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계곡에서 백운대까지 13Km 왕복하다 (2021.4.15)

2021. 4. 28. 17:42북한산국립공원

하루 연차휴가를 쓰고, 오전에 아이가 만든 새집을 달았다. 주택가 새들의 이사철이 끝나가고 있지만, 누군가 입주해 주면 좋겠다. 

이른 점심을 먹고 12시가 넘어 집을 나와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엊그제 내린 30mm 봄비 덕분에 청수계곡은 맑은 물이 촬촬 흐르고, 자연의 색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두와 초록 사이에서 다양한 채도의 신록이 나오고, 복사꽃과 산벚꽃은 색다른 분홍색을 만들어 낸다.
이런 계절의 산행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아름다움에 취하면 마음에 흥이 생겨나고, 몸에는 에너지가 흐른다.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 청수계곡 청수폭포, 쉼터, 청수 2교, 마당바위, 쌍샘 약수터까지 일사천리로 오른다.

쌍샘 약수터를 지나니 청수계곡 아래에 비해 봄이 하루이틀 늦는다.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마른풀이 많은 길 옆에서 "스르륵" 소리가 나서 봤더니, 뱀이 바위밑으로 간다. 북한산에서 처음 만난 뱀이라 무섭기보다는 반갑다.

이 구간에서 가장 가파른 길을 오르면 보국문에 도착한다. 북한산성을 따라가다가 길 옆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이번에는 장지뱀이 인간을 경계하며 슬금슬금 멀어져 간다. 오랜 진화의 결과 지구상 많은 동물들이 인간을 가장 무서워하는 시대가 되었다.

녹지가 많이 훼손된 대동문 휴식터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폐쇄되었다. 자연 훼손이 심각할 때도 손 놓고 있더니, 엉뚱하게 코로나로 출입금지된 상황이 웃프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판데믹 1년이 지나며 지나친 강제방역은 지양하는데, 한국은 점점 강제방역이 기승을 부린다. 폴리닥터들은 오물 만난 세균처럼 데이터를 조작하고, 어느 순간 그들은 의학이라는 과학을 버리고, 정치신념에 따른 방역을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까? 주요 언론 지면에 '등산하다 코로나 감염된다'는 소설이 등장하는걸 걸 보면, 글쎄다.

북한산성의 동쪽 지휘소 동장대 옆 참나무 꼭대기에서 청딱따구리가 목청 키워 끝없이 노래 부른다. 아직까지는 산행객 숫자와 동물 숫자가 같다.
북한산성을 따라가다 보니 눈앞에 용암봉, 인수봉, 영봉으로 이어지는 절경이 나타난다.

용암문을 지나고, 노적봉 갈림길에서 망경대 아래를 길게 둘러간다. 길이 험하지 않지만, 등산로를 벗어나면 낭떠러지다. 애써 험한 봉우리에 오르지 않아도, 북한산성 계곡 방향으로 시야에 막힘이 없고, 바위사면에 핀 진달래는 무척 아름답다.

백운동암문 (위문)을 지나 가파른 바윗길을 조심조심 오르니 10년 만에 백운대 정상에 도착한다. 전국에 높은 산이 많지만, 북한산에서 백운대는 사방이 뚫린 하늘 아래 최고봉이다. 인수봉, 만경대가 살짝 낮게 솟아 있어서 백운대가 더 높게 느껴진다.
따사로운 봄 햇살, 시원한 산 바람, 한적함은 코로나시국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다.
남쪽으로 보국문을 찾아 걸어온 길을 보니 꽤 길다. 짧은 코스인 우이동이나, 북한산성 계곡으로 하산할까 하다가, 마스크 쓰고 대중교통 타는 게 싫고, 야외활동 마저 눈치 보이는 상황이 싫어 왔던 방향을 거꾸로 걸어 하산하기로 한다.

만경대 아래에서 돌아본 백운대는 상당히 높고, 거대한 바위산이다. 만경대 아랫길에서 북한산성 계곡과 의상능선을 바라보이는 신선의 식탁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정상적인 등산로의 큰 바위를 넘어가다가 허리를 삐끗한다.

노적봉 갈림길을 지나 용암문부터 북한산성을 따라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진달래길, 신록길이다. 아까 삐끗한 허리가 걷는데 신경 쓰인다. 마음은 신선일 수 있지만, 몸은 인간임을 잊지 말아야 했다.

보국문 옆에서, 진달래와 어우러진 삼각산 전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청수계곡으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북한산 백운대 (서울, 경기 고양)
날   짜: 2021년 4월 15일
날   씨: 맑음
산행시간: 5시간 30분(12시 15분~17시 45분)
산행코스: 청수계곡 -보국문-대동문-동장대-백운대암문-백운대-(되돌아)-보국문-청수계곡
일행: 1인 (맑은 물)
교통: 도보 (*북한산은 어느 방향이든 대중교통 편함)


[포토 산행기]

새집, 입주조 기다림
청수계곡의 봄
청수계곡 복사꽃
사방댐의 흔적도 봄꽃에 지워지고.
청수1교 부근
맑은물, 곧은소리 폭포
청수계곡의 봄
참나무도 봄 맞이 중
줄딸기 꽃
청수2교 지난 상류
청수계곡(정릉천 상류)
청수계곡 (무명폭포)
청수계곡 (정릉천 상류)
봄 & 꽃
애기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