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보다 먼저 찾아온 가을, 인왕산-백악산 (2024.10.17)

2024. 10. 17. 18:51산행일기

철인 3종을 즐기는 친구 KGB가 산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K는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산행 안내를 부탁했고, 나는 인왕산을 추천하고 목요일로 약속을 잡았다. 평일 아침이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경복궁역 서촌 출구 부근에서 K를 만난다. 1년여 만에 만난 K에게 오늘 여정을 알려준다.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창의문에서 짧은 산행을 끝내거나, 시간과 에너지가 남으면 백악산까지 돌기로 한다.
 
10월 중순이 되어도 여전히 기온이 높지만 아기자기한 도시 서촌은 빠르게 가을로 물들고 있다. 서촌을 걷다가 윤동주 시인 하숙집 터를 만난다. 안타깝고 반갑고 기쁘다. 경복궁역에서 10분 만에 도착한 수성동계곡은 가뭄에 바짝 말라있다. 진경산수화에 등장하는 기린교 상류 조그만 물웅덩이에는 물고기가 바글바글 한다. 어서 비가 왔으면 좋겠다(다음날 50mm 비가 내렸다). 수성동계곡을 지나 석굴암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간다. 연달아 만나는 약수터는 식수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수온이 높은 여름철이나 심각한 오염이 우려되는 약수는 피하는 게 좋지만, 한 모금 마시니 인왕산이 몸에 들어온 느낌이다.

산허리를 잠시 돌아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니 서울 시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안개가 덜 걷혔지만 서촌과 경복궁, 광화문 빌딩숲이 보인다. 계단을 조금 더 오르니 한양도성이 나타난다. 사직동 혹은 무악재 방향에서 올라온 국내외 남녀노소 등산객들이 많다. 성곽과 바윗길을 따라 K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인왕산 정상이다. 경복궁역을 출발한 지 50분 만이다. 
해발 338미터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 오르면 서울 광화문과 종로일대, 백악산과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북한산 국립공원 보현봉을 중심으로 비봉능선, 북한산성 주능선, 형제봉, 칼바위 능선이 펼쳐져 있는데 여러번 봤어도 볼 때마다 '우와 멋지다'고 중얼거리게 된다. 남서쪽 무악재 너머로 서대문구 안산이 있어 인왕산 산행이 더 산행다워진다.
짧은 산행으로 멋진 풍광
을 볼 수 있어 인왕산이 남녀노소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나 보다. 오늘 산행에도 대략 30%는 외국인, 30%는 청년이고, 나머지 30%가 중장년층이다. 
 

창의문 방향으로 가다보니 기차바위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늘은 그냥 도성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K에게 부암동의 흥선대원군 별장 석파정과 이 지역 별서들에 대해 아는 한도에서 얘기해 주니 좋아한다. 경복궁을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윤동주 문학관 옆에 도착한다. 쉬엄쉬엄 걷는데도 예상보다 훨씬 빨리왔다. 우리는 백악산까지 돌기로 하고 창의문으로 갔는데, 창의문-백악산 정상 구간의 성벽 붕괴로 등산로가 폐쇄 중이라고 한다. 다행히 옆에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부암동 방향으로 돌아 1번 출입문을 지나 청운대로 오르는 우회로가 있다고 알려준다(한양도성 홈페이지 안내문. 2024년 11월 17일 현재 아직도 폐쇄 중, https://seoulcitywall.seoul.go.kr/board/B0001.do?act=read&bpoId=4871&bcaId=0&pageIndex=2)

안내문 대로 부암동을 지나 백악산 1번 출입구로 간다. 계단 길은 다시 북악 스카이웨이 옆의 3번 출입문으로 이어진다. 2022년 인왕산이 완전히 개방되기 이전에 출입을 위해 붙여진 번호다.
인왕산 바윗길과 달리 백악산 청운대 올라가는 길은 부드러운 숲길이다. 10여분 만에 한양도성을 다시 만나고 청운대에 도착한다. 청운대에서 동쪽 조망이 좋지만 2년 전 처음 올랐을 때 보다는 감흥이 적다. 

