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 13. 19:05ㆍ산행일기
사회에는 '비정규직양산법안 날치기 통과'등 어수선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주중 공휴일을 맞이하여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을 오르기로 했다.
화악산은 산행시간이 최소 7시간에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가평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6시에는 일어나야 여유 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시간은 7시.
간단히, 준비를 하고 버스 타는 곳으로 갔으나, 눈앞에서 양재역 가는 버스를 놓쳐 버린다. 30분을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고 함께 산행하기로 한, "함께가자우리"와 양재에서 만나니 시간이 벌써 9시를 넘어서고 있다. 다행히, '함께가자우리'가 최근에 경차를 구입하여,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화악산 산행이 가능할 것 같다.
서울을 벗어나, 강변도로를 따라 가평읍을 지나, 화악골로 접어드니 새벽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조심조심 산행 기점인 가평군 북면 건들내 왕소나무 옆에 차를 세운다. 화악산 정상을 올려다보니 눈에 덮여 하얗게 빛나고 있다.
[11:20] 왕소나무 옆의 철다리를 지나, 공사 중인 커다란 숙박시설 옆을 돌아 산행을 시작한다. 합법적인 공사겠지만, 필요에 의해 생기는 게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들어서는 숙박시설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서너 체의 민가를 지났지만, 임도인지 기도원 가는 길인지 모를 넓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계곡 끝 저 높이 우뚝 솟은 화악산 정상부근에는 아직 구름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바람에 날린 눈은 반짝이며 떨어진다. 중간중간 매여져 있는 표지기를 놓쳐 잠시 길을 잃었지만, 임도를 계속 따라가니 지도에 표시된 잣나무숲이 나오고, 중봉 방향 이정표가 나온다. 잣나무숲 옆을 지나, 옥녀탕 표지판을 지나고부터는 얼어붙은 계곡을 옆에 끼고 오른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먼저 산에 오른 듯한 2~3명의 발자국, 산행표지기, 이정표를 참고 삼아 산행을 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지만, 워낙 깊은 산이라서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 된다.
[13:05]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난 능선을 오르면서 경사가 갑자기 급해진다. 해빙기에 내린 눈 속에는 얼음이 얼어있어 조심조심 오르다가, 결국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한다.
건장한 남자 둘이 오르는 산행이라, 미끄러운 길과 점점 깊이 쌓인 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도전감이 생긴다. 경기도 최고봉 화악산은 오래전부터 오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해발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쌓인 눈의 양이 만만치 않다. 최고 적설량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곳은 무릎아래까지 쌓여있는 곳도 있다.
[14:06] 제법 힘들다고 생각할 무렵, 군부대의 작전도로가 나온다. 눈이 녹지 않았는데도 차가 다닌 흔적이 있다. 작전도로를 따라 10여분 가니, 화악산 정상과 중봉 갈림길이 있다. 화악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 가지 못하고, 등산객들은 바로 옆의 중봉까지만 갈 수 있다. 중봉아래 너덜지대를 지나 능선에 오르니 조무락골 골바람이 차갑게 몰아친다. 하지만, 그 차가운 바람이 만들어놓은 눈꽃과 상고대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함께가자우리'는 중봉을 향해 올랐지만, 나는 설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조금 뒤처진다.
[14:31] 드디어, 경기도 최고의 산 화악산에서 등산가능한 해발 1423m의 중봉에 도착한다.
아래에서 바라볼 때는 간간히 맑은 하늘도 보이더니, 중봉정상에 오르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생각보다 훨씬 차갑다. '함께가자우리'의 귀가 금세 빨갛게 얼어, 얼른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쓴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혹시나 한순간 시야가 트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10여분을 서성거렸지만,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날씨도 역시 고산다운 면모라 생각하고, 하산을 결정한다.
[14:50] 올라왔던 첫 번째 갈림길을 지나, 관청리로 내려가는 두 번째 갈림길에서 애기봉 능선을 선택한다.
사람 다닌 흔적이 없는 데다가 조금씩 내리는 눈은 그치지 않는다. 날씨가 더 나빠졌으면 올랐던 길로 내려갈까 생각도 했지만, 처음 계획한 길이라 그냥 가기로 했다. 중봉에서 애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화악산에서도 가장 많은 눈이 쌓이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오를 때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있다. 게다가 1000미터를 넘는 능선길이라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겨울 칼바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매섭다.
하지만,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내려갈수록 궂었던 날씨도 서서히 게이고, 구름과 안개가 걷히자 조금 더 멀리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특히, 화악골 맞은편의 응봉-촉대봉 능선에서는 산의 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서쪽으로는 구름이 걷히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명지산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애기봉 가는 능선은 걷기 쉬운 길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가벼운 바윗길을 내려갈 때는 손을 사용해야 한다.
