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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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어가 봐야 산의 깊이를 안다. 서울 백악산 (2024.11.17)
일요일 오후에 집에 혼자 있다가 광화문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걸어서 광화문까지다. 정릉에서 광화문까지. 스스로 생각해도 그럴싸한것 같다. 큰 산에 대한 욕심만 키우다 가을이 다 지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산책 같은 산행, 혹은 산행 같은 산책을 하기로 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에 올라서니 북한산에 올랐던 사람들이 많이 내려온다. 형제봉능선 동쪽사면이라 해가 일찍 져 4시도 되지 않았는데 그늘이 진다. 이 계절 이 시간에는 큰 산밑에 그늘이 빨리 지는게 당연하다. 이를 일반화하여 큰 산 아래는 그늘이 지니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과 맥락을 봐야 하는데, 요즘은 단편적 지식으로 세상을 판단 내리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들이 많다.둘레길을 따라가기 보..
2024.11.22 -
도심보다 먼저 찾아온 가을, 인왕산-백악산 (2024.10.17)
철인 3종을 즐기는 친구 KGB가 산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K는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산행 안내를 부탁했고, 나는 인왕산을 추천하고 목요일로 약속을 잡았다. 평일 아침이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경복궁역 서촌 출구 부근에서 K를 만난다. 1년여 만에 만난 K에게 오늘 여정을 알려준다.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창의문에서 짧은 산행을 끝내거나, 시간과 에너지가 남으면 백악산까지 돌기로 한다. 10월 중순이 되어도 여전히 기온이 높지만 아기자기한 도시 서촌은 빠르게 가을로 물들고 있다. 서촌을 걷다가 윤동주 시인 하숙집 터를 만난다. 안타깝고 반갑고 기쁘다. 경복궁역에서 10분 만에 도착한 수성동계곡은 가뭄에 바짝 말라있다. 진경산수화에 등장하는 기린교 상류 조그만 물웅덩이에는 물고기가 바글바글 한다. 어서 비..
2024.10.17 -
푸른 하늘과 호수가 아름다운 월악산 악어봉 (2024.09.15)
9월 어느 날 월악산 악어봉 등산코스가 다시 열렸다는 언론보도를 보았다. 번잡한 산행 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나에게 일부러 찾아갈 산행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긴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다. 고향 가는 길에 산책하는 마음으로 악어봉에 들르기로 했다. 충주 중앙탑에서 점심을 먹고 악어봉 산행 출발장소인 게으른악어 앞 주차장으로 향한다. 카페 사유지 주차장인지, 공공주차장인지 모르겠으나 주차장은 꽤 넓다. 새로 생긴 육교를 넘어 아내, 아이와 함께 악어봉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악어봉 정상 다녀 오는데 휴식포함 1시간 10분 걸렸다. 표고차 약 270미터로 다소 가파른 구간도 있으니, 꼭 등산화(최소 운동화) 신고 안전산행 하세요. #포토 산행기산행지: 월악산 대미산 악어봉 (450m, 충주시) ..
2024.09.27 -
응답하라 오대산 1993, 상원사-비로봉-두로령 종주산행 (2024.07.26)
여름성수기 대관령 휴양림 당첨! 여름휴가, 친구 만남, 여름 산행까지 일석삼조를 누릴 베이스캠프가 마련되었다. 대관령 휴양림에서 가까운 산행을 하려다, 명산 오대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휴양림에서 하룻밤 보내고, 옛 영동고속도로로 대관령을 넘어 진부면 월정사 입구로 향한다. 월정사 1km 앞둔 지점에 입장료와 주차요금을 받는 톨게이트 형식의 매표소가 생겼다. 예전에 월정사 전나무숲 근처에 있다가 아래로 내려온 것으로 요금은 5000원이다. 다소 비싸 보일 수 있으나 하루종일 주차할 수 있으니 합리적이고, 요금 징수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인 듯하다. 월정사 앞을 지나 상원사 가는 10km 구간에는 길가로 곧은 전나무, 시원한 숲과 청량한 오대천이 보인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대천 옆의 ..
2024.07.26 -
관악산이 높다한들 구름 아래 뫼이로다 (2024.6.15)
북한산 아래 살다 보니 한강 건너 관악산은 오랫동안 가지 않았다. 2008년 산행이 마지막이었는데, 16년 만에 관악산에 가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사당역에서 JH님을 만나, 김밥, 간식, 물을 준비하여 등산로 입구로 간다. 어렴풋하게 옛 기억이 나지만, 2011년 산사태 흔적, 서울둘레길, 관음사의 존재는 낯설다. 서울둘레길에서 연주대 방향 등산로로 오르니 금세 조망이 트이는데, 서울 하늘은 회색구름이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불경소리가 들리는 너른 터가 나오는데, 그 아래로 관음사가 있다. 서울둘레길을 따라 관음사에 들렀다 왔어도 여기로 오게 된다. 너른 터 앞을 막고 있는 가파른 암벽길을 50여 미터 오르니 첫 번째 국기봉이 있다. 국기봉을 지나 철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관악산에..
2024.06.15 -
5월 소백산 초원의 하얀 눈 '몽유설산행기' (2024.5.17)
석가탄신일 밤 온대저기압 폭풍이 지나며 백두대간 높은 봉우리에 눈이 내렸다. 설악산 대청봉에 40cm 눈이 내렸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덕유산과 지리산의 설경사진을 보았다. 5월 중순의 많은 눈이 단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기후위기의 신호인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후자에 가깝지만, 호들갑 떨지 말고 기다려 볼 참이다. 날씨가 개는 거 봐서 산행을 하려는데, 불확실한 날씨만큼이나 산행 목적지가 불확실하다. 5월 눈을 볼 특별한 기회를 위해 오대산이나 계방산에 갈까? 푸른 충주호 조망 보러 제천 금수산에 갈까? 철쭉은 조금 이르겠지만 초원 보러 소백산에 갈까?오늘 함께 산행하는 형은 산행초보이고, 부모님 댁에 내려왔다가 산에 가는 거니까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제천 금수산을 선택한다.아침을 ..
