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신록에 감춰진 험난한 철마산-내마산 (2023.5.14)

2023. 5. 15. 00:00산행일기

산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여 년 전 '더불어한길'이라는 인터넷 산행 카페 가입이 시작이었다. 그 후로 한길 산행이 항상 최우선이었고, 그다음으로 지역과 직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과 가끔 산행을 다녔지만 낯선 사람과는 산행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웬만큼 친한 상대가 아닌 이상 오프라인 산행은 자칫 침묵 산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오래전 인터넷 산행 모임과 다를 것이 없는데, 나이를 먹으며 덜 적극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실행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에 산행 안내 포스팅을 했다.
"주말 철쭉 산행하실 분 모집"
평소에 소통을 많이 했던 JH님이 의사를 표현해 주었고, 일요일에 남양주 진접역에서 만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온라인 ×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접속'이 성사되었다.
 
일요일 아침, 진접역 1번 출구로 나갔더니, JH님이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계신다. SNS상에서 교류가 있었기에 단번에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진접역에서 200미터 거리인 해참공원 입구로 이동하여, 산행 안내판을 보며 오늘의 산행 코스를 철마산~내마산 종주로 정한다.
해참공원 산책길부터 중년의 두 남자는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 나간다. 요양병원 옆을 지나, 큰 공사장을 지나며 주로 산행에 대해 얘기를 한다. 더 얘기를 나누어보니, 같은 기계장치 업계에 계신 분이라, 오래된 지인 같은 느낌이다.
많은 얘기를 나누며 걸으니, 힘들다는 느낌도 없이 전망이 트이는 목표봉에 도달한다. 뿌연 공기로 인해 작년 산행 때 보였던 수락산과 북한산 일대는 희미하게만 보인다. 대기 질이 그다지 좋지 못하고, 나뭇잎이 우거져 시야를 가리기 시작하는 봄 산행에서 조망은 덤이다. 유년의 연두 시절을 꽉 채우고 초록으로 빠르게 변하는 숲의 기운이 봄 산행의 본질이다.
 
철마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쌍봉낙타 등 같은 목포봉과 가마솥봉을 넘어야 하는데, 은근히 능선이 길어 쉽지 만은 않다. 특히, 가마솥봉을 지나 안부에 깊게 내려섰다가 다시 급경사를 올라야 하는 구간은 은근 거리가 있는데, JH님의 다리에 무리가 왔다. 원래 종종 산에 다니지만, 요즘 주변에 걱정할 일이 있어 오래간만에 심한 산행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산행 때 종종 아픈 사람이 나와도 늘 함께 걷던 예전 더불어한길 산행을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 아래쪽에는 꽃잎이 떨어졌던 산철쭉 꽃이 점점 많이 보이고, 드디어 나무 사이로 태극기가 펄럭인다. 해발 711미터 철마산 정상이다.
 
