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2. 16:34ㆍ전국산행일기
결혼하고 산행이 뜸해졌다. 산 보다 더 사랑하는 아내가 생겼으니 자연스러운 변화다.
단풍철을 맞아 한 동네 사는 녹색당 당원 후배와 경기도의 운악산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산행이다. 혼잡한 서울은 벗어났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고, 단풍은 봐야겠고. 이런저런 고려를 해보니, 경기도 가평의 명산 운악산만 한 곳이 없다.
청량리에서 후배를 만나 가평 현리 가는 1330 버스를 탄다. 길이 막히지 않았는데도 청량리역에서 운악산 입구까지는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두 사람의 산행이라 잡다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가를 지나 곧바로 운악산 입구로 향한다.
운악산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 5분쯤 오르다가, 능선 산행을 하기 위해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의 눈썹바위 코스로 접어든다. 후배는 조그만 나무 계단 오르막길을 마치 평지와 같이 빠른 걸음으로 올라간다. 산행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빠른 걸음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속도를 내어 보지만 숨만 차다.
나무 계단길을 지나고, 흙길을 조금 지나고부터 바윗길이 시작되었지만, 가벼운 경사라 쉽게 걸어갈 수 있다. 바윗길이라 올라갈수록 현리 맞은 편의 웅장한 연인산과 북쪽 저 멀리 명지산의 조망이 점점 좋아진다. 조망이 좋아져서인지, 힘이 들어서인지 후배의 발걸음도 많이 느려졌다. 다행이다.
조금 걷다 보니 몇 년 전 산행 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눈썹바위에 도착한다. 눈썹바위라는 이름을 알고 바라봐서 그런지, 눈썹바위를 제법 닮았다. 눈썹바위를 지나도 바윗길은 계속 이어지는데,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후배는 윗길로 가고, 나는 우회로로 돌아갔지만, 잠시 후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만난다. 병풍바위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그림을 그려놓은 병풍 같다. 뾰족한 봉우리 모양의 기암절벽 위에 노란색, 빨간색, 귤색 물감을 뿌린듯하다. 이리 고운 가을단풍과 바위가 어울려 있는 모습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병풍바위를 지나면서는 제법 가파른 바윗길이 시작되지만,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철계단과 철 난간, 밧줄이 잘 갖춰져 있어 험한 날씨만 아니라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등산객이 몰릴 때는 약간의 산행 정체도 있다는데, 오늘같이 좋은 계절, 좋은 날씨에 비하면 등산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오르는 길에 만난 운악산 절경 중에 하나인 미륵바위. 언뜻 보기에는 미륵불의 모습보다는 운악산 서봉 능선 쪽에 있는 남근바위와 헷갈릴 수도 있는 형상이라, 주변의 등산객 가운데서도 남근바위 같다고 키득거린다. 바위를 남자로 보지 말고, 바위를 바위로 보면 미륵바위의 모습은 예술이다. 미륵 바위의 모양도 멋있지만 현리 마을과 연인산을 배경과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은 저마다 미륵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긴다.
미륵바위를 지나고도 계속 바윗길을 올라가게 되는데,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니 정상 옆의 암봉이다. 너른 마당 같은 운악산 정상보다 이곳 암봉은 운악산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올라오면서 잠깐잠깐 보였던 주변의 산들이 이제는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북쪽 명지산에서 넘어와 연인산을 만들고 깃대봉과 매봉을 지나 청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보니 언젠가 한번 걷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암봉을 잠깐 내려섰다 올라서니 등산객들이 많이 모여있는 정상이다.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가 단풍터널을 지나 서봉 쪽으로 이동한다. 근처의 암봉에서 후배와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처음으로 편안한 대화를 나눈다. 같은 세대이면 다 다른 세대인 후배가 바라보는 녹색당은 탈자본주의와 탈산업화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릴 위해서는 보다 정치적이었으면 하는 정당이다.
운악산 정상으로 돌아와 절고개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절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병풍바위-미륵바위길에 비해 평이하지만, 운악 8경 가운데 하나인 남근바위를 볼 수 있다. 정작 남근바위 전망대 쪽으론 등산객들이 잘 내려오지 않는다.
절고개에서 현등사로 내려가는 길은, 능선에서 계곡으로 내려가야 해서 경사가 급하다. 정상 근처에 울긋불긋하던 단풍이 조금 내려왔다고 아직 초록잎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 봄에 나 홀로 이 길을 걸을 때는 진달래 천지였는데....' 계절이 바뀐 것은 쉽게 다가오지만, 세월이 흐른 것은 아련하게만 다가온다.
계곡 상류를 지나 현등사 부도를 지나 현등사에 들어선다. 현등사는 불교 사찰 이기 전에 주변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는 공간이었는데, 뒤편에 새로 짓는 산신각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현등사를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니 2년 전 아내와 왔었던 추억도 살아난다. 현등사 108 계단을 내려와 계곡길을 따라 내려온다. 가을의 계곡은 시원 함대 신 포근하고 아름다운 단풍의 색이 흐르고 있다.
일주문을 나와 음식거리에서 뒤풀이를 하고, 주차장에서 1330 버스를 타고 오는데, 주말이라 길이 많이 막힌다. 화장실이 급한 후배는 중간에 내려서 전철을 타고 가고, 나는 청량리로 돌아와 집으로 간다.
산행지 : 운악산 (945m, 경기 포천-가평)
날 짜 :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날 씨 : 맑음
코 스 : 현등사 일주문 - 눈썹바위 - 미륵바위 - 정상 - 절고개 - 현등사 - 주차장
시 간 : 4시간 30분 (11시 30분 ~ 4시)
일 행 : 2명 (맑은물, 전봉* 후배)
교 통 : 청량리역에서 1330 광역버스 이용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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