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회사 동원 산행? 청계산(2007.11.10)

2007. 11. 25. 01:27전국산행일기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직장인들의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것 같다.

 

부조리한 세상과 사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것도 일종의 이데올로기 일텐데, 그런 이데올로기는 세련된 형태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으니 부정적인 모습의 세상이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게 아닌가 싶다. 부정적인 세상을 그대로 긍정하는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세상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게 진정한 긍정주의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조직과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 회사 업무와 개인의 삶 사이에 미묘하지만 지향점의 차이가 있는데, 이런 모순이 존재하는 회사에서 11월의 늦가을의 어느 토요일, 단체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작은 사업부서가 여럿 모여서 이루어진 회사라 평소에 왕래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아는 사람도 사무실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는 않다. 산은 가고싶을때 기분좋게 가는것이 가장 좋지만, 어차피 의무적으로라도 가야하는 산행이라면 다 받아들이고 기분좋게 가는것이 좋다. 게다가 평소에 모르던 회사사람까지 만날 수 있지 않은가?

 

 아침 8시30분에 청계산 아래에 100여명의 회사사람들이 옛골에 모여 간단히 산행 사전행사를 하고, 단체체조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런 관변산행(?)에서나 볼 수 있는 색다른 모습이다.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 10명 정도를 한조로 만들었는데, 내가 조장으로 내정되어서, 평소에 모르던 회사 사람들과 얘기하기에는 편하다. 우리 조는 안전하고 즐겁게 자유롭게 산행을 목표로 세운다. 늦가을 산행을 통해 단합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다른 회사 사람들도 많다. 어차피 회사의 필요성에 의해 하는 일인데, 금요일쯤에 이런 행사를 하면,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지친 직원들에게 휴식도을 주어 사기와 창의력을 많이 높일 수 있을텐데, 아직 경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현실의 돈계산에 익숙하다.

 

 옛골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조금 힘든 산책이다. 단풍 절정기를 지났지만, 곳곳에 예쁘게 물든 단풍이 남아있고,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20대라도 평소에 산에 갈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들, 운동을 소흘히 한 사람들은 싸늘한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린다. 산을 많이 찾는 40대 이상 직원들이 오히려 산행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듯 하다.

 

옥녀봉 갈림길, 계단구간, 헬기장을 차례로 지나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매봉에 도착해보니 갑자기 찾아온 초겨울 추위와 옅은 안개로 관악산도 보이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니 그야말로 발디딜 틈 없이 혼잡하다. 같은 조 사람들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혼잡한 정상을 일단은 피해 하산을 한다. 올라올때도 힘들지 않았지만, 내려가는 길은 더 쉽다. 한번도 쉬지 않고 천천히 내려갔는데도 1시간이 체 걸리지 않아 산행을 시작한 옛골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다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근처 두부집에서 단체 뒷풀이를 한다. 회사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자리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좋다.

 

하지만, 한편 안타까움도 많다. 작게보면 서로 다른 위치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넓게보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아닌가?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과 시간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 흔히 쓴는 말로 월급쟁이, 직장인이라고 얘기하고, 다른 말로는 노동자라고 한다. 그런데, 12월 대선이 가까워 오는데 노동자들은 자신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찾지 못하고, 부자정당 후보에게, 노동자에 관심없는 통일후보에게, 일부는 고향사람에게 지지를 보내며 뿔뿔히 흩어져 있다.

 

산행과 뒷풀이 자리가 끝나고 회사의 이상한 조직과 회사의 이상한 업무에 대해, 선배와 얘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청계산 (서울 , 과천)

날 짜   : 2007년 11월10일

날 씨   : 구름조금, 쌀쌀함

산행코스 : 옛골-옥녀봉갈림길-헬기장-매봉-헬기장-옛골

산행시간 : 3시간 (09:30~12:30)

동 행   : 회사사람들

교 통    : 카풀(대중교통 이용시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마을버스 이용)


[포토 산행기]

[모자로 회사의 일체감을 찾았다 --;]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며칠 뒤에는 볼 수 없으니 실컷 보자]

 

[단풍은 다양성이라는 멋진 영감을 준다. 붉기만 한 단풍이 아니라, 빨강, 노랑, 주황, 갈색 모두 모인 단풍이 아름답듯, 사회도, 사람들 생각도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좋다]

 

 

[집 근처 늦가을 거리는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