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과 팔당 물래(올레)길 (2012.1.15)

2012. 1. 31. 13:45전국산행일기

새해 첫 산행으로 석룡산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1월이 가기 전에 다시 겨울산에 가게 되었다.

이번 산행은 후쿠시마 핵사고, 대운하 소동, 학교급식운동 이후, 탈핵과 탈토건, 생태를 기치로 창당을 준비 중인 녹색당 예비당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다. 녹색당은 아직 준비단계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녹색당답게 '산행모임'이 만들어져서 몇몇 예비당원들이 작년 가을부터 산행모임을 해왔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 보기로 했다. 산을 다니며 자연의 소중함도 알고, 산행을 통해 사람과 인생을 배우고, 토건 난개발을 극복할 묘안을 마련할 수 있는 모임까지 생각해 본다. 아직 녹색당은 창당도 안 했고, 산행모임은 이제 처음 나가는데 너무 꿈만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운길산역으로 향했다. 운길산역에 약속보다 10분 늦은 10시 10분에 도착해 보니, 이미 산초, 초록주의, 경원님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분들이 더 올까 해서 10분을 더 기다리다가 운길산으로 출발한다.

운길산을 오르는 길은 몇 갈래가 있지만, 우리는 능선을 따라 바로 정상으로 가는 최단코스를 선택한다. 운길산역 앞뒤로는 전철역이 개통된 지 불과 2년여 만에 음식점들이 부쩍 늘어났다. 식당가와 마을을 지나 산행을 시작하는데, 전철을 타고 온 백여명의 등산객들과 함께 오르니 겨울가뭄에 바짝 마른 등산로에서는 먼지가 뽀얗게 날린다.

즐거운 대화가 있는 한적한 겨울산행을 그리며 왔지만 일찌감치 기대를 접고, 오늘은 그냥 다리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성인 남성 4명의 산행은 쉬는 시간이 짧고 빠르게 진행된다. 중간에 잠깐 쉬기도 하였으나, 1시간여 만에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까지 도착했고, 잠시 쉬었다 10여분 더 올라가니 운길산 정상이다.

 

정상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정상 표지석 근처까지도 가보지 못하고, 안내표지판 쪽에 잠시 발을 붙이고 서서 새재 고개, 적갑산,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겨울 산을 바라본다. 등 뒤에서는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겨울 숲의 건조한 기운도 함께 느껴진다. 

2년 전 1월 어느 날 이곳을 찾았을 때 만해도 적갑산, 예봉산은 눈에 덮여 호젓함이 있었고, 겨울의 기분을 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수종사로 내려가는데, 정상 조금 못 미친 지점의 전망대에서 오히려 북쪽의 백봉과 천마산이 눈에 확 들어온다

 겨울산의 감상에 빠져있다가 내려가서 정상과 수종사의 중간지점에 있는 헬기장 한편에서 낯선 사내 4명이 모여 앉아 점심을 나눠 먹는다. 아내가 싸준 따뜻한 김치볶음밥의 아삭 거리는 김치가 유난히 입에 달라붙는다.

 

잠시 후 도착한 수종사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운길산 정상보다는 조용하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서 팔당과 북한강을 바라보다가 은행나무를 한 바퀴 돌아 수종사를 떠난다. 눈이 없는 겨울, 눈이 없는 수종사는 운치마저 사라져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다.

수종사 앞, 넓은 길로 내려가다가 등산로가 보여 다시 산길로 들어섰는데, 올라올 때와 그 많던 등산객들이 어디로 갔는지 산길이 많이 한산해졌다. 등산로 따라 내려오면서 계속해서 팔당호를 바라보며 운길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이제 겨우 2시. 점심시간 포함하여 3시간 40분이 걸린 초특급 산행이다. 

등산객 분산을 위해, 나부터라도 일요일 오전에 가지 말아야 할 산 목록에 운길산을 포함시켜 둔다.

 

산행이 빨리 끝나서 함께 온 초록주의님의 제안으로 운길산역에서 팔당(양수역)으로 넘어가, 팔당 유기농지 보존 공대위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팔당 올레길'을 함께 걷기로 한다. 정부의 2차선 자동차 길, 레저용 자전거길, 인공 공원에 맞선 대안개발계획에 대해 함께 길을 걸으며 의견을 주기로 한 것이다.

 

팔당 양수역에서 출발하여 양평군에서 만든 '두물머리 둘레길'을 따라 주차장을 지나 느티나무까지 걷는다. 그리고, 유기농지가 있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진짜 두물머리 논둑과 밭길을 걷는다. 지난여름 풀과 작물들이 무성했던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마른풀들에서 초록잎이 피어나고 개망초가 활짝 핀 꽃길을 상상해 본다. 

잠시 후 팔당 사람들이 4대 강 사기로부터 땅을 지키기 위해 지난가을 공권력에 맞서 저항했던 컨테이너에서 '팔당 올레길'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사실 이렇게 주말에 잠깐 찾아와 길을 걷는 것이 실제로 두물머리를 자연 그대로 지키는 데는 별로 힘이 되지 못하다는 마음에 늘 안타깝고 미안함이 가득하다. 그래도 두물머리 소식을 기록으로 남기고, 한 사람에게라도 얘기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되려 힘을 얻고 두물머리를 떠나온다.


산행지 : 운길산 (경기도 남양주)

산행날짜 : 2012년 1월

날 씨 : 맑음

산행시간 : 3시간 30분 (10:20 ~ 13:50)

산행코스 : 운길산역 - 왼쪽 능선 코스 - 헬기장 - 정상 - 헬기장 - 수종사 - 운길산역

일 행 : 4명 (산초, 초록주의, 경원, 맑은물)

교 통 : 전철 이용


 [포토 산행기]

[올라가는 길, 겨울 가뭄으로 산길이 바짝 말라있다]

 

[수종사의 종]

 

[벌써 하산길, 앞쪽이 팔당호와 양수리]

 

[가운데 뾰족하게 나간 곳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잣나무 숲길인데 겨울 가뭄에 먼지가... 앞으로 이런 산행은 피하고 싶다]

 

[짧은 산행 끝, 오래된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느티나무]

 


(여기부터는 두물머리 올레길 사진입니다)

 

 

 

 

 

 

 

 

 

 

 

 

 

 

 

 

 

 

 

 

 

[운길산 정상에서 본 예봉산-왼쪽]
[운길산에서 본 북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