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명산, 진안 덕태산(2006.5.14)

2006. 5. 21. 23:32전국산행일기

경기도에 살다 보니, 경기도 이외의 산은 널리 알려진 산만 찾고, 알려지지 않은 명산을 찾아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전국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산행지가 곳곳에 숨어 있는데 어찌보면 아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더불어한길 회원 중 '먼발치에서'의 고향인 진안에 있는 덕태산을 찾았다. 진안은 인근의 무주군, 장수군과 함께 무. 진. 장 고원으로 불리는 지역으로, 백두대간, 금남호남정맥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금강, 섬진강, 만경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토요일 오후에 안양 평촌에서 '먼발치에서, 하나사랑, tea4U'를 만나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먼발치에서의 고향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다되었다. 무주에서 '까마구, hey-U'가 넘어와서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고, 떠들어 댄다.

 

일요일 아침, 까마구와 hey-u는 무주로 돌아가고, 오늘 함께 산행할 '먼발치에서, 하나사랑, tea4U, 맑은물' 4명이 남았다. 사실 tea4U도 밤만 보내고 고향집에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어찌어찌하여 함께 산을 오르기로 했다. 먼발치에서의 집을 나서 백운계곡을 따라가다 주차장(매표소)을 지나 3분 정도 가니 점전폭포가 나온다.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점전폭포로 내려갔는데, 5월 들어 비가 많이 내려서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크고 높은 폭포가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름 없는 폭포가 이 정도라니 왠지 덕태산이 더 기대된다.

 

폭포감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차로 돌아와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왼쪽으로 오르는 임도 삼거리를 지나 100여 미터를 더 오르니 넓은 공터가 있어 차를 세워두고 이제부터는 걷기 시작한다. 계곡을 건너는 임도는 백운계곡을 중심으로 덕태산의 맞은편에 있는 선각산(1110m)으로 오르는 길이다. 우리는 덕태산과 선각산 사이의 홍두깨재를 지나 덕태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일단 계곡을 건너 임도를 따라 간다.

 

홍두깨재로 가는 임도는 시멘트 포장된 구간이 한동안 계속 되었고, 곳곳에 임도공사를 하고 있어서 산행의 즐거움을 조금은 반감시켰지만, 그래도 5월 중순의 어여쁜 신록을 보니 내 마음도 푸르러지고 즐거워진다. 임도 아래쪽 계곡 물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의 소리도 듣기 좋다. 예정에도 없던 산행을 하게 된 tea4U도 기분이 좋아 보이고, 고향집 뒷산을 산행친구들과 함께 오르게 된 먼발치에서의 기분도 좋아 보인다. 하나사랑은 잠깐 사진에 몰두할 때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무슨 말을 한다. 어디서 저 말심이 나오는 것일까?

 

 임도를 따라 오르며 덕태산, 선각산, 시루봉등이 간간이 보여서 오늘 산행의 코스를 잡아 볼 수 있었으나, 가도 가도 계속 이어지는 임도가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중천에 떠있는 해와 그림자를 보면서 방향 잡기가 쉽지는 않다. '백운계곡 맞은편의 선각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주파랑새 산악회에서 매어놓은 리본 표지기가 보인다. 잠시 고민 끝에 임도를 버리고 표지기가 있는 산길로 들어서기로 한다.

 

 산길에 사람이 다닌 흔적은 희미했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파랑새산악회 표지기가 기다리고 있어서 안심하고 가파른 봉우리를 치고 오르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나마 보이던 표지기도 보이지 않고 산죽 숲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산에서 보아왔던 무릎, 허리높이의 산죽이 아니라, 가슴, 얼굴 높이의 대형 산죽이다. 여기서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일단 산죽을 헤치고 능선까지는 오르기로 한다. 사람 키 보다 더 높이 자란 산죽숲에서 허리를 굽히고 산죽 아래로 난 길을 따라 앞으로 나간다. 추측하건대,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을 따라 오르는 것 같다. 산죽숲을 30분가량 통과하고 나니 능선이 나타나고, 이제야 사람들이 다닌 길이 보인다. 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시루봉의 바로 북쪽 옆 봉우리로 오른 것이다. 골짜기 건너 저 멀리 선각산이 보이는걸보니, 선각산으로 오른것 같지는 않고 덕태산 오르는 길 어딘가로는 오른것 같기는 하다. 가슴 높이로 자란 산죽이 있는 능선길은, 가운데 사람이 다닌 길이 있어 이전 산죽길에 비하면 아주 편안한 길로 분류될 수 있다.

