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함백산 산행 (2023.1.23)

2023. 1. 23. 21:28산행일기

강원도 고향집에서 설 명절을 보내다가 하이원 리조트에 갔다. 가족은 리조트에서 놀고, 나는 산행을 하기로 한다.

따뜻한 겨울라 기대했던 것보다는 눈이 적지만, 만항재로 오르니 눈이 제법 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이지만 등산복, 등산화는 있고, 겨울산행 필수 아이템 아이젠이 없다.
'200미터 떨어진 만항재 쉼터에 가면 아이젠이 있을까?'소공원 주차장에서 등산화 끈을 묶으며 고민하다 그냥 산행을 시작한다. 소공원 주차장이 해발 1280미터 정도인데, 영상의 기온에 눈이 등산로 눈이 녹아 겉미속미, 겉도 미끄럽고, 속도 미끄럽다.

'괜히 그냥 왔나? 다시 만항재 쉼터로 되돌아갈까?' 갈등하다 그냥 직진한다. 함백산이 험하고 많이 걸어야 하면 무조건 내려갔을 텐데, 험하지 않은 함백산이니까 미끄러지면서도 그냥 오른다.

10분 만에 오른 창옥봉(해발 약 1380미터)을 지나고부터 산책길이 이어지는데, 갑자기 등산로 옆으로 다니는 차들이 보인다. 만항재 오르는 도로인가 했더니, 국가대표 태백선수촌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5분을 더 가니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선수촌 가는 길을 만난다. 함백산 정상에 가장 빨리 오르는 길이라, 빠른 산행만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장소다.

산행 가능시간이 표시된 출입문을 지나 평탄한 임도를 200미터 지나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남쪽사면이라 눈이 녹아 미끄럽거나 눈 녹은 물이 흘러 질퍽하기까지 한다. 3일 전에 대한이 지났는데, 지난주 지나간 따뜻한 중국 남부 기단의 여파다. 기후변화는 이상고온, 강수 같은 개별 현상보다 변덕스러운 극한 날씨 패턴이 문제다. 당장 오늘밤부터 추워져 내일 아침 함백산 기온은 영하 20도로 예보되어 있다.

고온에 질퍽한 길이 한동안 이어지지만, 다행히 방부목을 쓰지 않고 돌과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놓아 미끄럽지 않다. 험하다면 험하지만, 해발 1350에서 200미터만 단박에 올라가면 되니, 조금 숨이 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구간을 지나니 조망도 트이기 시작한다. 남동쪽으로 크게 자리 잡은 이웃 태백산도 보이고, 만항재 풍력단지가 보인다. 등산로 옆으로는 바람 부는 방향으로 가지가 자란 나무, 작은 주목도 만난다. 꽤 높은 고도이지만, 험하지 않은 산세라 청춘남녀와 삼삼오오 가족, 10살도 안된 어린이 등산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혼자 오르는 나는 고도감 있는 주변 풍광을 즐기며 빠르게 산행을 이어간다. 긴 나무 울타리 길이 끝날 무렵 함백산 정상부의 바위와 통신시설이 나타난다. 따뜻한 날씨였는데, 고도가 1500미터를 넘으니 겨울바람이 거세다.

정상아래 바위에 새겨진 안내문을 통해 함백산이 어떤 산인지 다시 한번 살펴본다. 예로부터 이웃 태백산과 함께 하늘과 가까운 크고, 신비로운 산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안내석 아래쪽으로 해발 1350미터에 위치한 국가대표 태백선수촌 운동장이 보인다. 겨울에는 꽤 춥겠지만, 여름에 시원하기도 하고, 심폐능력을 향상하려는 선수들이 찾는 장소라고 한다.

 

마침내 해발 1572.9m 함백산 정상에 오른다. 주변이 넓게 트여있어 동서남북 사방의 풍광이 시원하고 조망은 막힘이 없다. 주요한 산으로 남쪽 태백산, 북쪽 금대봉 매봉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서쪽으로 하이원리조트 뒷산 백운산, 근처의 영월 상동의 장산, 동쪽으로 연화산과 삼척 쪽의 산군이 보인다. 하지만, 몇 미터 아래보다 훨씬 더 차갑고 거칠다. 따뜻한 함백산이었는데 정상은 한겨울이다. 사진으로 봤던 웅장한 상고대는 없지만, 정상석에는 상고대가 있다. 따뜻한 날에 편하게 올라온 대신, 멋진 상고대를 보여주지 않으니, 오늘 함백산은 공평하다.

 

올랐으면 내려가야 하는 법.
호흡과 하나 됐던 산 바람을 뒤로하고 올라왔던 길로 내려간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다시 느껴졌지만, 보행 노하우(?)로 넘어지지 않고 계단구간까지 내려온다.
올랐던 길과 완전히 반대방향이다. 태백선수촌으로 가는 길을 다시 만나고, 창옥봉을 지나 함백산 소공원까지 일사천리로 돌아온다. 잠시 시간을 내어, 눈 놀이터로 변한 야생화 단지를 지나 만항재 쉼터에 가보니 아이젠 등 겨울철 산행용품도 팔고 있다. 짧은 시간에 아이젠 없이도 잘 다녀왔고 산행은 끝났는데도 아이젠 미련이 남는다.

소공원주차장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나러 하이원리조트로 간다.


산행지: 함백산(1572.9m) / 강원 정선, 태백
날 짜: 2023년 1월 23일
날 씨: 맑음
일 행: 1명 (맑은물)
산행코스: 만항재 소공원- 창옥봉- 함백산 정상- 만항재 소공원
산행시간: 2시간 20분 (12시 00분~14시 20분)
교 통: 승용차 (만항재 소공원 주차장 원점)


#사진으로 보는 산행기

만항재 소공원에서 출발
멀리 보이는 함백산 정상
고산인듯 아닌듯
태백선수촌 갈림길
정상 오르는 길, 남사면이라 눈이 녹았다
만항재풍력단지
만항재 풍력단지
바람에 적응한 나무
어린 주목인듯
읽어보면 좋은 함백산 설명
정상에서 북쪽 조망(중함백-금대봉으로 이어진다)
매봉산 풍력단지 확대
정상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함백상 정상부 전경
하산길에 만난 낙엽송
만항재 풍력, 뒤로 상동읍 장산
뒤로 멀리 보이는 정상
만항재 야생화단지 겨울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