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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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의 비밀이 숨어 있는 영월 태화산 (2023.11.3)
영월에서 가까운 제천 금수산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 가까운 영월 태화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금수산은 해발 1012m, 태화산은 해발 1027m로 비슷한 높이다. 금수산 최단코스는 약 5시간, 태화산 최단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흥교 태화산농장으로 출발한다.(주의: 네비에 꼭 '흥교태화산농장' 검색) 태화산에 가보지 않은 영월 사람들은 많아도, 태화산을 보지 못한 영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화산은 영월읍에서 고개만 들면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고, 유명한 고씨동굴이 바로 태화산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산인데, 흥교 태화산농장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럴 수가?' 10여 년 전에 어딘지도 모른 체 흥교마을에 왔다 갔던 ..
2023.11.03 -
단풍과 암릉과 하늘과 사람, 운악산 (2023.10.22)
가을 산행을 찾아보고 있는데, 아내가 이번에는 같이 가자고 했다. 자연스럽게 아이도 같이 가게 되었는데, 여차저차 이유로 아이 친구까지 4명이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 우려와 달리 길이 막히지 않아 서울에서 운악산 주차장까지 1시간 5분 만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이미 절반 이상 채워지고, 산악회의 대형 버스도 줄지어 서 있지만, 이제 9시 45분이니 출발은 좋다. 음식준비로 분주한 두부전문 식당가와 새로 생긴 근사한 외관의 카페를 지나, 활기찬 등산객들에 어울려 빠르게 운악산 매표소(무료) 방향으로 이동한다. 등산 안내판에서 오늘 산행코스를 확인하고, 일주문을 지나 언덕길을 조금 올랐더니 아이들이 덮다고 외투를 벗기 시작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두껍게 입고 왔지만, 차에 벗어 두..
2023.10.22 -
서울 북촌에서 백악산 넘어 정릉까지 이어진 길 (2023.10.15)
백악산이 전면 개방된 뒤로 인왕산, 백악산, 형제봉을 연계하여 여러 코스로 산행을 다니고 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시내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중에 오늘은 서울 종로에서 정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시도해 볼 참이다. 버스를 타고 서울 안국역 1번 출구 근처에 내린다. 근현대 문화유산과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인해 북촌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등산복 차림의 나는 북촌 윤보선길을 따라 가회동 감사원 언덕을 지나 삼청공원으로 들어선다. 삼청공원에서 지난해 개방된 법흥사 터를 지나 한양도성 곡장을 넘을 계획이었는데, 삼청공원에 설치된 백악산 안내 지도를 보니 말바위 전망대와 숙정문을 통해 곡장으로 곧장 넘어가도 될 것 같았다. 안내 지도에는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까지 등산로가 끊어져 ..
2023.10.15 -
여행과 산행, 일석이조. 서산 팔봉산 산행 (2003년 6월15일)
[안내. 2003년 6월. 아주 오래전 산행일기인데, 편집 과정에서 최근 날짜로 잘못 표시되고 있습니다] 토요일 밤 서산에 도착하여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여유 있게 일어나서 산행준비를 한다. 이른 아침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려 '산에 못 가는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오전에 비가 그친다. 어젯밤 술나라로 달린 몇몇은 가랑비 핑계를 대면서 산행을 방해했지만, 산행 강행 세력의 힘이 더 세다. 서산 버스터미널에서 팔봉산가는 시내버스를 20여분 타고 팔봉산 입구인 양길리에 내렸는데, 팔봉산 입구라기보다는 그저 시골마을 같은 느낌이다. 등산을 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이런 아늑한 분위기도 오늘은 좋다. 양길리 정류장에서 산행입구 표지판을 찾아서 팔봉산 주차장까지 걸어가는데, 모내기를..
