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 31. 19:58ㆍ산행일기
봄이 왔건만 따뜻한 날씨대신 바람이 차갑다. 꽃샘추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추위지만, 봄나들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예뻐 보이지 않는 날씨다. 그래도 봄 날씨인데, 이른 꽃이 피지 않았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의왕 백운산을 찾았다.
오늘은 더불어한길에게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산행 뒤풀이에서 더불어한길의 1년을 책임질 운영진을 뽑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산행참가신청을 받을때는 분위기가 시들했으나, 인덕원역에는 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개똥이 부부가 가장 늦게 도착했지만, 결혼 후에도 함께 산을 찾는 모습을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다.
인덕원에서 의왕시 고천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백운호수 남쪽 의안삼거리에서 내린다. 오늘 예정된 산행코스는 그동안 하산길로 이용했던 학의 2리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로 먼저 백운산에 올랐다가 바라산을 거쳐 하산하는 것이다. 구판장을 지나면서부터 낯선 길이 시작됐으나, 하나사랑은 낯설지 않다며 계속 오르자고 한다. 소나무 숲길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따라 올라가다 보니,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곳에 다다른다. 지도상으로는 이곳에서 우측(남쪽) 능선을 올라야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아 좌측의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간다.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잠시 후 산행 표지기를 발견하여 안심하고 가던 방향으로 계속 오른다.
하지만, 방금 전에 봤던 표지기는 백운산 정상 아래 작은 공터까지 단 하나있는 표지기였던 것이다. 우리는 작은 능선을 넘어 나타난 조그만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낙엽이 발목 아래까지 푹푹 빠지는 희미한 길로 가야만 했다. 오랜만에 산에 온 귀니와 이제 막 산행에 재미를 붙여가는 tea4U 등이 특히 더 고생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온 사람들이 힘들다고 다음부터는 산에 안온다고 하면 어쩌지?
헬기장이라고 하기에는 작은 공터에 도착하여, 이제는 능선길을 따라 오르기만 하면 쉽게 백운산 정상에 도착할 것 같았는데, 아직 덜 풀린 날씨 때문에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은 질퍽질퍽하여 오르기가 쉽지 않다. 이런 날씨, 이런 계절에는 산을 찾지 말아야 하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퍽이는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발길에 의해 산이 더 많이, 더 빨리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백운산과 바라산 주위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도시와 도로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3년 전과 비교해보면 짧은 기간 동안 이쪽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가고 있다. 서울근교의 유명한 산처럼 등산로가 파헤쳐지고 훼손될까 봐 걱정된다.
1년 만에 오른 백운산 정상에서는 조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북서쪽 방향으로는 관악산 자락과 수리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의왕 모락산, 남서쪽 방향으로는 서수원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낮은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산 아래로 안양과 산본과 의왕, 수원. 그리고, 서쪽으로는 내가 살고 있는 안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안산에서는 백운산을 본 기억이 없는데..... 백운산에서는 안산이 보인다.
조망 감상은 잠깐. 정상 한쪽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데, 꽃샘추위를 몰고 온 바람이 거세지만, 생각만큼 차갑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날씨가 추워지면 봄이 늦어지지만, 그렇다고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차갑게 식은 인간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저절로 따뜻해지지 않는다. 세상을 따뜻하게 하려면 모두가 따뜻한 봄을 꿈꾸며 작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백운산 북쪽에 있는 바라산 정상을 향해 떠난다. 오후에 약속이 있다는 포비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지, 서두르다가 몇 번을 넘어진다. 고분재에서 혼자 내려가라고 할까? 도 생각해 봤지만, 일단 함께 가기로 했다. 고분재에서 20여 분 만에 오른 바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백운호수는 어느 계절에 봐도 맑고 깨끗하다.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배가 고프다. 바라산 정상에서 간식을 먹고 가려고 했지만, 차가운 바람에 모두들 그냥 내려가고 싶은 눈치다. 결국, 바라산 깔딱 고개를 내려서서 양지바른 무덤 옆에서 쉬었다 간다.
바라산재에서 계곡을 따라 백운호수로 내려가는 길은 산책길에 가깝다. 학의리 마을에 도착하기 전 개울가에는 봄을 맞이하러 나온 버들강아지가 피어있다. 산행을 끝내고, 분위기 있는 카페촌을 지나다가, 문득 몇 달 전 백운호수 근처에서 혼자 살던 초등학생이 개에 물려 죽은 사건이 떠올랐다. 바로 이 근처 어디쯤이었을 텐데...... 주위에는 소외받은 이웃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소식은 가끔 큰 사고가 나야 관심을 끌지만,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데 가난이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침에 산행 출발했던 의안삼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인덕원역으로 가서, 뒤풀이를 하면서 더불어한길 운영진을 선출한다. 선출 방법은 사다리 타기로, 운이 좋은 개똥이가 회장님으로 선출됐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어떻게 더 좋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고대 그리스처럼 제비뽑기(사다리타기)가 가장 민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개똥이 회장님의 잘 따라야겠다.
산 행 지 : 백운산-바라산(경기도 의왕)
산행날짜 : 2006년 3월 19일
날씨 : 맑음(꽃샘추위)
산행코스 : 학의 2리-계곡-능선-백운산-고분재-바라산-바라산재-학의 2리
산행시간 : 4시간 50분(11:20~16:10)
일행 : 9명 (개똥이, 개똥이 옆지기, 하나사랑, 함께가자우리, 포비, 귀니, 산바람, tea4U, 맑은물)
교통 : 전철 인덕원역-백운호수(마을버스, 시내버스)
[포토 산행기]
[개암나무 꽃이라죠?]
[성숙한 새싹?]
[무섭다. 맹견까지 키우면서 집주인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낙엽이 많이 쌓여있지만, 봄기운이 느껴지죠?]
[낙엽이 얼마나 쌓였는지 푹신푹신했어요]
[새싹이 돋아나려고 해요]
[땅속에서 올라온 새싹~]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산 정상입니다]
[바라산재-바라산, 짧지만 가파른 코스]
[바라산아래 버들강아지]
[마을 길가에 핀 냉이류의 꽃, 꽃다지인가요?]
[의안삼거리-계곡-464봉-백운산-고분재-바라산-바라산재-백운호수-의안삼거리]
[백운산 (북)서(남) 쪽 방향입니다. 수리산과 모락산은 아시겠죠?]
[바라산 정상에서 조망, 관악산, 모락산, 청계산, 백운호수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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