 

이상하게 tea4U와 함께한 산행은 길을 더 많이 잃고, 더 험한 길을 가게 된다. 그래도, 이제 더불어한길과 함께한 지 6개월 조금 지난 회원인데, 요즘 같은 신입회원 가뭄에 앞으로 계속 함께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 

 

덕태산과 시루봉의 중간쯤 1050봉에 시야가 트인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한길비빔밥인 데다가, 재료가 모두 덕태산 주위에서 난 것들이라 더 맛있게 느껴진다. 밥을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얼레지가 곳곳에 피어 있다. 몇 년째 산을 다니고 잊지만 얼레지꽃은 처음이다.

 

 점심을 먹고 쉬었다가 바로 옆에 보이는 덕태산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예상했던 대로(?) 덕태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임도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정상 정복이 목적이 아니라, 산행이 목적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헬리콥터 착륙장을 지나 조금 걸으니 곧바로 해발 1113미터의 덕태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 서니 백운계곡 일대와 시루봉, 선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동쪽 저 멀리 백두대간 능선이 멀지 않고, 서쪽 백운면 일대는 들녘과 내동산(?)이 어우러져 있다. 선각산 너머 동남쪽으로 지리산과 동북쪽으로 남덕유가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제 어느 곳인지 알 수는 없다.

 

 정상 봉우리를 내려서면 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경사도 꽤 급한 편이라 이쪽으로 올라왔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한참을 내려와 전망대 바위에 올라섰을 때 덕태산 정상에서 마이산이 조망된다는 사실이 생각난다. 정상에서 계곡 쪽 풍광에 빠져있다가, 북쪽의 마이산 조망을 깜박했던 것이다. 사는 동안 덕태산을 다시 찾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계곡물소리가 들려올 때쯤, 차를 끌고 오려고 먼저 내려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점전폭포 바로 위쪽의 임도에 도달한다. 차 있는 곳에 가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도 산행을 끝내고 걸어오고 있었다. 후끈해진 등산화 속의 발을 백운계곡에 담그고 피로를 풀어낸다. 탁족이 처음이라는 tea4U도 금세 피로가 풀리는 탁족의 효과에 놀라워한다.

 

 계곡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돌아 오려니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축복받은 자연을 가진 나라"에서 오로지 산업화, 공업화, 소득 2만 불, 3만 불, 수출수출만을 외치며 자연을 외면하고 있는 이 나라의 방향이 안타깝다. 산업화만을 외치는 세대는 과연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산행을 끝내고, 무주의 '까마구'네 집으로 놀러 간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고향인 먼발치에서가 부럽다. 

 


산행지 : 덕태산 (전북 진안, 해발 1113m)

산행날짜 : 2006년 5월 14일

날 씨       : 맑음

산행동행 : 하나사랑, 먼발치에서, tea4U, 맑은물

산행시간 : 5시간 20분(10:10~15:30)

산행코스 : 백운계곡주차장-점전폭포-선각산갈림길-홍두깨고개 갈림길-산죽지대-1050봉-헬기착륙장-덕태산정상-전망대-점전폭포위쪽-주차장

교통       : 승용차 (평촌에서 대략 편도 4시간)


[포토 산행기] 

 

[백운계곡 입구의 상백마을(?)에서 본 덕태산, 안개에 싸여있다]

 

[백운계곡 입구의 점전폭포]

덕태산 점전폭포

 

[폭포아래로 접근]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폭포]

 

[백운계곡과 점전폭포]

 

[임도를 따라 오르는 사람들]

 

[산죽숲을 헤치고 가게 될 줄이야...]

 

[사람보다 더 큰 산죽들]

 

[시루봉-덕태산 능선의 산줄들]

 

[덕태산 옆 봉우리에서 오랜만에 먹는 한길비빔밥, 모두 덕태산에서 난 재료]

 

[하산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덕태산]

 

[이보다 더 시원한 순간은 없다]

 

[올라오는 길에 지나친 마이산]

 

['얼레지'라는군요^^]

 

[철쭉인가? 진달래인가? 논란이 많았던 예쁜 꽃]

 

[밥 먹는 나비]

 

[뭘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