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210)
-
아주 정치적인 산행, 수락산(2008.1.20)
대전의 솜다리가 산행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멀리 대전에서 올라왔는데, 전날 늦게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셔서 늦고 말았다.당고개역에서 만나 매운짬뽕으로 어지럽혀진 속을 풀고, 마을버스를 타고 덕능고개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덕능고개는 작년 가을에 불암산을 오를때도 왔던곳으로 여기서 남쪽은 불암산, 북쪽은 수락산이다. 덕능고개에서 북쪽으로 군부대 철망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면서, 얼마전에 봤던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에 대하여 얘기를 한다. 영화 장면중에 '일하는 여성, 어린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여성'의 고충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임순례 감독이기에 그런 장면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일하는 문제(노동)와 교육, 여성의 문제, 보통사람들의 문제로 이어지더니, 자연스럽..
2008.01.27 -
서산 도비산, 부석사 들어보셨어요?(2007.12.2)
오늘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부석사는 어디 있을까요?" '뭐 이것도 질문이라고?'라는 반응이 안 봐도 떠오르는데요.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부석사는 소백산 자락의 부석사밖에 몰랐었는데, 도비산 자락에도 부석사가 있었습니다. '부석사도 의심스러운데 도비산이라니? 그건 또 어디 있는 거야?'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합니다. 도비산은 충남 서산에 있는 낮은 산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2007년 초겨울에 서산에 있는 도비산과 부석산에 다녀온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지난 10월에 더불어한길의 솜다리, 산바람과 월악산에 갔을 때 11월~12월 초에 같이 산에 가기로 한 약속이 있었는데, 먼산은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울 듯하여 서산에 있는 가야산을 가기로 했다. 토요일에 출근하여 일하던 회사 유대리를 ..
2007.12.29 -
늦가을 관악산 산행(2007.11.25)
일찍 찾아온 초겨울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던 11월 어느 날, 더불어한길의 봄날, 나비와 함께 관악산을 찾았다. 봄날과는 지난 여름 상정바위산 이후 몇 달 만에 함께하는 산행이고, 나비와는 처음으로 함께하는 산행이다. 사당역에 늦지 않게 만났지만, 뒤늦게 아침을 챙겨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상가와 빌라촌을 지나 작은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아스팔트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관음사가 나오는데, 우리는 오른쪽 산길을 따라 연주대 방향으로 간다. 바위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운동시설이 갖춰진 넓은 공터가 나오고 평지에 가까운 등산길이 잠깐 이어지더니 가파른 바윗길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싸늘한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서 조금 험한 구간이 나오면 시간이 지체되기 일수다. 5년 전 즈음 ..
2007.12.01 -
아직도 회사 동원 산행? 청계산(2007.11.10)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직장인들의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것 같다. 부조리한 세상과 사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것도 일종의 이데올로기 일텐데, 그런 이데올로기는 세련된 형태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으니 부정적인 모습의 세상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게 아닌가 싶다. 부정적인 세상을 그대로 긍정하는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세상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게 진정한 긍정주의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조직과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 회사 업무와 개인의 삶 사이에 미묘하지만 지향점의 차이가 있는데, 이런 모순이 존재하는 회사에서 11월의 늦가을의 어느 토요일, 단체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2007.11.25 -
호수에 담긴 가을, 충주 월악산(2007.10.21)
1년 중 10월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10월에 오히려 산을 찾기 힘들었다. 아는 사람이 결혼을 하거나, 체육대회를 하거나, 회사 야유회를 간다거나 하는 일은 꼭 10월에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올 시월에는 2주 연속으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호수와 단풍이 있는 산행"을 내세워 여러 사람들을 섭외해 봤지만 결국 지난주에 함께 산행을 했던 솜다리, 오랜만에 산을 찾는 산바람과 월악산에 오르게 되었다. 토요일 저녁 송계리 계곡 민박집에서 솜다리, 산바람을 만나, 월악산에 걸린 가을 달을 보는 것으로 산행은 벌써 시작되었다. 일요일 아침에 송계리 덕주골 입구에서 충주호 쪽으로 조금 내려와 동창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단풍철을 맞아 월악산에도 많은 등산객..
2007.11.10 -
태풍 오기전에 올랐던 불암산(2007.9.16)
올해는 산에 가는 날 날씨가 좋지 않은 징크스가 있었다. 9월 산행을 예고하고 함께 갈 사람들을 모아봤으나 일요일에 올라온다는 태풍 소식이 사람들에게 멋진 핑곗거리를 안겨주었는지 오랜만에 나 홀로 산을 찾았다. 토요일까지만해도 포천 쪽에 한적한 산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날씨가 안 좋아진다는데 혼자 멀리 가기도 뭐하고 해서 가까운 불암산으로 출발한다. 전철 4호선 당고개역에 내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의 덕능고개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오른다. 버스를 고개 아래로 보내고, 남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오르니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의 등산로가 나타난다. 덕능 고개 수락산 쪽 군부대에는 일요일을 맞아 면회객이 몇 명 보인다. 시간이 꽤 지났건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우거진 숲..
