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0. 01:14ㆍ산행일기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레지만, 설악산은 첫 산행이 아닌데도 떠나기 전 가슴이 많이 설레었다.
이번에는 설악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십이선녀탕계곡을 가기 때문이다.
현충일로 3일 연휴가 생긴 일요일 아침, 더불어한길의 하나사랑과 함께 서울을 떠나 설악산으로 향한다. 동서울을 떠날 때 조금 흐렸던 날씨가 홍천, 인제를 지나면서 점점 개더니 원통을 지나니 저 멀리 설악산 서북능선 끝자락이 보인다.
시끄럽던 버스 엔진소리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주위는 등산객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뿐이다.
우리를 태우고 달려온 버스는 한계령너머로 떠나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 장수대에 도착한 것이다.
갈 길이 멀어 서둘러 매표소를 지나고, 사중폭포 아래에서 일단 가볍게 점심을 먹고 산행 시작한다. 사중폭포는 작년 이맘때 왔을 때 보다 더 많은 물을 떨구고 있다. 이 정도 수량이라면 사중 폭포 위쪽의 대승폭포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중폭포에서 대승폭포 전망대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파르지만, 조금만 오르면 서북능선, 한계령일대, 기묘한 가리봉 능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사중폭포를 떠난 지 50분 만에 대승폭포 전망대에 도착한다. 대승폭포는 높이가 88m나 되는 우리나라 3대 폭포 중에 하나인데, 장마철이나 비 온 직후를 제외하면 수량이 많지 않은 것이 흠이다.
그래도 물이 거의 말랐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제법 폭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대승폭포를 지나고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걷게 된다. 사중폭포-대승폭포 구간에 비해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계곡 물가에서, 한아름을 훨씬 넘는 나무아래에서, 그냥 등산로 옆에서 주저앉아 쉬어가며 대승령을 오른다.
휴식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도 사중폭포에서 대승령에 오르는데 2시간 30분이 체 걸리지 않는다. 대승령에서 잠깐 만난 어떤 등산객은 새벽에 오색을 출발하여 대청봉에 올랐다가 서북능선을 탔다고 하는데 대단한 속도이긴 하지만, 산행이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승령에서 서쪽 안부로 내려섰다가 짧은 오르막을 지나 십이선녀탕계곡과 안산 갈림길에 이른다. 많은 등산객들이 지나친듯한 안산방향 등산로 옆에는 "등산로 없음"이란 현수막이 있다.
사전에 산행 준비할 때는 안산구간이 산행금지구역이 아니라고 알고 왔기에, 잠시 갈등이 된다. 그러나, 계획이 어긋나면 고생일 것 같아서 안산을 향해 간다.(나중에 다시 알고 보니, 안산구간은 위험하여 입산금지라고 하는데, 능선을 따라 안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 왕복 2시간 소요)
서북능선이 대체로 조망은 시원한 편인데, 안산 가는 길도 남쪽으로 급경사 구간이라 조망이 좋다.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능선이 인상적이고, 뒤돌아 동쪽 방향으로 서북능선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귀떼기청봉이 눈에 들어온다. 2005년에 올랐던 귀떼기청봉의 너덜지대는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한눈에 들어온다.
갈림길에서 20분을 오르니 "대한민국천연보호구역(?)"이란 작은 비석이 서있는 곳에 이른다. 지도에 표시된 시간상으로는 안산이어야 하는데, 서쪽 저 멀리 더 높은 봉우리와 치마바위 같은 봉우리가 그 옆에 솟아있다. 안산에 가려면 앞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 긴 안부를 내려섰다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하나사랑은 힘들다고 발뺌을 한다. 함께 갈려다가 먼저 안산을 향해 출발한다.
저녁 6시 무렵,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지만, 인적 없는 설악산 산길을 혼자 걸으려니 맹수가 나타날 것 같은 무서움이 느껴진다. 하는 수 없이, 안부의 탁 트인 곳에서 하나사랑을 기다렸다가 같이 안산을 오른다. 안부에서 북쪽으로 돌아 난 길을 따라 오르니, 드디어 안산 정상이다.
지도에는 30분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십이선녀탕계곡 갈림길에서 대략 1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안산 정상은 기대했던 대로 최고의 전망대였다. 대청봉에서 위아래로 좌우로 굽이쳐 귀떼기청봉을 넘어온 서북능선, 한계령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을 빚어놓고 서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그리고 거의 협곡에 가까운 한계령에서 원통으로 이어지는 골짜기. 희미하지만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 황철봉을 넘어 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그 밖에 알지는 못하지만 사방으로 수 십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의 고봉들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안산을 내려와 다시 1396봉으로 돌아간다. 어차피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더 이상 산행하기는 힘들 것 같고, 설악산에게 겸손하게 이 한 몸 신세 지겠다고 부탁해야겠다.
(계속)
산행지 : 설악산 안산(1430m), 강원도 인제
산행날짜 : 2006년 6월 4~5일
날씨 : 맑음
참가자 : 하나사랑, 맑은물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령-안산-갈림길-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
산행시간 : 6시간(장수대-대승령-안산구간, 휴식포함)
[포토 산행기]
[클릭!! 우리나라 3대 폭포 중의 하나인 대승폭포, 88m에 달하는 높이로 사진으로 담기에는 무리]
[장수대 매표소를 지나 100미터만 들어가면 만나는 사중폭포]
[설악산 안산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고양이바위]
[서북능선 안산 부근의 암봉들]
[안산 정상에 누군가 돌탑을 쌓았다. 뒤쪽으로 가리봉, 삼형제봉이....]
[안산 정상에서 본 치마바위]
[설악의 일몰]
[클릭하세요!! 안산 가는 길에 남쪽으로 보이는 가리봉 능선]
[왼쪽은 서북능선(귀떼기청봉과 뒤로 대청봉), 한계령 넘어 오른쪽(남쪽)으로 가리봉능선/클릭!]
[여기부터는 안산일대의 야생화입니다. 아름다우니 만큼 소중하게 생각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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