[16:40] 애기봉을 앞에 두고 해발고도가 많이 낮아지는 곳이 바로 옥녀탕 부근의 계곡으로 내려가는 애기봉삼거리 갈림길이다. 애기봉을 넘어 이어진 능선은 수덕산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옥녀탕을 거쳐 하산하기 위해서는 건들내 방향으로 가면 된다. 계곡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라, 경사가 꽤 급했지만, 능선에서 날려온 눈들이 발목깊이까지 쌓여있어 가만히 있어도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한참 내려왔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벌목한 부분을 지나면서 그만 길이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10여분 내려가니 계곡이 나왔는데, 올라갈 때 지났던 계곡보다 조금 아래쪽인 것 같다. 사람이 다닌 희미한 흔적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넓은 임도와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잣나무숲보다 한참 아래쪽이다. 보통 옥녀탕 부근을 중심으로 원점회귀산행을 한다고 했는데, 조금 엉뚱한 길로 나온 것이다.
[17:35]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우리가 뒤돌아 보니, 화악산 정상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있고, 중봉에서 애기봉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능선의 거리가 꽤 멀다. 우리가 조금 전 저렇게 먼 길을 걸어 내려왔단 말인가? 경기도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만 알고 찾아왔는데, 경기도에서 가장 깊은 봉우리와 가장 우거진 숲, 가장 맑은 공기를 가지고 있는 산이 바로 화악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18:00] 민가 몇 체를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 산행들머리였던 왕소나무아래 도착한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찾은 이유는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날려버리고, 마음의 어떤 답을 찾고자 했던 것인데, 산행을 끝냈지만 화악산은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산을 찾는 사람은 산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산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산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결국 해답은 산을 찾는 사람들 스스로 찾아야 할 숙제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화악산 중봉(해발 1420m, 경기도 가평)
산행날짜: 2006년 3월 1일
날씨 : 변덕스러움(구름-눈-맑음)
동행 : 함께가자우리, 맑은물
산행코스: 건들내-옥녀탕-계곡길-작전도로-화악산정상갈림길-중봉-애기봉능선-옥녀탕-건들내
소요시간: 6시간 40분(11:20~18:00)
교통 : 승용차(대중교통은 가평읍 혹은 북면 목동리에서 화악골행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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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산행기]
[왕소나무 옆에서 바라본 화악산 중봉]
[왼쪽 아래 계곡에서 가운데 계곡으로 올랐다, 가운데 능선으로 내려왔는데, 지도가 너무 흐림]
[1730년에 심었다는 소나무... 가평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옥녀탕 부근입니다. 요기가 원점회귀코스 원점이 되어야 합니다.]
[새싹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억센 고사리]
[사람도 집중, 렌즈도 집중]
[중봉 근처에 오르니 눈꽃이 ^^]
[화악산 정상은 여기서 우측으로 500m 정도 가야 하지만, 입산금지구역이죠]
[중봉아래 너덜지대에 있는 바위탑? 바위인간?]
[여기도 중봉 근처입니다. 해발 1400미터 부근이죠]
[내린 눈과 바람에 날린 눈으로 만들어진 작품]
[중봉 도착 100미터 전]
[내린 눈+상고대+자세히 보면 고드름까지 있습니다]
[나무도 봄을 기다리긴 마찬 가지 일 겁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얼마나 춥겠어요?]
[그래도 보는 사람의 눈은 즐겁기만 합니다.]
[드디어 해발 1420미터 화악산 중봉]
[경기 5악의 하나, 한반도 지도의 정중앙이라고 하는군요]
[중봉주위에도 아름다운 나무들은 많습니다]
[추워서 모자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산길에 만난 부부나무?]
[눈꽃이 활짝 폈네요]
[바람이 얼마나 거세던지...]
[눈 내린 숲]
[솔의 눈(?)]
[애기봉 삼거리에서 옥녀탕으로 내려가는 길에 쌓인 눈]
[화악골에도 봄이 멀지 않았다]
[왕소나무에서 이 징검다리를 건너 산행이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조망 1. 화악산 중봉]
[조망 2. 응봉(좌)에서 촉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모든 파노라마는 클릭하세요!!]
[조망 3. 촉대봉(좌), 애기봉(우) 가운데는 화악골]
[조망 4. 중봉아래에서 본 응봉과 촉대봉, 날씨가 변덕스럽다]
[조망 5. 애기봉 가는 능선에서 본 화악골과 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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