조망이 막힌 백악산 정상 대신 사방이 트인 곡장에 오르기로 한다. 햇살이 뜨겁고, 12시가 넘어 배 고픔이 느껴지지만 간식을 먹어가며 힘을 낸다. 도성에 새겨진 각자(성벽의 축조 기록)를 엔지니어식으로 부품번호와 좌표로 얘기한다.
한양도성에서 가장 높은 지휘통제소답게 곡장에 오르면 조망이 좋다.
북쪽의 북한산성 보현봉과 비봉능선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오늘은 특별히 서쪽으로 보이는 인왕산 감흥이 새롭다. 예전엔 딱딱한 책 느낌이었다면 방금 전 올랐다 내려온 산이라 생생한 설레임이 있다. 가을을 머금은 인왕산과 백운산 공기를 크게 들이셨다 내뱉는다.
 
곡장에서 내려와 한양도성을 따라 숙정문 방향으로 간다. 인왕산과 백악산 정상이 보이는 전망대를 그냥 지나 칠 수 없다. 서울 시내에서 보면 그리 큰 산은 아닌데, 전망대에서보니 백악산과 인왕산이 같이 보여 높지 않아도 큰 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삼청동 쪽으로 골짜기가 깊고 빌딩 숲이 보이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숙정문에 도착하여 성문 밖으로 나갔다 들어온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도착한 말바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성북동도 가을 빛으로 바뀌고있다. 
한양도성을 따라 와룡공원까지 가려고 했으나, 갈림길에서 한순간 길을 잘못들어 삼청공원으로 내려온다. 경복궁역을 출발한 지 3시간 30분 만에 인왕산과 백악산(곡장) 가을 산행을 끝낸다. 

안개가 많아 조망이 시원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자연과 조화로운 문화재를 보며 도심의 이웃 인왕산 산행을 끝낸다. 북촌, 서촌에 고층건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행정보
산행지: 인왕산 - 백악산 (서울시 종로구)
날 짜: 2024년 10월 17일
날 씨: 맑음
일 행: 맑은물, 친구
산행 코스: 경복궁역 - 수성동계곡 - 인왕산 - 창의문 - 1번, 3번 출입구 - 청운대 - 곡장 - 말바위전망대 - 삼청공원
산행시간: 3시간 30분 (9시 45분~1시 15분)
교 통: 경복궁 3번 출구(도보), 삼청동 -종로 3가(도보)


#포토산행기

바짝 마른 수성동 계곡, 왼쪽으로 기린교가 보인다
큼직큼직한 바위옆으로.
정상 부근에서 본 서울, 충분히 잘 개발됐다. 건물 숲은 이제 그만.
인왕산 정상 표지판, 해발 338.2m
정상에서 본 안산, 비슷한 시간 광화문 도심에 비해 외곽이 더 맑다.
인왕산에서 본 북한산, 가운데 보현봉, 문수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비봉능선, 오른쪽으로 형제봉
인왕산 정상에서 본 서대문 안산, 왼쪽과 오른쪽 대기 질이 다르다.

 

인왕산 정상에서 본 백악산(가운데), 북한산 보현봉-문수봉(왼쪽)
기차바위 못 가고 바라 보기만.
(2024년 7월 9일 부터 창의문-북악산 구간 폐쇄, 창의문-부암동-백악산 1번 출입구(청운대안내소)로 우회 해야 한다.
청운대에서 동쪽 방향. 길게 뻗어가는 능선은 창경궁 후원으로 향한다.
곡장쪽에서 본 인왕산. 반갑다.
곡장에서 본 북한산 보현봉과 비봉능선 (왼)
곡장지나 서쪽으로 백악산과 인왕산이 함께 보인다.
숙정문 근처 전망대. 광화문-경북궁과 남북방향 일직선 위치에 있다.
소나무와 어울리는 한양도성 길
아래 삼청각, 그 아래로 성북동이 이어진다
한양도성 숙정문
숙정문
햔양도성에서 본 성북동. 저층 마을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
숙정문 근처 전망대에서 본 백악산(앞), 멀리 인왕산. 여기서 보면 백악산이 꽤 큰 산이다.
삼청동(북촌) 언덕에서 본 인왕산.
삼청동에서 송현동공원까지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