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8. 10:20ㆍ전국산행일기
일요일 아침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가족을 데려다주고 5시간 정도 시간이 생겼다. 산행에 딱 맞는 틈새시간이다.
주차 가능한 가까운 산행지를 찾다 3년 전에 갔던 하남 검단산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10시 전이지만, 공영주차장 대신 안내받은 하남 벤처센터 주차장은 남은 자리가 몇 없다.
주차장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편의점 옆 등산로로 들어선다.
초록터널 같은 완경사 숲길이 시작되는데, 10분 정도 걸으니 기분이 맑아진다. 그린벨트 같은 환경보호 규제로 산 아래 난개발을 막고 있어, 초록 숲길을 누릴 수 있다. 조금씩 가팔라지던 길은 15분 정도 지나며 급경사가 되지만, 숲 기운을 받아 쉬지 않고 오른다.
유길준 묘역을 지나 계속 오르다 보니, 등산로 옆 나무에 끈끈이 벌레 패치가 많이 감겨 있다. 요즘 여기저기 벌레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니, 감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특정 벌레떼가 급증하는 원인과 생태계에서 벌레의 역할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변화, 날씨 변덕, 난개발 등의 과도한 서식환경 변화에 주요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자연이든 문명이든 급격한 변화의 과도기에는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불균형 상황은 요동치다가 결국 균형을 맞추겠지만 과도기를 겪는 생명체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인류,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유다.
체육시설을 지나고 오르막을 한번 오르니 평탄한 길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옆길로 빠졌더니 엄청난 전망대 바위가 있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아래쪽 조망이 모두 트여있는 곳인데, 하남시, 미사조정경기장, 한강, 팔당대교, 예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 번째 전망대를 뒤로하고 돌아온 등산로는 암릉길과 흙길로 갈리는데, 사람이 적은 암릉길을 선택한다. 아직도 산에서 큰소리로 음악을 틀고 다니는 사람, 스틱을 수평으로 들고 다니며 배려 개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사람을 피하고 싶었다. 암릉길에서는 아래 강변도로를 달리는 이륜차의 굉음이 시끄럽게 들려왔으나, 이를 무마하는 바람소리와 초록 숲길에 사색을 곁들여 걷는다.
암릉길은 곳곳이 전망대라 눈과 마음이 시원하다. 검단산은 검푸른 한강과 만나고, 북쪽 예봉산의 아기자기한 능선도 모두 초록색이다. 암릉 틈에 자라는 병꽃나무, 조팝나무, 산분꽃나무 꽃은 덤이다. 조금 더 시야가 트인 전망대에서 예봉산 너머 운길산과 천마산 봉우리를 찾고 팔당호 너머 화야산도 찾아본다. 원래 검단산에 서면 북서쪽 멀리 북한산이 잘 보이는데 안개 때문에 흐릿한 도봉산 형상을 겨우 찾아낸다.
암릉길을 지나 정자 쉼터를 만나고, 평지 같은 숲길로 들어선다. 어쩌다 보니 주등산로와 10~20미터 떨어진 숲길로 진행하게 된다. 비법정등산로는 아니지만, 산을 훼손하는데 일조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직경 20cm에 달하는 10여분 가니 왁자지껄한 정상에 도착한다. 앉아서 쉬는 시간 없이 않고 올라왔기에 1시간 30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더 넓어졌고, 늘 만나는 막걸리, 아이스크림 장수가 있고,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동쪽 데크 전망대에 서니 북동쪽으로 화야산부터, 중미산, 용문산, 백운봉이 가장 뒤쪽능선으로 이어져 보인다. 그 앞으로 유명산, 청계산, 부용산도 찾아볼 수 있고, 동쪽으로 추읍산 역시 특유의 둥그런 형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예봉으로 예봉, 운길산, 천마산까지는 볼 수 있고, 천마지맥의 산군들은 그냥 보이는 것으로 만족한다. 검단산에서 보니 모든 산들이 팔당호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다.
정상을 내려서며, '바로 애니메이션고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가 여유시간을 보낼까?' 잠깐 고민하다가 내친김에 용마산까지 종주해 보기로 한다. 이렇게 자유인인 시절에 충분히 걸어 보자.
용마산 능선 방향으로 들어서니 완전히 다른 산에 온 것처럼 시청각 채널이 바뀐다. 아직 검은등뻐꾸기가 도착하기 전이라 숲은 되지빠귀 노래로 가득 찬다. 간간이 딱따구리의 드르르르륵 드럼 소리도 귀에 쏙 들어온다. 귀만 호강하는 게 아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나무들의 여린 잎은 햇빛을 반쯤 투과하여 연초록색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 최고는 굴참나무인데 선명한 연초록잎과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팔당호는 존재자체로 고도감을 높여준다.
검단산-용마산 능선은 걷기 참 좋지만,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겨울 폭설에 부러진 소나무도 보이고, 서쪽 중부고속도로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는 꽤 크게 들린다.
두리봉(고추봉, 해발 569미터)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길을 몇 번 반복하니 용마산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팔당호 시야 확보를 위해 벌목과 가지치기를 하고, 철쭉을 심어놓았는데, 마침 활짝 핀 철쭉 뒤로 팔당호가 보인다.
용마산 정상에서 남서쪽 능선을 따라 10분을 더 가니 어진마을 방향 하산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조금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급경사 하산길이 이어지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낙엽이 두껍게 쌓여있다. 다만, 이륜차가 바퀴 자국과 깊게 파인 흔적이 선명하여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낙엽송숲을 만나며 완경사가 되고, 밤나무가 많아 지어진 이름 같은 밤나무천 계곡을 만난다. 조그만 개울을 건너 폐가와 양봉장을 지나니 이제 산속을 벗어난 느낌이다. 뒤돌어보니 초록으로 변한 용마산 능선과 골짜기가 보인다. 검단산 입구처럼 평평한 초록 숲길을 조금 걸으니, 사유지 안내판과 산불감시원이 지키는 어진마을 윗길이 나온다. 주택과 소규모 공장, 농지가 혼재된 지역이다.
검단산-용마산 종주산행은 4시간 만에 끝났다.
다만, 15분을 더 걸어 어진마을(벌말) 정류장에 도착한다. 2번 마을버스를 45분 기다리다가, 13번 일반 경기시내버스를 타고 하남 IC 근처에 내려 산곡천을 따라 15분 더 걸어서 벤처센터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산행 끝 지점에서, 1시간 30분이 더 걸려 원점회귀 산행을 끝낸다.
산행지: 검단산(657미터)-용마산(596미터) 종주(경기 하남, 광주)
날 짜: 2024년 4월 28일
날 씨: 맑음
일 행: 1명 (맑은물)
산행코스: 하남 애니메이션고 - 유길준 묘역 - 검단산정상(657m) - 두리봉(569m) - 용마산(596m) - 어진마을(벌말)
산행시간: 4시간 15분 (10시 5분~14시 20분)
교 통: 전철(하남검단산역),
버스(하남시 버스환승공영차고지)
자차(검단산 공영주차장, 벤처센터 주차장)
산곡동 방향 -> 하남: 13번 버스, 2번 마을버스는 주말 운행간격이 매우 김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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