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16. 20:16ㆍ산행일기
밤새 뒤척이다 주위가 밝아올 무렵 잠에서 깼다.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동쪽 하늘이 붉은색으로 옅게 물들고
있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옆의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공룡능선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산새들도 해가 뜨는것이
좋은지 시끄럽게 지저귀고 있다.
사람들을 깨워 일출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아침을 먹고 머물렀던 자리를
처음 도착했을때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도로만 보면 5시간이면 장수대까지 갈 수 있을것 같았는데, 1차 목적지인 1408봉까지 가보니
그리 만만한 길은 아닌것
같다. 1시간이면 갈 수 있을것 같았는데, 2시간정도 걸렸다. 서북능선은 너덜지대가 계속 되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대승령 방향으로 갈 수록 내설악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은 멀어져갔고, 가리봉, 주걱봉, 안산은 점점 가까워졌다.
베낭이 무거운
'솜다리'가 많이 힘들어했는데, 모두들 무거운 베낭을 메고 있어서 더 많이 쉬어가는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공룡능선위로 해가 뜨다]
[하지만, 어디에 멈춰 서도 설악의 절경은 옆에 있다]
좀 지루하고 힘들다고 느껴질때가 되니 길옆에 무성히 자라는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설악산의 암봉, 능선, 골짜기 등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어디에 비교해도 최고이지만, 그 속에는
이름없는 풀과 나무, 곤충과 산새들, 산짐승등 무수한 생명이 있기 때문에 진짜 살아있는
설악이 되는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만 하거나, 인간을 위한 휴식공간으로만 여기다보면 자칫 그속의 생명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마치
국익, 국익, 국익을 외치면서 정작 중요한 국민 개개인의 삶을 가볍게 여기듯 말이다.
[솜다리]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 그 자체로 생명이다]
[왕고사리와 주변의 풀들]
[상수리나무잎??]
[앵초]
[뭘까?]
대승령에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내려가면 좋을텐데, 시간은 벌써 12시. 우리는 장수대 방향으로 하산한다. 어차피 산에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것이지만, 서북능선에서 내려서는것이 아쉬웠다.
대승령에서 한시간쯤 내려왔을때 마주친 둘레가 5미터 가량 되는 전나무 숲 근처에서 계곡물이 시작되었다. 땀을 씻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세수를 했는데, 도롱뇽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말았다. 썬크림 섞인 땀이었는데, 깨끗한 물에만 사는 도롱뇽에게는 날벼락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롱뇽아 미안하다.
장수대로 내려가는 계곡은 가뭄이라서 물이 많이 줄어있었는데, 한국의 3대 폭포라는 대승폭포도 가뭄때문에 기대했던 멋진 모습은 없었다.
다음에 비가 제법 내린 다음에 오면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을것 같았다.
대승폭포를 지나면서 더이상 절경은 없을 줄 알았는데, 사중폭포가
설악을 떠나는 우리를 마지막으로 반겨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설악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이거나, 계곡물에 더위를 식혔다.
장수대 매표소를 나와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원통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버스는 길이 막힌다고 내린천을 따라 우회해서 가는데, 내린천에 래프팅보트가 길을 가는 차 만큼이나 많았다.
래프팅을 즐기는건 좋은데,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대승폭포-물이 많이 말랐다]
[사중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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