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산행(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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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백산 초원의 하얀 눈 '몽유설산행기' (2024.5.17)
석가탄신일 밤 온대저기압 폭풍이 지나며 백두대간 높은 봉우리에 눈이 내렸다. 설악산 대청봉에 40cm 눈이 내렸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덕유산과 지리산의 설경사진을 보았다. 5월 중순의 많은 눈이 단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기후위기의 신호인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후자에 가깝지만, 호들갑 떨지 말고 기다려 볼 참이다. 날씨가 개는 거 봐서 산행을 하려는데, 불확실한 날씨만큼이나 산행 목적지가 불확실하다. 5월 눈을 볼 특별한 기회를 위해 오대산이나 계방산에 갈까? 푸른 충주호 조망 보러 제천 금수산에 갈까? 철쭉은 조금 이르겠지만 초원 보러 소백산에 갈까?오늘 함께 산행하는 형은 산행초보이고, 부모님 댁에 내려왔다가 산에 가는 거니까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제천 금수산을 선택한다.아침을 ..
2024.05.18 -
다시 초록산으로. 하남 검단산-용마산 종주(2024.4.28)
일요일 아침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가족을 데려다주고 5시간 정도 시간이 생겼다. 산행에 딱 맞는 틈새시간이다. 주차 가능한 가까운 산행지를 찾다 3년 전에 갔던 하남 검단산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10시 전이지만, 공영주차장 대신 안내받은 하남 벤처센터 주차장은 남은 자리가 몇 없다. 주차장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편의점 옆 등산로로 들어선다. 초록터널 같은 완경사 숲길이 시작되는데, 10분 정도 걸으니 기분이 맑아진다. 그린벨트 같은 환경보호 규제로 산 아래 난개발을 막고 있어, 초록 숲길을 누릴 수 있다. 조금씩 가팔라지던 길은 15분 정도 지나며 급경사가 되지만, 숲 기운을 받아 쉬지 않고 오른다. 유길준 묘역을 지나 계속 오르다 보니, 등산로 옆 나무에 끈끈이 벌레 패치가 많..
2024.04.28 -
힘내라 초록잎 힘내라 진달래, 북한산 산행(2024.4.10)
22대 국회의원 선거 하루 전. 가족회의가 열렸다.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1번, 문수봉 후보 2번, 형제봉 후보 3번, 백악산 후보 제안된 후보들은 선택받지 못하고, 대안으로 제출된 후보 4번 칼바위능선으로 우리 가족의 봄 산행지를 결정했다. 총선 후보를 위한 가족회의가 아니라, 가족 산행을 하기 위한 가족회의가 열린 것이다. 4월 10일 아침에 선거준비와 산행준비를 하고 투표소에 간다.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국립공원 투표소에서 한 표 꾹 찍는다. 두 표가 아니라, 이번에는 딱 한 표만 찍었다. 표 얻자고 멀쩡한 동네 재개발 공약, 난개발 공약 내는 후보를 찍을 수는 없기에 기권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진달래가 한창이고,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진달래 후보와 초록잎 후보가 없는 게 아쉽다. 투표..
2024.04.10 -
청수계곡에서 백운대까지 13Km 왕복하다 (2021.4.15)
하루 연차휴가를 쓰고, 오전에 아이가 만든 새집을 달았다. 주택가 새들의 이사철이 끝나가고 있지만, 누군가 입주해 주면 좋겠다. 이른 점심을 먹고 12시가 넘어 집을 나와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엊그제 내린 30mm 봄비 덕분에 청수계곡은 맑은 물이 촬촬 흐르고, 자연의 색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두와 초록 사이에서 다양한 채도의 신록이 나오고, 복사꽃과 산벚꽃은 색다른 분홍색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계절의 산행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아름다움에 취하면 마음에 흥이 생겨나고, 몸에는 에너지가 흐른다.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 청수계곡 청수폭포, 쉼터, 청수 2교, 마당바위, 쌍샘 약수터까지 일사천리로 오른다. 쌍샘 약수터를 지나니 청수계곡 아래에 비해 봄이 하루이틀 늦는다.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지만, ..
2021.04.28 -
북한산 도사가 되고 있다. 청수계곡-북한산성 (2021.3.7)
아직 해가 뜨기 전, 일요일 이른 아침. 집을 나서 정릉탐방안내소로 향한다. 흐린 날이지만,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새벽 산행을 마치고 벌써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 목표는 청수교를 건너 대성능선으로 북한산성까지 올라,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청수계곡에서 대성문으로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대성능선은 '등산로 없음'인데, 등산로를 막아 놓은 것도 아니고, 곳곳에 등산로를 재정비하여 여기가 등산로 없는 비법정 탐방로인지, 많이 다니지 말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대성능선은 지난해 더불어한길 친구들과 매미나방 애벌레를 피해가며 올랐던 구간이다. 오늘은 홀로, 배낭 없이 걷다 보니 걸음이 빠르다. 왼쪽으로 보이던 형제봉이 더 낮은곳으로 지나가고, 오른쪽의 칼바위 능선은 더 가까워지고, 북한산..
