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에서 백악산 넘어 정릉까지 이어진 길 (2023.10.15)

2023. 10. 15. 20:06산행일기

백악산이 전면 개방된 뒤로 인왕산, 백악산, 형제봉을 연계하여 여러 코스로 산행을 다니고 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시내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에 오늘은 서울 종로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시도해 볼 참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 안국역 1번 출구 근처에 내린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인해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등산복 차림의 나는 북촌 윤보선길을 따라 가회동 감사원 언덕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선다. 삼청공원에서 지난해 개방된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 곡장을 넘을 계획이었는데, 삼청공원에 설치된 백악산 안내 지도를 보니 말바위 전망대와 숙정문을 통해 곡장으로 곧장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안내 지도에는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 등산로가 끊어져 있어, 길이 없으면 내려오겠다는 생각으로 산책길 같은 계단길로 들어선다.

잘 정리된 산책길을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 말바위 전망대는 높지 않지만, 남쪽으로 광화문, 종로, 을지로의 고층건물 숲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건물과 백악산 아래 녹지가 대비와 조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북쪽으로 아기자기한 주거지역 성북동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광화문과 성북동은 이 능선(한양도성)을 사이에 두고 다른 세상이 되어있다. 한양도성 밖의 성북동이 저층 주거지역으로 남아있는 덕분에 백악산과 한양도성의 역사, 문화, 자연 가치가 많이 높아졌다.
 
지난해까지 한양도성 백악산구간 등산객 신분을 확인하던 말바위안내소는 이제 신분확인 절차 업무를 하지 않는다. 국가 안보의 이유로 백악산 한양도성을 출입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졌다. 이제는 군사 안보가 아니라 역사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출입하지 말아야 할 곳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한양도성 옆으로 자연 복원을 위해 출입을 금지한 구간이 있다.
 
말바위안내소를 지나 한양도성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숙정문에 도착한다. 한양도성 북문 숙정문은 성곽과 주변 숲과 잘 어울리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숙정문은 숭례문, 흥인지문과 달리 혼자 높은 문화재급이 되기보다, 한양도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꿈꾸고 있다. 숙정문 밖으로 나가보니, 아이가 아주 어렸던 시절에 성북천 발원지를 따라왔던 숙정문 앞까지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숙정문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소중한 추억이다.

다시 성 안으로 들어와 계속 숙정문에 올라 한양도성을 따라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바람에 떨어져 나온 솔향기가 도성을 따라 흘러간다. 곡장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곡장에 오른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조망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날씨가 흐리지만, 시야만큼은 최고다. 남산, 광화문 시내, 백악산, 보현봉, 비봉능선, 하늘의 회색구름까지 멋진 가을이다.
 
곡장을 내려와 북쪽으로 100미터 떨어진 곡장안내소를 지나 4번 출입문(안보를 위해 막았던 출입문)을 지나 북악산길을 만난다. 평창동 서울예고 방향으로 바로 내려가는 가까운 산길이 있지만, 북악산길을 따라 팔각정에 오른다. 팔각정에서 찻길을 건너니, 숙정문으로 바로 이어지는 탐방로 출입구가 있다. 다음에 이 길을 활용하여 걸어보기로 하고, 되돌아와 북악하늘길을 따라 정릉방향으로 걷는다. 작년(2022년) 10월에 아내와 아이와 함께 걸었던 길이다. 익숙한 하늘전망대 갈림길에서 여래사로 내려와 북악터널 상부를 지나 국민대를 가로질러 정릉천까지 도달한다. 산길을 천천히 넘어 3시간 넘게 걸렸지만, 빠르게 걸으면 광화문까지 2시간 거리다. 속도와 시간에 밀려 효능감을 잃고 있지만, 걷기는 여전히 인간의 훌륭한 신체 능력이다.


산행지: 백악산 (서울 종로구, 성북구)
날 짜: 2023년 10월 15일
날 씨: 흐림
일 행: 맑은물 (단독)
산행코스: 안국역 - 삼청공원 - 말바위전망대-숙정문-곡장-팔각정-여래사-정릉천  
산행시간: 3시간 30분 (14시 10분~17시 40분, 휴식포함)
교 통: 서울 시내버스(안국역)


[사진 산행기]

감사원 언덕 넘어 삼청공원으로
말바위전망대에서 남남서쪽 조망, 숲, 북촌, 고층건물이 이어진다
말바위전망대에서 조망
남남동쪽 조망
말바위전망대에서 본 백악산, 이렇게 보니 깊은 산 같다
성북동 끝, 팔각정 너머로 보이는 보현봉
성북동 고급 주택단지, 오른쪽 멀리 수락산이 보인다
시인 김광섭은 성북동이 저 정도(?)로 개발되는것도 마음 아파했다
삼청각, 뒤로 팔각정, 뒤로 보현봉
서울의 많은 능선이 힐스테이트가 아닌 저층 주거지로 남았더라면....늦었다고 생각되지만, 늦었다.
숙정문
숙정문 지나 한양도성에서 성북동 방향 조망, 청량리 고층지대도 보이고. 멀리 용마산 능선이 보인다
다시, 서울 시내가 보인다
지금 조망지점이, 북한산-보토현-광화문-관악산 축의 어느 지점이다
경복궁, 광화문, 건물 숲, 관악산
누군가의 자연예술 작품
동쪽으로 한양도성이 낙산으로 이어지며 가라앉는다. 왼쪽 멀리 용마산-아차산,
팔각정 뒤로 헬리콥터가 보인다. 보현봉-문수봉 어딘가에서 사고가?
곡장에서 바라본 백악산 정상, 왼쪽 멀리 남산, 오른쪽 뒤로 인왕산이 보인다
곡장에서 남쪽 조망
곡장에서 북쪽 조망, 보현봉(우)에서 왼쪽(남서)으로 비봉능선이 이어진다
북악산길쪽에서 본 보현봉
팔각정에서 남쪽 조망(서울시내), 백악산 곡장(오른쪽 봉우리)
북악산길에서 북서쪽(저 멀리 비봉-족두리봉이 보인다)
북악산길에서 서쪽. 산만 보면 여기도 깊은 산중 같다
여래사를 지나 북악터널 위쪽 (국민대학교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