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기전에 올랐던 불암산(2007.9.16)

2007. 11. 5. 22:39전국산행일기

올해는 산에 가는 날 날씨가 좋지 않은 징크스가 있었다. 9월 산행을 예고하고 함께 갈 사람들을 모아봤으나 일요일에 올라온다는 태풍 소식이 사람들에게 멋진 핑곗거리를 안겨주었는지 오랜만에 나 홀로 산을 찾았다.
 
토요일까지만해도 포천 쪽에 한적한 산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날씨가 안 좋아진다는데 혼자 멀리 가기도 뭐하고 해서 가까운 불암산으로 출발한다. 전철 4호선 당고개역에 내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의 덕능고개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오른다. 버스를 고개 아래로 보내고, 남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오르니 불암산과 수락산 사이의 등산로가 나타난다. 덕능 고개 수락산 쪽 군부대에는 일요일을 맞아 면회객이 몇 명 보인다. 시간이 꽤 지났건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우거진 숲을 따라 오르니 약간 땀도 났지만, 가끔 다가오는 가을바람이 시원한것이 좋기만 하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조만간 억새와 가을 야생화 산행을 한번 추진해야겠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금방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반시간 가량 오르니 등산로 왼쪽으로 406봉이 보인다. 406봉에 오르니 남쪽 가까운 곳에 바위로 이루어진 불암산 정상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수리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고속도로를 연상시키는 외곽순환 고속도로가 불암 산속에서 나와 사패산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터널 하나 더 뚫렸다고 뭐 동식물이 다 죽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 삶이 피폐해지는 것도 아니다. 사회 전체 구조를 인간적으로, 생태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터널 반대는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로 끝나는 게 아니가 싶다.
 
 406봉을 지나 정상까지는 **휴게소까지는 작은 모래흙이 많아 미끄러운 구간이 이어진다. **휴게소에 도착하여 생각해보니, 몇 년 전에 안개속에서 지났던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바위구간이라고 해봤자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쉬운 길이라서 어렵거나 위험한곳은 아니다. **휴게소와 정상 주변에는 흐린 날씨에도 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두손까지 써야하는 바위구간을 지나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다. 비록 흐린 날이긴 해도 서쪽의 북한산, 남서쪽의 관악산과 함께 , 예봉산, 적갑산, 백봉산, 천마산, 철마산,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경기 중동부의 지맥을 따라가본다. 주금산 뒤로 흐릿하게 운악산, 예봉산 뒤로는 흐릿하게 용문산의 백운봉이 보인다.
 
 몇 년전 봄비 내리던 어느 날, 더불어한길 사람들 10여 명과 함께 불암산을 올랐었지만, 그땐 안개가 짙게 껴서 정상을 찾지 못하고 그냥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땐 비가 와도 즐겁게 재잘되면서 만나고, '산 아래에서 비가 오니까 산에 가지 말고 놀러 가자, 영화 보러 가자'는 등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 그때 그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나 홀로 산을 오르고 있다.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일 뿐,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또 과거의 사람들이 아닐 테지.
 
 
 정상에서 한참 있다 보니 바람이 점점 세어진다. 대략 10m/s 풍속의 바람이다.
'이 정도면 흘려보내지 말고, 바람개비를 돌려 전기를 얻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잠시 업무 아닌 업무를 생각하고 있다 보니, 저 멀리 보이던 남쪽 산들이 점점 뿌였게 되더니 안 보이는 게 아닌가? 남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둘러 정상을 떠나 바위지대를 통과하여 하산하기 시작한다. 갈림길에서 정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이내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옷을 준비하긴 했지만, 비옷을 입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아서 그냥 터벅터벅 내려간다. 산을 거의 내려오니 작고 예쁜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정암사 앞을 지나 조금 더 내려와 불암산에서 나와 아파트 숲 속으로 들어간다.


산행지: 불암산 (508m, 경기 남양주, 서울)
날  짜  : 2007년 9월 16일
날  씨  : 흐린 후 비 약간
산행코스 : 당고개역-덕능고개-406봉-불암산정상-봉화대 정암사 갈림길- 정암사 - 상계역
산행시간 : 2시간 50분
동  행   : 맑은물 홀로 산행
 교  통   :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용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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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들빼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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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봉에서 본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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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을 넘어 하산 중에.... 불암산 산세가 대체로 이렇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산을 떠나고 있다] 
 
 
 

 
 
[집이 많다] 
 
 
 

 
 
[여기도 집이 많다] 
 
 
 

 
 
[집보다는 풀과 나무가 많다] 
 
 
 

 
 
 [하지만, 집도 만만치 않게 많다. 집은 실질적인 세대차이를 만들어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