2007.11.05 -
늦여름에 떠난 보개산(지장봉) 계곡 산행(2007.8.26)
강원도 평창 청옥산에서 두 달여간 풍력업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장마철이 끝난 후에도 비가 많이 오고 선선하던 날씨가 서울로 돌아올 무렵 더워졌다. 청정 강원도에서 서울로 돌아온 것도 답답한데, 매일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늦여름이지만 주말에 계곡에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고, 큰골을 품고 있는 경기도 포천의 보개산을 찾기로 했다. 올해 봄에 두어 번 같이 산에 갔던 회사 후배 종만과 의기투합, 일요일 아침 포천을 향해 출발한다. 서울을 나와 의정부 외곽을 돌아 43번 국도를 따라 포천을 가로질러 계속 북쪽으로 간다. 한국전쟁 전후로 이름이 붙여졌을 것 같은 38교를 지나 영평천을 따라서 포천 중리를 찾아간다. 드디어 보개산과 같은 지맥에 있는 종자산이 보이고, 조금 더 북쪽으..
2007.10.28 -
평창 미탄 청옥산에서 오래된 미래를 생각하다(2007년 6월~8월)
2007년 여름은 풍력발전 업무를 위해 대부분 시간을 강원도 평창 청옥산에서 보냈습니다. 6월에 청옥산에 올라가서 장마와 짧은 더위, 이상 우기까지 보내고 8월 중순에 내려왔습니다. 산에서 생활하며 인생의 지향을 바꿀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건이나 사색은 없었지만, 앞으로 생각해 볼 많은 고민을 안겨 주었습니다. 가끔 취미로 산을 찾거나, 도시탈출을 위해 산에 가는 것과 일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산에 머무르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습니다. 풀과 나무, 들꽃과 파란 하늘과 바람 등 자연과 함께 지냈지만, 속을 더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풍력발전은 하고 싶은 일이었고,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일을 위해 산에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도시생활의 익숙함을 버리고 간 ..
2007.09.14 -
한반도를 내려다 보는 정선 상정바위산(2007.8.5)
산행모임 '더불어한길' 총무를 맡고 있는데 요즘 산행대신 풍력발전에 빠져있다. 풍력을 위해 오랫동안 평창에서 지내다 보니, 여름 정기산행이 흐지부지 될 위기에 처했다. 총무의 준비 소흘에 더해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한길사람들이 여름휴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본다. 임시로 산행 장소는 강원도 산으로 정하고 날짜도 미리 잡아 놓았다. 산행일정이 가까워져 평창에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보았다. 다행히 봄날이라는 친구가 그날 산행이 가능하다고 하였고, 약속한 날짜에 평창에 내려왔다. 비록 한 명이지만, 오랜만에 더불어한길 사람을 만나니 반갑고, 멀리 떨어진 곳까지 친구가 찾아오니 몇 배는 더 좋았다. 옛말에,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멀리 있는 벗이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
2007.08.12 -
관악산에서 산행친구의 재회(2007.5.20)
요즘 들어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부쩍 줄어들었다. 갑자기 산행이 줄어든 것은 아니고, 연초록 20대를 활기차게 보내고 진초록 30대에 접어들어 생업현장에서 점점 바빠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몇십 년을 살려면 이제 어딘가에 뿌리를 내려야 할 때이니 바쁜 삶이 이해는 되지만, 세상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점점 더 빨리 흐르고,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 텐데, 맨몸으로 이 세상의 격류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도 어쩌면 부질없는 짓 같다. 어쨌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5월 산행을 준비하였고, 몇몇 사람들이 주중에 산행 참가 의사를 밝혔다. 드디어 기대하던 토요일, 과천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전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오늘 산행에 참가하기로 한 호..
2007.05.31 -
분홍 옷으로 갈아 입은 고려산(2007.4.28)
화창한 봄 햇살이 외로움을 깨우는 4월 말. 풍력회사로 옮긴 후 매일 야근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목련이 떨어지고, 벚꽃도 길바닥에 휘날린다. 올해 마음먹었던 진달래 산행도 못하고 4월이 지나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고 안타깝다. 진달래 개화 절정이 지났지만 뒤늦게라도 진달래를 보려고 회사 후배와 함께 진달래 명산 고려산을 찾았다. 인천을 벗어나 별 문제없이 강화도에 들어섰으나, 고려산 입구는 초행길이라 조심스럽게 찾아간다. 강화읍내를 지나 고인돌이 있는 하점면에 도착해 보니, 뒤늦은 진달래 구경에 나선 차들이 길가에 길게 늘어서 있다. 진달래가 유명한 산이라서 그런지 서울 근교의 어떤 산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 고려산 초입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길게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흙길..
2007.05.04 -
아련한 봄 산행의 기억, 사패산(2007.4.15)
2004년 4월15일 진보정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첫 발을 디딘 후로,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진보정당 의원들은 지난 3년 동안 월급쟁이 노동자와 상인들, 농민등 서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성역에 도전하여, 작은 성과들은 만들어 내긴 했어도, 눈에 보이는 균열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꿈은 포기할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고 있다. 서론이 장황했는데, 진보정당 의회진출 3주년이라는 역사적인 날을 맞이하여, 하지만, 그것과는 아무상관없이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의정부의 사패산을 찾았다. 의정부 근처의 회룡역에 내려서 먼저와 기다리고 있는 산바람과 봄날, 정익군을 만난다. 약속 시간보다 내가 많이 지각을 해서, 만나자마자..
200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