2021.03.07 -
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 아침 산행 (2021.2.27)
새벽에 잠이 깨어 밖에 나가보니 아직 대보름 달빛이 환하다. 어젯밤 대보름 달에게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 멋진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형제봉 너머로 내려가는 보름달 빛에 요정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운 기운이 묻어있다. 저녁에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새벽에 달이 지면 해가 뜬다. 희망이 지면 또 다른 희망이 뜨고, 희망은 돌고 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시대는 저녁을 향해 가고 있을까? 아침이 밝아 오고 있을까? 해가 아니라 지구가 돌 듯, 사회와 나의 시계 역시 외부 환경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한국의 시민들이 행동하여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들어왔다가 뒷산인 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문필봉을 가려고 다시 집을 나선다. 아침 6시 30분, 우수 지나 경칩이 다가오며 낮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
2021.02.27 -
아이가 처음 오른 북한산 청수계곡-칼바위능선(2020.3.15)
2020년 봄. 전쟁 같은 코로나-19 사태로 '출근을 제외한' 일상이 흐트러지고 있다. 특히, 어린 딸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등학교 입학식도 못하고 있다. 아이는 지금 겪는 상황이 곧 세상이라 받아들이겠지만, 개학이 연기된 것과 학교의 첫출발 입학식이 연기된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이 사태에 대해 학교 봉쇄만이 유일한 답이라면, '현대의 학교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무거운 고민은 어른의 몫. 이 세상의 부조리와 불행한 고민은 청소년 이상에게 떠 넘기기로 하자. 나중에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설 때, 어릴 때 쌓아 놓은 즐거움은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20년 3월 둘째 주 일요일. 교육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나는 아이와 북한산성에 오..
2020.03.22 -
봄이다 산에가자. 북한산 정릉 - 4.19 기념탑 (2019.4.27)
나에게 산에 가는 의미는 등산이라는 목적보다 자연을 찾고 자연을 즐기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함께 산을 즐길 친구도 거의 없고, 전 직장 후배가 유일한 산행 동료가 되었다. '산에 가자. 시간되면 같이 가고, 시간이 안되면 기다렸다 시간 맞춰가고. 떠나자 산으로!'라고 말하고 싶지만, '산'이 아니어도 요즘은 각자 방식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산행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번 봄에도 진달래 산행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전 직장 후배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2주를 기다렸더니 진달래 산행 계절이 지나고 신록의 계절이 되었다. 4월 말~5월에는 더 좋은 산을 고르기 위해 고민할 필요 없이 어느 산에 가도 봄을 만날 수 있다. 제철 과일이 맛있듯이, 요즘 제철 산행은..
2019.04.28 -
북한산 형제봉 분홍산 산행 (2018.4.14)
올봄부터 서울 북한산 자락에 살게 되었다. 지난겨울, 아이와 흰 산(눈 덮인 겨울산) 얘기를 하다가 받은 질문. "아빠, 이 세상에 분홍 산도 있어?" "응? 음...음...봄이 되면 분홍 산도 생겨"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 온 산들이 붉은 꽃들로 물들고 있는 이 계절을 놓칠 수 없어, 가족과 함께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오르기로 한다.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니 청수 계곡에 뒤늦은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주중에 내린 봄비도 청수 계곡을 시끄럽게 하며 흐른다. 청수 1교를 건너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면 지난겨울 산행했던 영취사를 지나 북한산 대남문으로 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직진. 돌계단을 지나 형제봉 방향으로 오른다. 아이가 그래텔 숲이라고 이름 지은 작은 공터와 산..
2018.04.22 -
북한산 국민대-형제봉-성북동 산책 산행 (2016.5.8)
일요일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여, 잠깐의 자유시간을 얻는다. 자유시간도 누려본 사람이 잘 누리는지라, 무엇을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몸에 익숙했던 취미는 산행이라,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향해 집을 나선다. 오늘은 마침 어버이날이고, 나는 형제봉으로 향한다. 뭔가 연관이 있을듯한 조합이지만, 아무런 연관은 없고, 신록의 계절에 산을 찾는 게 좋을 뿐이다. 동네에서 버스를 타면 국민대까지 평소 주말이면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연휴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40분이 넘게 걸린다. 국민대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 익숙한 탐방안내소를 지나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화사하게 빛나던 벚꽃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북한산 숲은 초록이 우거져 있다. 가장 급진적이고..