철마산 정상은 주변이 확 트인 봉우리는 아니지만, 정상에 오르니 조금 차가운 느낌의 바람이 분다. 600여 미터 올라온 보람이랄까? 지난가을 철마산 산행 때는 정상에서 서쪽으로 북한산, 관악산까지 보였지만, 오늘은 뿌연 공기에 갇힌 수락산, 불암산만 보이고, 북한산은 희미하게, 관악산은 자세히 찾아야 형체만 보이는 정도다.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고 북쪽 내마산 방향으로 향한다. 얼마 안 가 바위를 탁자 삼아 점심을 먹으며 JH님과 지나온 인생 얘기까지 골고루 한다.
옆에서 점심 먹던 다른 모임의 일행이, 올라오며 봤던 넓은 공사장은 '창동 지하철 기지 이전 공사'라고 알려준다. 좋은 정보다. 창동기지를 기왕 옮기기로 했다면, 남은 창동기지터는 아파트나 고층건물 같은 난개발을 피하고, 공원같이 하늘이 트인 공간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점심을 먹으며 오늘 코스를 계속 가야 하나 고민했으나, JH님 컨디션이 회복되었다고 하여, 계획대로 북쪽 내마산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바로 앞에서 암꿩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푸득푸득, 다리는 절뚝절뚝 거리며 등산로 옆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맹금류의 공격을 받았나 보네요"라며 지나치려는데, 1~2m 앞에 몸집이 500원짜리 동전만 하고 솜털이 가득한 작은 새, 지금 까지 봤던 새 중에 가장 작은 가냘픈 새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린다. 그제야 암꿩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부상당한 연기(의태행동)를 했다는 걸 알아차린다. 우리가 오래 지켜보면 어미새와 아기새가 진짜 위험에 처할 것 같아 급히 자리를 피해 준다. 가끔은 자연에 대한 무관심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내마산은 전철로 올 수 있는 산이라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인적이 드문 천마지맥 주능선 길은 험하다. 주능선 양쪽으로 진접읍, 수동면이 내려다 보여 외진 느낌은 아니지만, 등산로가 좁고, 잔바위들이 많고, 능선에서 탈출하는 길이 많지 않아 가볍게 볼 산은 아니다. 우리와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며 산행하던 분들도 일행가운데 한 명의 컨디션 저하로 내마산 정상 못 미쳐 하산한다며 떠났고, 작은 암릉을 넘자 JH님의 컨디션도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이 내려간 길로 되돌아 가려다, JH님이 잠시 쉬는 틈에 내마산 정상 방향으로 가며 지도에 표시된 하산길을 찾아본다. 내마산 정상까지 5~10분 암릉길을 오가며 길을 찾아 못 찾아, 다시 JH님을 만나 지도에 희미하게 표시된 팔야 1리로 빠지는 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지도에 표시된 길이고,  주능선에서 갈라지는 지점에는 표지기가 드문드문 묶여 있었는데, 내려가다 보니 잡목이 우거지고, 등산로는 점점 희미하다. JH님은 하산길에 접어들어 컨디션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원시(?) 길이 처음이라 조금 당황해하는 느낌이다. 이런 길로 몇 번 다녔던 경험과 제대로 가고 있다는 안심의 말을 건넸지만, 사실 상당히 가파르고 험한 길이다. 낙엽이 푹신푹신 빠지고, 돌멩이가 널브러져 있어 쉽게 속도를 낼 수도 없다. 나무가 우거져 주변 조망이 막힌 내리막길을 50분 정도 내려오니, 직경이 대략 40cm가 넘고, 20미터 이상 키가 큰 낙엽송 숲 옆으로 임도가 나타났고, 조금 금 더 걸으니, 석본사 안내판이 나온다.
졸졸 물이 흐르는 계곡에 잠깐 들렀다가, 자동차가 다닐 정도의 도로와 학림천을 따라 내려가니 주택과 논밭, 공장이 혼재한 마을이 나오고 30여 분 만에 학림 2교에 도착한다. 뒤돌아 보니 오늘 산행했던 천마지맥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경기도 포천 일동에서 언젠가 봤던 한북정맥이 오버랩된다. 팔야 2리 경로당 정류장 앞에서 남양주 땡큐버스를 타고 진접역을 거쳐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철마산 (711m), 철마산 북봉(=내마산, 788미터) 경기도 남양주시)
날 짜 : 2023년 5월 14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진접역 2번 출구 - 해참공원 - 목표봉-가마솥봉 - 철마산 - 내마산 - 석본사 - 학림 2교(팔야 2리 경로당, 땡큐버스) - 진접역
산행시간 : 6시간 30분(오전 10시 10분~오후 4시 40분)
일 행 : 맑은물, JH님
교 통 : 전철 4호선 진접역 & 남양주 버스


 [철마-내마산 포토 산행기]

떼죽나무 꽃
4호선 진접 차량기지 공사 중
목표봉일까, 가마솥봉일까?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
5월 14일인데, 봄이 빠르다
목표봉 지나 바라 본 천마지맥
봄 신록은 생존을 위해 주저함이 없다
목표는 더 많은 초록나뭇잎, 광합성은 생존을 건 속도전쟁이다
2022년 산행때 봤던, 바위를 만나 알아 봤다.
저 앞이 철마산 정상이다
가마솥붕 안부에서 바라본 천마지맥 북쪽 방향
철마산 정상 조금 못 미쳐 만난 소나무
철마산 정상이 바로 앞이다
철마산 정상, 해발 711미터
산철쭉이 지고 있는 철마산 정상에서 본 진접, 오남읍
꺼벙이 보여요?
꺼벙이#2
철마산에서 내마산 가는 길에 지나는 길재
내마산 방향에는 아직 산철쭉이 많이 남아 있다
산철쭉 군락
동쪽으로 서리산-축령산이 보인다
산철쭉
내마산? (해발 774.5봉)
축령산-서리산과 수동리 전경
내마산에서 본 천마산
내마산의 산철쭉
내마산에서 남쪽 방향, 천마지맥과 천마산
석본사 방향으로 하산 시작
고광나무 꽃으로 추정
임도를 만난 석본사 입구, 학림천 상류계곡
학림2교에서 본 철마산 아래 마을(팔야리)와 그 뒤로 실제로는 더 웅장한 천마지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