2023.06.24 -
초록 산길과 으스스한 산길을 경험한 태백산(2023.5.30)
준비 없는 산행은 하지 않는 편이다. 영월 고향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산행을 위해 나올 때까지 어느 산을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철쭉이 피어 있을 소백산 연화봉? 혼자 운전할 수 있는 날 아니면 가기 힘든 치악산 남대봉? 횡성 사자산? 갈팡질팡하다 철쭉 계절에 어울리고 길을 아는 산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태백산으로 향했다. 결국 준비 없는 산행을 했다는 변명이다.38번 국도 석항 IC를 빠져나와 영월 산솔면에서 옥동천 옆 88번 지방도를 따라간다. 1000미터급 산이 이어지고 아래로는 구슬 같은 옥동천이 흐르는 김삿갓면과 상동읍 풍광은 언제 봐도 좋다. 구불구불한 화방재를 넘어 1km쯤 더 가서 유일사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한다. 준비물이 부족하여 화방재 휴게소로 뒤돌아 갔다 오니 2시 50분이다...
2023.06.03 -
초록 꽃길만 걷자. 평창 고루포기산(2023.5.27)
대관령면 하늘이 잔뜩 흐렸다. 낮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맞을 것 같다. 비가 오면 산행을 포기할까? 포기하지 말까? 오늘 가려는 산이 하필 고루'포기'산이다. 가족은 용평리조트 물놀이장으로 가고, 나는 라마다호텔 옆에 차를 세우고 우산과 우비를 챙긴다. 만반의 준비를 한건 아니지만, 폭우가 아닌 이상 포기 없이 산행은 가능할 것 같다. 펫피아 공사장 앞 길을 지나 계곡을 따라가니 라일락과 함박꽃이 핀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여 오목골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은 풀이 무성하여, 오른쪽 다리를 건너 임도 방향으로 간다.쥐오줌풀 꽃이 여기저기 핀 임도를 걸으니 새 노랫소리도 들리고, 초록 숲의 기운에 하얀 고광나무 꽃 향기가 더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 맘껏 숨을 들이쉬니, 숲을 들이쉰 것 같다.10..
2023.05.27 -
꽃과 신록에 감춰진 험난한 철마산-내마산 (2023.5.14)
산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여 년 전 '더불어한길'이라는 인터넷 산행 카페 가입이 시작이었다. 그 후로 한길 산행이 항상 최우선이었고, 그다음으로 지역과 직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과 가끔 산행을 다녔지만 낯선 사람과는 산행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웬만큼 친한 상대가 아닌 이상 오프라인 산행은 자칫 침묵 산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문득 '오래전 인터넷 산행 모임과 다를 것이 없는데, 나이를 먹으며 덜 적극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실행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에 산행 안내 포스팅을 했다."주말 철쭉 산행하실 분 모집"평소에 소통을 많이 했던 JH님이 의사를 표현해 주었고, 일요일에 남양주 진접역에서 만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온라인 ×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접속'이 성사되었..
2023.05.15 -
아이와 함께 오른 겨울 선자령 (2023.2.22)
봄이 다가오니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위해 봄 방학인 아이와 함께 선자령에 가기로 했다. 요즘 KTX 강릉선은 인기노선이라,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 11시 넘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진부역(오대산역)을 거쳐,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니 벌써 1시 50분이 넘었다. 산행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야 한다.대관령에서 선자령 산행 시작점은 세 곳이다. 대관령국사성황사라는 큰 표지판을 지나 현대(HYUNDAI)라는 글씨가 적힌 큰 풍력발전기 옆까지는 같은 길이다.첫 번째 등산로는 풍력발전기 옆 왼쪽 서낭골(?)에서 시작되는 길로, 재궁골을 경유해 선자령 정상에 오를 때 유용하다.두 번째는 풍력발전기 옆을 지나 100미터 더 가면 만나는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
2023.02.22 -
따뜻한 겨울, 함백산 산행 (2023.1.23)
강원도 고향집에서 설 명절을 보내다가 하이원 리조트에 갔다. 가족은 리조트에서 놀고, 나는 산행을 하기로 한다.따뜻한 겨울라 기대했던 것보다는 눈이 적지만, 만항재로 오르니 눈이 제법 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이지만 등산복, 등산화는 있고, 겨울산행 필수 아이템 아이젠이 없다.'200미터 떨어진 만항재 쉼터에 가면 아이젠이 있을까?'소공원 주차장에서 등산화 끈을 묶으며 고민하다 그냥 산행을 시작한다. 소공원 주차장이 해발 1280미터 정도인데, 영상의 기온에 눈이 등산로 눈이 녹아 겉미속미, 겉도 미끄럽고, 속도 미끄럽다. '괜히 그냥 왔나? 다시 만항재 쉼터로 되돌아갈까?' 갈등하다 그냥 직진한다. 함백산이 험하고 많이 걸어야 하면 무조건 내려갔을 텐데, 험하지 않은 함백산이니까 미끄러지면서도 그냥 오른..
