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30. 18:59ㆍ산행일기
집앞 화랑유원지의 주차장에 나갈때까지만 해도 오늘의 행선지는 충북영동의 천태산이었다.
주차장에 나온 사람은 모두 4명, 남부지방부터 장맛비가 시작된다고도 하고 안산에서 영동까지 거리도 만만치 않아서 수도권의 가까운 산중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경기도 광주의 앵자봉으로 산행지를 바꿨다.
지도가 없었지만, 큰 산이 아니니까 산행안내도를 보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1시간을 달려 앵자봉 아래 천진암 주차장 옆의 우산청소년 수련원 입구에 도착했다. 산행초입을 찾지못해 경비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경기도 우산청소년 수련원으로는 산행을 못하고 계곡을 거꾸로 내려가 서울시 학생야영장 쪽으로 산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10:30)강동고 수련원 옆에 주차를 하고, 간이 산행안내판 옆으로 난 조그만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하는 사람은 반월공단 노동자인 '인생역적', 몇년전 지하철 고압에 감전되어서 몸이 불편한 '등대지기',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인 '청명', 그리고 나까지 모두 4명이다.
산행시작 20분에 만나는 첫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몇 미터를 가다가 길이 아닌것 같아 오른쪽 방향을 선택한다.(왼쪽길은 경기도 우산청소년 수련원으로 내려서는 길 같다.) 10여분 뒤에 두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이번에는 방향감각으로 왼쪽길을 선택했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산버찌가 많이 떨어져 있다. 산벚꽃이 활짝 필 4월 중순에는 예쁜 모습이었을것 같다.
산행길은 크게 험하지 않고 가볍게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수십년된 나무들로 숲이 우거져 있어서 1000미터 가까이되는 산에서 볼 수 있는 원시림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거진 숲으로 조망은 그리 좋지 않았다.
(11:55)표지석이 있는 봉우리에는 먼저오른 어르신들이 쉬고 있다. 여기가 앵자봉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정상 표지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정상은 아닌듯 하여 우리는 다음 봉우리를 넘어 계속 진행방향으로 가는데, 능선길은 점점 낮아지고 길에는 낙옆이 그대로 쌓여있다. 길을 잘못들은것 같아서 왔던길을 되돌아 섰다.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부부인듯한 사람들이 오고 있어서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니, 지난주에 반대방향으로 왔다가 앵자봉을 못찾아서 이번주에 다시 앵자봉을 찾아 가는 길이라고 했다. 혼란스러웠지만, 계속 되돌아 나가 하산하는것으로 결정했다.
(13:20)왕복 1시간 20분정도를 엉뚱한 길에서 허비하고 울창한 숲속에서 먹는 점심은 색다른 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여유를 가지고 쉬다가 표지석 봉우리에서 빠른 하산을 위해 오른쪽길(북쪽?)로 방향을 잡았다.
(15:10)능선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드디어 제대로된 산행안내판이 보인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안내다. 진행방향으로 0.8km를 더 가면 앵자봉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우산 청소년 수련원 이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헤매던 능선은 도대체 어디였단 말인가?
불편한 몸으로 4시간을 넘게 걸은 등대지기형은 힘든기색도 없이, 오히려 정상까지 가자고 한다. 0.8km면 20분이면 갈 수 있겠거니 했는데, 고무줄 등산로인지 오르막길 뒤에 숨어있는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15:45)아직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비오듯 땀을 흘리며 앵자봉 정상에 도착하니 처음으로 시야가 열린다. 비가 오려는지 옅은 안개가 끼어 조망은 좋지 않다. 저기 어디쯤 양자산이 있을 것 같고, 저기 어디쯤 관산이나 무갑산이 있으려니 추측만 해본다.
정상에 오르니 우리가 헤매였던 능선이 저 멀리 남쪽으로 보인다. 동남쪽으로는 꼴불견 골프장이 보인다. 소수의 부자들을 위해 골골이 산마다 들어선 골프장이라....자유라고 할지라도 공익을 위해서는 일정부분 제한을 할 수 있는것 아닌가?
정상에서 땀을 식히고 우산 청소년수련원으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조금 내려오다 보니, 구조대원이 뛰어올라가고 소방헬기가 떴다. 어디선가 누군가 또 조난을 당했나 보다. 부드러운 능선의 산이라도 방심하면 안된다.
(16:50)청소년 수련원의 위쪽으로 내려와 끈적끈적한 땀을 씻고, 20분을 더 걸어 내려가니 정문이 나온다. 아침에 길을 막아섰던 경비아저씨가 아직도 근무중이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을때는 산행을 해도 아무런 피해가 없을텐데, 계곡을 떡하니 막아놓고, 알량한 권력을 휘두르는 청소년 수련원! 감시 단속 노동자인 경비아저씨가 무슨 죄가 있으랴~
(17:30)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려 했지만, 천진암과 청소년 수련원이 자리잡은 계곡의 물은 생각보다 깨끗하지 못하다. 차를 탈 때쯤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우산리 골짜기를 체 벗어나기도 전에 2005년 첫 장맛비가 세차게 휘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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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앵자봉(경기도 광주, 여주)
산행인원 : 4명 (남자)
날씨 : 흐림
산행코스 :
산행시간 : 7시간(점심, 휴식시간 포함)
교통수단 : 자가 ( 대중교통은 동서울에서 우산리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광주에서 천진암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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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고 수련옆 옆으로 오르는 길에 서있는 간이 산행안내판]
[산행시작, 초입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다닌듯 하다]
[얼마가지 않았는데, 날씨가 덥다]
[시원한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낮은 산이었지만, 숲은 우거져있다]
[숲속에서의 점심식사]
[엉겅퀴 종류같죠?]
[5시간30분이나 걸린 앵자봉 정상 ㅡ.ㅡ;;]
[양기를 느낄 수 있었던 밤꽃]
[경기도 청소년 수련원 윗쪽으로 하산하다. 얼마나 기다리던 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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