2024.05.18 -
다시 초록산으로. 하남 검단산-용마산 종주(2024.4.28)
일요일 아침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가족을 데려다주고 5시간 정도 시간이 생겼다. 산행에 딱 맞는 틈새시간이다. 주차 가능한 가까운 산행지를 찾다 3년 전에 갔던 하남 검단산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10시 전이지만, 공영주차장 대신 안내받은 하남 벤처센터 주차장은 남은 자리가 몇 없다. 주차장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편의점 옆 등산로로 들어선다. 초록터널 같은 완경사 숲길이 시작되는데, 10분 정도 걸으니 기분이 맑아진다. 그린벨트 같은 환경보호 규제로 산 아래 난개발을 막고 있어, 초록 숲길을 누릴 수 있다. 조금씩 가팔라지던 길은 15분 정도 지나며 급경사가 되지만, 숲 기운을 받아 쉬지 않고 오른다. 유길준 묘역을 지나 계속 오르다 보니, 등산로 옆 나무에 끈끈이 벌레 패치가 많..
2024.04.28 -
잃어버린 여름을 찾다. 단양 석화봉 (2021.8.13)
두 번째 맞는 코로나 시국 여름이다. 더위와 격리에 지친 사람들은 신선한 바람이 있는 자연으로 퍼져나가 심신 면역을 강화해야 하는데, 방역대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속옷처럼 필수가 된 마스크 신화가 가장 큰 문제다. 다음으로 바이러스 간 경쟁(virus competition)에 따른 여름철 유행 경향 변화, 건강한 대다수 시민의 면역우산 효과등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 토론은 언론 권력, 정치권력, 초국적 백신 권력 앞에서 막혀있다. 동료시민들과 소신있는 의사들 의견을 마스크로 틀어막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한쪽으로 휩쓸린 이 분위기가 바뀌게 될까? '백신 맞고, 휴가 가자' 20세기 전체주의 같은 구호에 시민들은 백신을 맞고 여름휴가를 준비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의미 없는..
2024.02.26 -
겨울엔 계방산, 계방산 하는 이유 (2024.1.5)
많은 산행을 했지만, 100대 명산이나 대간-정맥 종주 같은 구체적인 목표 없이 자유로운 산행을 했다. 특정한 산행 목표를 세우면 정기적으로 산을 찾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정 산에 대한 목표는 없었지만, 그 계절 혹은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을 찾자는 느슨한 목표는 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겨울 산행을 제대로 하고 싶어 졌고, 큰 고민 없이 겨울 산행지로 유명한 계방산을 떠 올렸다. 지난해 운두령 도로를 두 번 넘으며, 계방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운두령까지 가는 길이 익숙하기 때문이다.아침 7시 50분 집에서 출발하여 홍천군 내면을 지나 10시 55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쉼터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갓길에 조심스레 주차하고, 겨울 산행 장비 착용을 꼼꼼하게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
2024.01.05 -
궁예의 비밀이 숨어 있는 영월 태화산 (2023.11.3)
영월에서 가까운 제천 금수산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 가까운 영월 태화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금수산은 해발 1012m, 태화산은 해발 1027m로 비슷한 높이다. 금수산 최단코스는 약 5시간, 태화산 최단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흥교 태화산농장으로 출발한다.(주의: 네비에 꼭 '흥교태화산농장' 검색) 태화산에 가보지 않은 영월 사람들은 많아도, 태화산을 보지 못한 영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화산은 영월읍에서 고개만 들면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고, 유명한 고씨동굴이 바로 태화산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산인데, 흥교 태화산농장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럴 수가?' 10여 년 전에 어딘지도 모른 체 흥교마을에 왔다 갔던 ..
2023.11.03 -
단풍과 암릉과 하늘과 사람, 운악산 (2023.10.22)
가을 산행을 찾아보고 있는데, 아내가 이번에는 같이 가자고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도 같이 가게 되었는데, 여차저차 이유로 아이 친구까지 4명이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 우려와 달리 길이 막히지 않아 서울에서 운악산 주차장까지 1시간 5분 만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절반 이상 채워지고, 산악회의 대형 버스도 줄지어 서 있지만, 이제 9시 45분이니 출발은 좋다. 음식준비로 분주한 두부전문 식당가와 새로 생긴 근사한 외관의 카페를 지나, 활기찬 등산객들에 어울려 빠르게 운악산 매표소(무료) 방향으로 이동한다. 등산 안내판에서 오늘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일주문을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올랐더니 아이들이 덮다고 외투를 벗기 시작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두껍게 입고 왔지만, 차에 벗어 두..
2023.10.22 -
서울 북촌에서 백악산 넘어 정릉까지 이어진 길 (2023.10.15)
백악산이 전면 개방된 뒤로 인왕산, 백악산, 형제봉을 연계하여 여러 코스로 산행을 다니고 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시내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에 오늘은 서울 종로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시도해 볼 참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 안국역 1번 출구 근처에 내린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인해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등산복 차림의 나는 북촌 윤보선길을 따라 가회동 감사원 언덕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선다. 삼청공원에서 지난해 개방된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 곡장을 넘을 계획이었는데, 삼청공원에 설치된 백악산 안내 지도를 보니 말바위 전망대와 숙정문을 통해 곡장으로 곧장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안내 지도에는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 등산로가 끊어져 ..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