2023.01.23 -
서울산행을 풍요롭게 한 백악산 개방 (2022.4.11)
봄이 됐으니 봄산행을 떠나 볼까? 가까운 산에 갈까? 멀리 떠나 볼까? 봄꽃으로 유명한 산행지를 알아보다가 지난주 언론의 문 대통령 산책 오보로 뜨거운 백악산을 선택한다. 산행지는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언론은 사주 마음대로 보도하면 안 된다. 언론 자유는 언론사 자유가 아니라 권력의 탄압으로부터 자유이고, 책임과 한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직장에 휴가를 쓰고, 평일 낮에 떠나는 산행은 봄꽃 향기만큼 달콤하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부암동 삼거리에 내린다. 유명 에스프레소 카페 뒤 골목길을 돌아 창의문 안쪽으로 들어서니, 지긋한 연세의 문화해설사가 젊은 탐방객들에게 창의문(자하문)에 대해 설명 중이다. '창의문에서 서쪽 백사실 계곡과 홍제천 세검정 저녁노을 색이 아름다워 자하동(紫霞..
2022.12.27 -
늦가을 홀로 철마산-천마산 걷기 (2022.11.6)
한 달 전 철마산에서 힘이 느껴지면서도 섬세한 산줄기를 한참 바라보았다. 철마산-천마산을 연결하는 천마지맥인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한번 걷고 싶었다. 마침 한 달 만에 산행 기회가 생겼고, 주저 없이 천마지맥으로 향했다.천마산 정상만 오르려면 남양주 평내 혹은 마석에서 오르는 게 좋지만, 천마지맥을 걷기 위해 오남역에 내려 오남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창밖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도시의 가을풍경이 버스 속도로 지나간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오남읍의 정감 있는 풍경도 곧 사라질 텐데, 빽빽한 고밀도 건물숲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이 보존되는 저밀도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버스에서 내려 근처 편의점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남저수지 옆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한 달 전 하산길의..
2022.11.06 -
정릉 ~ 팔각정 ~ 백악산 ~ 창의문 (2022.10.22)
최근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이 완전히 개방되어 북한산-백악산 연계산행이 가능해졌다. 토요일 아침, 나는 집근처 정릉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백악산까지 가보기로 하고, 정릉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명상의길 입구는 수십년된 참나무 숲인데, 노랗게 물든 참나무 잎을보니 가을이 깊어지는게 느껴진다. 참나무숲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북한산성 능선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아침 안개가 청수계곡 골짜기에 내려앉아, 칼바위능선과 북한산성 능선은 희미하게만 보인다.명상의길의 아침 공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지만, 내부순환도로에서부터 자동차 소음이 넘어온다. 국민대 뒤 까지는 숲이 우거져 있다보니 아래쪽 조망이 막혀있어 그냥 걷기만 한다. 걷다보면 자동차 소음, 새 소리도 들리..
202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