2016.05.29 -
이른 봄 도봉산에는 녹색이 오지 않았다 (2012.3.17)
날씨가 싸늘해도 3월은 모두가 인정하는 봄이다. 3월이 되면 집에 머물기보다 밖에 나가고 싶고, 도시에 머물기보다 교외로 나가 자연을 통해 봄이 오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진다. 아직은 이름뿐인 봄에, 아직은 이름뿐인 정당, 녹색당 산행모임에서 지난 2월 북한산 산행에 이어 3월에는 도봉산을 가기로 했다.녹색당 창당하면서 알게 된 산초님과 산행 약속을 하고, 게시판과 SNS에 산행 알림 글을 남겼지만, 지난달 산행했던 당원들에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자율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녹색당이라고 해도 4월 선거를 앞둔 시점에 산행 공지를 하고 산에 간다는 것은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 자체 검열을 한 것이다. 토요일 아침, 그래도 서너 분은 오시겠지?라는 기대를 하며 도봉산으로 향한다. 도봉산 버스종점..
2012.03.24 -
도봉산에 케이블카를? 오해가 있었던 녹색연합 산행(2010.3.27)
지난 토요일(3월 27일)에 녹색연합 회원행사로 나비와 도봉산에 다녀왔다. 녹색연합 산행 1시간 전부터, '케이블카 없는 국립공원을 위한 서명' 캠페인에 참석하려고 갔지만, 공부 없이 갔더니 할 말이 없어 멀뚱멀뚱 서 있었다.원래 나의 계획은 '올해는 북한산(국립공원)에는 가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북한산 케이블카 계획을 막고, 너무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북한산의 탐방 문제를 알리기 위해 뭔가를 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국립공원에 추진되는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진정성이 전해질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려면 용기도 필요하고, 공부하는 부지런함도 필요할 것 같다.하지만, 나의 생각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녹색연합에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문제를 알리기위해 준비한 산행이어서, 이번에는 그..
2010.04.01 -
조용하고 한적한 양평 추읍산(2010.2.28)
양평군에는 용문산, 청계산, 백운봉, 유명산(마유산), 중원산 등 좋은 산이 많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워 등산객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중앙선 전철이 용문역까지 연장되면서 양평군으로 산행하기 좋아졌다. 추읍산 역시 중앙선 전철이 원덕역에 정차하면서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 되었다.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대보름이 삼일절과 이어져 3일 연휴가 되었다. 가운데 위치한 2월의 마지막 날에 여자 친구와 함께 추읍산을 찾았다. 회기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착한 원덕역은 도시의 전철역보다 더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역 주변 마을은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 앞에는 대단위 유기농 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한바탕 신나는 윷놀이판을 벌어졌다. 마을을 지나..
2010.03.31 -
양평 청계산-부용산 봄꽃 산행 (2009.4.12)
수도권에 청계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3개가 있다. 한자로도 모두 淸溪山으로 표기되는 거 보면, 예전에 모두 맑고 고운(淸) 계곡(溪)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산들이다.과천 청계산은 북한산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으로 등산로가 가장 많이 훼손되었고, 점점 다가오는 개발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포천 일동의 청계산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름대로 맑고 푸른 계곡을 숨기고 있다. 최근에 중앙선 전철역 개통으로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양평 청계산 아직은 괜찮지만,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훼손되는 건 시간문제. 하지만, 이제 등산객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고, 양평군에서도 신경 쓰고 있을 테니, 과천 청계산보다는 괜찮은 운명일 것 같다..
2009.05.08 -
봄 마중 산행, 도봉산 (2009.3.8)
지난 12월 초. 겨울의 입구에서 찾았던 북한산, 겨울을 보내고 봄의 입구에서 다시 도봉산을 찾았다. 일요일 아침, 게으름을 피우다 집에서 늦게 나왔는데, 늦게 나오니 오히려 날씨가 포근하고 좋다. 2년 전에 더불어한길 사람들하고 왔을 때는 회룡역에서 길을 몰라 아파트 옹벽 옆으로 해서 겨우 회룡사 계곡을 찾았지만, 오늘은 쉽게 산행들머리까지 도착하여, 회룡사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회룡사 아래쪽 계곡은 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아 흐르는지 주중에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제법 물이 흐른다. 아직은 완연한 봄이라 하기에는 이른 날씨지만, 계곡에 물이 흐르니 보기는 좋다. 지금은 회룡사 계곡물이 농사일과는 상관없는 곳이 되었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눈이 녹은 물이 흐를 때 이 물을 가두어 벼농..
2009.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