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10)
-
송전탑에 사로 잡힌 푸르른 양평 청계산 (2013.6.30)
주말을 맞이하여 양평군 양서면 국수리로 귀촌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근처 청계산에 올랐다.아빠가 되었으니 산행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것이 삶의 우선순위다. 청계산 아랫동네에 오니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산에 오르겠냐?'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일요일 아침 7시 20분, 어제 집을 나설 때 '혹시나 산에 갈 수 있을까?'하고 챙겨 온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는 토마토 1개만 집어넣고 친구 집을 나선다. 어젯밤 인터넷 지도를 보며 급하게 정한 산행 코스는, 증동 마을 윗마을을 거쳐 된고개를 지나 정상을 찍고 반월형 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3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청계산이 포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는, 증동리는 윗동네까지 귀촌한 사람들의 전원주택..
2013.07.06 -
신선의 겨울 정원이 펼쳐진 양평 백운봉 (2013.1.19)
다음 달에 드디어 아기가 태어난다. 그전에 겨울산의 기운을 받고 와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도 한번 다녀오라고 했다. 겨울산행 얘기는 뱃속의 아기도 들었을 텐데, 사실 내가 미루고 미루다 산행을 못한 것이다. 이제는 말만 앞서는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겨울 산에 가야 한다. 무엇인가 고개가 꺄우뚱해질 억지 논리지만, 겨울산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나름 근사한 것 같다.금요일 밤에 아내에게 내일은 꼭 산에 간다고 했더니, 토요일 아침인데도 아내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보온병에 도시락을 준비해 준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서울 아침기온 영하 15도, 양평은 영하 17도라고 한다. 기온이 더 낮아도 이제는 말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한다. 배낭 속 보온병에 담겼을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2013.01.27 -
경기도의 단풍 명산 운악산 (2012.10.7)
결혼하고 산행이 뜸해졌다. 산 보다 더 사랑하는 아내가 생겼으니 자연스러운 변화다. 단풍철을 맞아 한 동네 사는 녹색당 당원 후배와 경기도의 운악산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산행이다. 혼잡한 서울은 벗어났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고, 단풍은 봐야겠고. 이런저런 고려를 해보니, 경기도 가평의 명산 운악산만 한 곳이 없다. 청량리에서 후배를 만나 가평 현리 가는 1330 버스를 탄다. 길이 막히지 않았는데도 청량리역에서 운악산 입구까지는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두 사람의 산행이라 잡다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가를 지나 곧바로 운악산 입구로 향한다. 운악산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 5분쯤 오르다가, 능선 산행을 하기 위해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의 눈썹바위 코..
2012.10.12 -
원시계곡, 뱀, 폭격장의 아픔이 있는 각흘산(2012.6.24)
산에 띄엄띄엄 가다 보니 '오랜만에 산행'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요즘 나에게 산행이란? 산을 오르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 산은 푸르게 되었으니, 한 번쯤 산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예지자의 목소리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를 떠나 경기도의 가장 북쪽인 포천군 이동면의 각흘산으로 떠난다.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다행히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막히지 않는다.47번 국도를 타고 포천시 이동면에 도착하여 각흘산 입구를 찾으려 하였으나 안내판은 없고 산은 비슷하다. 지도를 봐도 각흘 산을 찾을 수 없고, 출발 전에 미리 조사하지..
2012.06.30 -
운길산과 팔당 물래(올레)길 (2012.1.15)
새해 첫 산행으로 석룡산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1월이 가기 전에 다시 겨울산에 가게 되었다.이번 산행은 후쿠시마 핵사고, 대운하 소동, 학교급식운동 이후, 탈핵과 탈토건, 생태를 기치로 창당을 준비 중인 녹색당 예비당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다. 녹색당은 아직 준비단계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녹색당답게 '산행모임'이 만들어져서 몇몇 예비당원들이 작년 가을부터 산행모임을 해왔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 보기로 했다. 산을 다니며 자연의 소중함도 알고, 산행을 통해 사람과 인생을 배우고, 토건 난개발을 극복할 묘안을 마련할 수 있는 모임까지 생각해 본다. 아직 녹색당은 창당도 안 했고, 산행모임은 이제 처음 나가는데 너무 꿈만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
2012.01.31 -
용의 해 첫날에 오른 석룡산(石龍山, 2012.1.1)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사고도 많았던 2011년이 끝난다.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2011년 마지막날 만나 2012년 첫날 산행을 하기로 했다. 미혼이 다수이던 시절에는 연말연시에 1박 2일로 여행+산행을 떠나는 것이 더불어한길의 전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었고, 한동안 새해 첫날 산행은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지나가고 있었다.한길 회원 '먼발치에서'와 산행 계획을 세우다가, 용의 해를 맞이하여 이름에 용(龍) 자가 들어가는 산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용화산, 용문산, 용봉산 등등 많은 후보 중에 가평의 석룡산(石龍山)을 가기로 정했다. 정상에 용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긴 바위가 있어 석룡산으로 불린다는데, 과연 이번 산행에서 용바위..
