 좋을 것 같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국민대학교 앞에 내려, 북악매표소를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숲길에 들어서니 공기도 상쾌하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려오니 새담이도 좋아한다.
산새소리가 들리면 "째째", 까치 소리가 들리면 "까까" 하면서, 아빠를 바라보며 손짓을 한다. 조금 걷다가 힘들다며 안아달라고 해서 안고 천천히 오르는데, 그래도 땀이 많이 난다. 왕령사 갈림길 삼거리에서 쉬었다가, 북한산 둘레길 5구간 사색의 길을 따라 걷는다. 둘레길을 평지에 가까운 길이라 아장아장 잘 걷는다.
영불사 아래 계곡에 졸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보고는 "무무" 이런다.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딸이 너무 귀엽고 대견하다.
영불사를 지나 공터에서 함께 새담이와 도시락 점심을 먹는다. 아기지만, 아빠를 따라서 의젓하게(?)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공터에서 아장아장 뛰다가 크게 넘어지기도 했는데, 울지도 않는다. 약간 흐리던 하늘에 검회색 먹구름이 지나가면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비다운 비가 아니라 지나가는 소나기 구름이다.
형제봉 갈림길에서 형제봉 아래까지 올라가볼까 생각했지만, 괜히 어린 아기 데리고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올라갈 때야 어떻게든 올라가겠지만, 산에서는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를 일이다. 아기에게는 다소 험한 산길인데도 안겨서 가는것 보다는 이제 막 쓸 수 있게 된 두 다리로 걷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 같다. 종종 위험한 곳으로 아장아장 달려나가서 잡는 게 나의 일이다.
정릉탐방안내소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정릉계곡과 칼바위 능선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깊은 산에 들어온 것은 아닌데도, 도시는 보이지 않고 계곡만 보이니 산에 들어온 느낌이 난다. 전망대를 지나고부터는 둘레길이지만 내리막길이 험하다. 계단이 많이 있어서 딸을 안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산길이 피곤했던지 아빠 품에 안겨 금새 잠든다.
사색의 길을 뒤로하고, 정릉매표소를 지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계속 잠을 잔다. 집에서는 잠투정이 대단한데, 인생의 첫 산행을 경험하더니, 깊은 잠에 빠진다. 집에서도 이렇게 잘 자면 얼마나 좋을까....
산행지 : 북한산 둘레길 5구간 일부 (북악매표소 --> 정릉매표소)
날 짜 : 2014년 6월 8일
날 씨 : 흐림
코 스 : 북악 탐방안내소 --> 둘레길(영불사) --> 정릉 탐방안내소
산행시간 : 3시간 (13시 20분 ~ 16시 20분, 어른 걸음으로는 60분)
일 행 : 16개월 딸과 함께
교 통 : 버스 (국민대 앞 정류소)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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