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형제봉 분홍산 산행 (2018.4.14)

2018. 4. 22. 23:59북한산특집

올봄부터 서울 북한산 자락에 살게 되었다. 

지난겨울, 아이와 흰 산(눈 덮인 겨울산) 얘기를 하다가 받은 질문. 

"아빠, 이 세상에 분홍 산도 있어?" 

"응? 음...음...봄이 되면 분홍 산도 생겨"

 

계절이 바뀌고 봄이 왔다. 온 산들이 붉은 꽃들로 물들고 있는 이 계절을 놓칠 수 없어, 가족과 함께 가까운 북한산 형제봉을 오르기로 한다.

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니 청수 계곡에 뒤늦은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주중에 내린 봄비도 청수 계곡을 시끄럽게 하며 흐른다. 청수 1교를 건너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면 지난겨울 산행했던 영취사를 지나 북한산 대남문으로 오를 수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직진. 돌계단을 지나 형제봉 방향으로 오른다. 아이가 그래텔 숲이라고 이름 지은 작은 공터와 산죽 군락지를 지나 작은 계곡을 따라 오르니, 신성천 약수터가 나온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계속 오르면 형제봉 오르는 능선길을 만나게 된다.

능선길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하지만, 화강암 부식이 심하고, 등산객도 많은 길이라 깊게 패인곳도 많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등산로 훼손을 막으려는지 방부목과 바위 덩어리 등을 쌓아둔 걸로 봐서 곧 등산로 정비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다. 방부목 등산로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이런 곳에 방부목 계단은 필요할 것 같다.


아이는 잘 오르다가도 조금 험한 바윗길이 나오면 '힘들어. 안아줘'라며 어리광을 부린다. 달래 가며 오르다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잠시 안아주며 오르다 보니 너른 바위 전망대가 있다. 정릉동 일대와 주변 동네가 보여, 쉬었다가 다시 오르락내리락 등산로를 지나니 보현봉-형제봉-평창동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에서 남쪽 형제봉 방향으로 바윗길을 5분 오르면 바로 형제봉 정상에 도착한다. 

 

형제봉은 해발 467미터로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에 비해 낮고, 방향에 따라서는 보현봉에 겹쳐서 큰 봉우리로 보이지 않지만, 정릉동이나 평창동에서 보면 형과 아우 2개의 봉우리가 잘 보인다. 도시와 표고차가 있어서, 형제봉에 오르면 가깝게는 정릉동-길음동 일대와 서쪽의 평창동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멀리는 성북구와 동대문, 중랑구 등 강북 일대가 보인다.  남쪽으로 백악산과 안산, 북서쪽으로는 은평구 비봉, 보현봉에서 북동쪽 칼바위 능선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북한산 국립공원 남쪽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형제봉은 아이도 오를 정도니까, 산행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게다가, 오르는 길 곳곳에 진달래가 피어서 분홍산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아빠 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었다. 형제봉 정상에서 가족 소풍 같은 점심을 먹고, 영취사 옆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숲길로 하산하기로 한다. 

 

형제봉에서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보토현으로 불리는데, 북한산 정기가 이 보토현을 통해 북악(백악)산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물론, 현대에서 예전 풍수지리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지만, 산세와 지형, 환경이 우리 인간의 정서에 깊은 영향을 끼치기는 할 것 같다.
보토현 길은 험하지 않은 얕은 바위와 흙길로 능선이 이어져 걷기 좋다. 등산객들이 나무로 받쳐놓은 큰 바위를 지나 경사가 급해질 무렵, 오른쪽(동쪽) 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보인다. 영취사 방향 하산길인 것 같다. 비법정탐방로는 아닌 듯한데 등산로의 흔적이 희미하다. 경사진 길을 조금 내려오니 샘물이 나타나고, 계곡이 시작되며 다시 걷기 좋은 길이 나왔다. 아직 6살인 아이는, 힘들때 마다 업어달라, 안아달라고 하는데, '다 예상하고 힘들지 않은 형제봉을 선택했단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짧은 구간을 안아주고, 힘든 걸 참도록 걷기도 유도하며 내려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갈림길에 도착했더니 영취사 갈림길이었다. 보토현에서 갈라지는 곳에는 탐방 금지 안내가 없었지만, 이곳에는 위쪽으로 탐방로 없음 표지판이 나온다. 우리는 비법정 등산로를 내려온 것 같다.

 

이제부터 등산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조금 더 내려갔더니 청수천 샘이 나오고, 졸졸 거리던 계곡 물소리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다. 높은 산 큰 계곡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계곡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봄이 오는 청수천계곡을 따라 하산하다 보니, 청수 2교를 지나 출발했던 정릉 탐방안내소 주차장으로 내려오며 산행을 끝낸다.

북한산은 돌산이라 아이가 걷기에 다소 무리가 될 수 있었지만, 아이도 제법 산행을 잘했고, 봄꽃과 봄의 흔적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산행지 : 북한산 형제봉 (서울 성북구, 종로구)

날 짜: 2018년 4월 14일

날 씨: 맑음

산행 시간 : 4시간 (11:00~15:00)

산행 코스 : 북한산 청수계곡 - 형제봉 - 보토현능선 - 영취사 갈림길 - 청수천 샘 - 정릉계곡 주차장

일 행 : 3명 (맑은물 가족)

교 통 : 서울에서 북한산 정릉계곡 입구까지 버스 노선 다수, 110, 143, 162, 1020


[포토 산행기] 

[북한산 청수계곡의 봄]
[북한산 청수계곡의 봄]
[청수계곡, 인공 청수폭포]
[형제봉 가는 길]
[괴상한 모양의 마른 나무]

 

[형제봉 오르는 길 전망대]
[형제봉 오르는 길]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
[봄이, 분홍꽃이 피고 있다]

 

[형제봉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보현봉]
[형제봉 아래 너른 바위가 침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