2012.01.07 -
어느 가을의 짧은 산책, 서울 인왕산(2011.10.16)
깊어가는 가을에 집에서 가까운 인왕산을 찾았다.오가며 종종 바라보는 산이지만, 93년쯤 일반인에게 개방될 때 한번 오른 이후로 오랜만에 인왕산 산행이다.아내와 버스를 타고 사직공원에 내려 방향감으로 산행 들머리를 찾는다. 주택가를 지나 인왕산 아랫길을 따라가다 보니 서울 성곽길을 만난다. 성곽길 옆 공원에만 올라도 경복궁과 종로 광화문 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최근에 서울의 옛 물길에 호기심이 생겨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산과 언덕을 이어보니 대략 옛날 물길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체육공원을 지나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손가락 굵기에 길이가 15cm가 넘는 지네가 앞을 지난다.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큰 지네인데 다행히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길을 지나 다시 풀숲으로 들어간다. 서울,..
2011.10.26 -
북한산 백운대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양주 앵무봉(2011.9.18)
휴일 아침, 별 일 아닌 걸로 아내와 티격태격했다. 상황이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그렇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도 나는 쉽게 기분이 풀어지는 편이라서, 가까운 산으로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한다. 아내는 기분이 늦게 풀리는 편이라,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주말이라 나들이 겸 해서 따라나선다. 집을 나설 때까지도 사람들로 북적거릴 서울의 산을 제외하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출발하고 나서 멀지 않은 양주의 앵무봉으로 향한다. 경기도 양주의 앵무봉은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뒤로 미루었던 산이다. 낡은 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 외곽길을 돌아,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울대고개와 장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말머리고개를..
2011.09.29 -
소금강이 있는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2011.8.20)
일주일 전 정선 가리왕산 산행에 이어 2주 연속 산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이다.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치과에 다녀오느라 늦게 출발했더니, 도로가 꽉 막힌다. 아직 여름휴가철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리산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우리는 겨우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먼발치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먼저 산에 올라가겠다고 한다. 큰 산이 아니라서 먼저 산행을 하라고 하고, 1시가 넘은 시간에 소리산 소금강에 도착한다. 배낭을 메고 산음천 유원지의 징검다리를 건너 횟가마골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횟가마골은 아담하지만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늦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볍게 밥..
2011.08.28 -
영광의 동계올림픽에 팔을 내준 가리왕산(2011.8.14)
장마가 한창이던 7월 어느 날, 옆집의 큰 환호성에 나는 '오늘 축구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10년 이상 강원도 도민을 동원했던 올림픽유치는 짧은 순간 큰 환영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서 누군가는 면죄부를 얻었고, 누군가는 부귀영화를 누릴 테고, 또 누군가는 낙후된 강원도에서 올림픽을 치른다는 자부심을 가슴속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이전부터 가리왕산 중봉 스키 슬로프는 자연환경을 파괴할 것이 확실했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가리왕산 숲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동안 나는 마음으로 안타까워했지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늦었지만 불과 몇 년 후에 사라질 가리왕산 중봉 능선과 계곡, 풀과 나무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가리왕산을 찾기로 했다.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2011.08.17 -
서울 밖 한적한 산, 남양주 예봉산(2011.6.4)
한동안 산행을 할 수 없었다. 산을 찾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산에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시골 고향집을 종종 찾아간다거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잠깐 접하며 지내왔다. 그동안의 삶을 정리해 보면, 사랑, 결혼, 아빠, 천사, 이별, 온 세상과 자연 속의 더 많은 천사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냥 산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니라, 높은 봉우리에 올라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현충일 3일 연휴 중 하루를 잡아 경기도 남양주의 예봉산으로 떠난다. 정상에서 시원한 한강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가는중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3~4년전 함께 풍력발전기를 개발한다고 고생했던 JM씨를 덕소역에서 만난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덕소역에서..
2011.06.16 -
영동 천태산 유기농 산행(2010.8 )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매달 가던 정기산행이 사라졌다.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요즘 산행이 뜸하다. 깊은 산 숲 속이 아닌 대도시의 건물 숲 속에 갇혀 지내다 보면 문득 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는 했었다. 하지만, 주중에 답답한 삶이 지속되면 산을 그리워하고, 주말에 잠깐 쉬면 산을 잊어버리고.... 지난 몇 달은 그렇게 산에 가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직장인들에게 팥빙수, 수박, 아이스크림, 찬물 샤워 같은 여름휴가가 다가 오자,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여름 산행을 가기로 뜻을 모았다.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이 기껏해야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지만, 전국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후보지로 충남 금산의 서대산, 금강 상류 트레킹, ..
201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