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함으로 마음이 채워진 사패산 (2015.9.13)

2015. 9. 30. 22:29북한산특집

의정부에 있는 아내의 큰 처가를 찾은 김에, 오랜만에 사패산에 올라 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아내와 아이는 큰집으로 올라가고, 나는 산으로 향한다. 아빠가 산에 가더라도 아이도 큰집 식구들과 재미있게 놀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아내도 잠시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회룡골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하는데, 초가을 가뭄에 등산로 옆 회룡골 계곡은 바짝 말라있다. 계곡을 따라 넓게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다가, 회룡사를 지나고부터는 숲으로 들어선다. 사패산 등산로는 고무 계단과 나무다리로 잘 정리되어 있다. 계곡이 바짝 마른 것은 아쉽지만, 참나무 숲 속으로 들어서니 기분은 날아갈 듯 좋다. 주중에 업무 스트레스로 굳어진 몸이 풀어지는 느낌, 갇혔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 나와 우리 가족, 도시생활에 갇혀있던 마음이 숲 속으로, 풀과 나무 돌멩이로, 자연으로 넓어지는 느낌이다. 

'너무 좁게 살았구나, 너무 앞만 보고 살았구나.' 

 

상쾌한 기분으로 산을 오르니 금세 사패능선 고개에 도착한다. 사패능선 등산로는 마치 고속도로같이 넓게 뚫려있다. 몇 년 사이에 상당히 훼손된 것인데, 국립공원공단이나 산림청 등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

넓은 고속도로 등산길을 따라 가다가, 사패산 정상을 앞두고는 잠깐 바윗길을 지나 사패산 정상에 도착한다. 넓게 훼손된 등산로에 비하면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아주 북적이는 것은 아니다. 여유 있는 표정들, 여유 있는 정상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사패산 정상의 넓고 큰 바위는 언제봐도 인상적이고, 사패산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봉산과 북한산 조망은 최고다. 도봉, 노원, 의정부 아파트 단지는 산에서 풍경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

 

북서쪽 의정부에서 양주로 빠지는 방향으로는 새로운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자꾸만 생겨나는 도로와 좁아지는 자연, 멈추지 않는 도시화와 사라지는 자연. 몇 년 앞만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10년 20년 뒤를 생각하면 너무 두려운 미래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아직도 환경을 내 주변 환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산처럼, 이 바위처럼 변치 않고 환경문제를 알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하산할 시간. 정상에서 도봉산 방향으로 돌아 내려오다가 범골능선 방향으로 향한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어 산은 점점 조용해지는데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가끔 정적을 깬다. 시간이 늦어지고는 있지만 멋진 바위 조망대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올라가 아랫 도시를 내려다보고, 윗 봉우리와 계곡을 감상하며 내려간다. 회룡사 석굴암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막혀 있어, 호암사까지 내려가는데, 백인 굴 앞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방금 내려온 하산길이 13년 전인 2002년 11월 사패산 산행 때 올랐던 길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첫눈 내리던 2002년 11월 산행은 불과 몇 년 전 기억 같은데, 13년 전이라니... 시간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기분 좋은 감각만은 아니다. 

 

호암사를 지나면서는 시멘트포장길이 이어지는데, 북한산 둘레길 구간에서 산행을 끝내지 않고, 출발했던 회룡사 방향으로 10여분을 더 걸어서 산행을 끝낸다. 좋은 계절에 좋은 산행을 끝냈더니, 일상으로 돌아와도 산의 기운이 한참 이어지는 느낌이다. 자주 산에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 하는 산행이라 더 좋았던 사패산 산이었다.


산행지 : 사패산 (서울, 경기 의정부)

날 짜 : 2015년 9월 13일

날 씨 : 맑음

시 간 : 15:40 ~ 18:20 (2시간 40분) 

코 스 : 회룡골 - 회룡사 - 포대능선갈림길 - 사패산 정상 - 안골 - 호암사 - 회룡골

일 행 : 단독산행

교 통 : 승용차 (혹은 전철 회룡역에서 회룡골 입구까지는 도보 7~8분 거리)


[포토 산행기]

[회룡사]
[산행길 시작]
[가을 가뭄에 마른 회룡골 계곡]
[도봉사-사패산 갈림길]
[도봉-사패간 산악 고속도로? 등산객이 많긴 하다.]
[사패산 정상 아래에서 바라본 도봉산(가운데)-북한산]
[사패산 정상 도착]
[앞쪽 능선은 도봉산, 뒤쪽(사진 오른쪽) 멀리는 북한산]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의정부]
[사패산 정상의 거대한 암반, 그 밑으로는 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의정부]
[하늘은 높고 푸르고, 도시는 넓어진다]
[사패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바라본 도봉산]
[호암사 방향으로 하산 중 바라본 회룡사 전경]
[하산길에 바라본 수락산-불암산]
[호암사 방향 하산길에 만난 바위들]
[호암사 방향 하산길에 만난 바위들]
[호암사 뒤편 백인굴 입구]
[호암사 극락전 전경]
[범골 방향으로 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