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5. 09:35ㆍ산행일기
북한산 아래 살다 보니 한강 건너 관악산은 오랫동안 가지 않았다. 2008년 산행이 마지막이었는데, 16년 만에 관악산에 가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사당역에서 JH님을 만나, 김밥, 간식, 물을 준비하여 등산로 입구로 간다. 어렴풋하게 옛 기억이 나지만, 2011년 산사태 흔적, 서울둘레길, 관음사의 존재는 낯설다.
서울둘레길에서 연주대 방향 등산로로 오르니 금세 조망이 트이는데, 서울 하늘은 회색구름이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불경소리가 들리는 너른 터가 나오는데, 그 아래로 관음사가 있다. 서울둘레길을 따라 관음사에 들렀다 왔어도 여기로 오게 된다. 너른 터 앞을 막고 있는 가파른 암벽길을 50여 미터 오르니 첫 번째 국기봉이 있다.
국기봉을 지나 철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관악산에서 봉천동을 지나 서달산(국립현충원을 품고 있는 산)으로 이어지는 초록띠가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이 계절에 도시를 내려다보니 관악구, 동작구, 서초구 모두 최소한의 녹지(소공원)만 있고, 건축물 대비 제대로 된 공원이 별로 없어 보인다. 통계상으로는 녹지 비중이 많은데, 관악산, 우면산, 한강 같은 큰 자연지형까지 모두 공원으로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땅 조각이 비싼 돈이 되었고, 이젠 수십 수백 미터 하늘까지 투자대상이 되었으니 녹지를 되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등산로 주변에는 군사시설인 참호가 많다. 잘 보존된 북한산 국립공원에 익숙해진 나에게 서울 주변 산에 파놓은 군사참호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JH님의 초반컨디션이 좋지 않아 천천히, 자주 쉬어가며 걷는다. 산행 초반에 몸이 풀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보통 사람들은 천천히 이 시간을 걷다 보면 웬만한 산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국기봉을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앞쪽 멀리 연주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고, 지능선이 양쪽으로 뻗으며 그 사이로 많은 골짜기를 품고 있다. 관악산이 넓고 크게 보이기는 처음이다.
오늘의 조망 평점은 3.5 정도 되는데, 북쪽 최대 시야는 남산, 동쪽으로는 우면산, 구룡산, 대모산, 남동쪽으로 청계산 서쪽으로 삼성산이 보인다. 내 오랜 기억 속 관악산의 잔상은 오늘 산행을 통해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될 것 같다.
흐리기만 할 것 같았던 회색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강한 비는 아니지만 그칠 듯 그칠 듯 계속 내려 JH님과 나무 아래로 비를 피한다. 철마산 산행 때처럼 마음을 터놓고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쳤다.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오후 1시가 되어, 헬기장 근처 적당한 바위를 찾아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눈앞에 봉우리를 지나면 바로 정상 오르는 길인가 했지만, 두어 번 더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관악문 바위를 지나니 관악산 정상을 오르는 철계단이 보인다. 예전에 더 가팔랐던 바윗길은 폐쇄된 것 같다.
관악산 정상엔 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정상석 앞에는 사람들이 적어, 2팀만 보내고 인증사진을 남긴다. 연주대 쪽 바위에 오르니 과천시 너머로 보이는 청계산-바라산-백운봉 능선이 시원하다. 인덕원에서 백운호수 쪽도 멀지 않게 보이는데 아파트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다. 개발이 많이 됐으니 16년 전 보다 나아진 것일까? 더 많은 토지 개발이 우리 사회를 좋게 하는지, 각자 판단이 다르지만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하늘은 여전히 흐려 먼 산들은 아쉽게 보이지 않아 연주대가 보이는 포토존으로 이동한다. 오랜만에 보는 연주대는 싱그러운 초록 숲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더 멋있어졌다. 연주암으로 내려와 과천 방향을 바라보는데, 당연히 대도시가 보일 줄 알았는데 자연과 녹지가 가득 찬 세상이 보인다. 이상하게 생긴 바위, 초록 물결 능선과 계곡, 야생화를 볼 수 있지만, 오늘만은 연주암 옆마당에서 보는 과천을 가장 인상적인 조망장소로 꼽는다.
연주암을 뒤로하고 과천 향교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새로 생긴 계단길이 편하다. 나무 그늘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관악사 갈림길을 지나 계곡을 만났지만, 6월 들어 강수량이 적어 바짝 말라 있다. 물소리가 좋은 곳 옆의 폭포가 오늘은 침묵하는 대신 버찌열매를 앞에 두고 서로 옥신각신하는 등산객들만 시끄럽다. 버찌라고 알려주려다가, 분위기를 봐서는 남의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잠시 후엔 계곡물이 바짝 마른 원인에 대해 또 큰소리로 얘기하는 등산객들이 지나간다. '올봄에 비가 많이 왔는데, 물이 없는 거 보면 다른 원인이 있다 vs. 아니다, 최근에 비가 안 와서 이런 게 당연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목소리만 키우는 사람이 있는 다른 그룹들을 보며, 오늘 JH님과 편하게 대화하며 산행하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데크길을 쭉 따라서 내려오니 KBS 방송용 삭도시설이 나온다. 과천 향교 앞 계곡에는 물이 흘러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한다.
과천에 온 김에 유명한 제철음식, 막걸리집 별주막에 들른다. 환경운동가에서 시의원을 거쳐 사업가로 변한 서형원 사장의 능숙한 안내가 인상적이다. JH님과 과천종합청사 전철역으로 이동하여 각자 상하행선을 타고 헤어진다.
산행지: 관악산 (632m) (서울 관악, 경기 과천)
날 짜: 2024년 6월 15일
날 씨: 흐리고 비 온 후 갬
일 행: 2명 (맑은물, JH)
산행코스: 사당역 4번 출구 - 관음사 옆 - 관악능선 - 관악산 정상 - 연주대 - 연주암 - 과천향교
산행시간: 6시간 (휴식 포함, 10시 ~16시)
교 통: 수도권 전철 4호선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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