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설악. 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계곡[2편](2006.6.4~5)

2006. 6. 26. 18:54산행일기

[1편에 이어 계속]

어젯밤, 설악산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겠다고 했는데, 설악은 우리를 잘 받아 주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대청봉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아직 산행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한계령 골짜기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 위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본다.

 

새벽에 보았던 수 많은 별들은 아직도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수많은 별들 가운데 하나인 지구, 수많은 생명가운데 하나인 인간, 인간은 왜 이 사회에서 아웅다웅 남과 경쟁하며 짧은 생을 헛되게 보내는 것일까?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함께 사는 것이 참삶이 일 텐데, 이 사회의 구조는 경쟁을 부추기고만 있다. 수많은 우주의 존재가운데 극히 일부인 인간의 삶이란.....

 

오랜 생각에 빠져있다가, 아침을 먹고,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를 조심스럽게 정리한다. 아무리 조용히 있다 갈려고 해도, 작은 상처를 낸것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안산 일대는 저녁에 봤던 모습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짙은 연두색과 바위의 어울림, 나무와 풀의 어울림, 살아있는 새소리, 수수한 풀 한 포기도 특이하게 느껴진다.

 

안산을 뒤로하고, 십이선녀탕 갈림길을 지나 능선끝 쉼터를 지난다. 이제부터는 서북능선을 멀리하고, 계곡산행을 하게 된다. 급한 내리막길을 30여분 내려가니, 맑은 물이 흐르는 십이선녀탕계곡의 상류에 이른다. 상류라서 넓지 않지만, 푸른 이끼와 수십 년을 넘은 거목들, 덩굴식물들이 색다른 매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계곡물을 만나 30여분을 더 내려가니 높이 5미터 정도의 첫 폭포를 만난다.(나중에 알고보니, 상류에서 내려왔고, 그 폭포도 꽤 규모가 있어서 두문폭포인 줄 알았는데, 그냥 이름 없는 폭포였다. 다른 산에 가면 그 폭포하나로 명소가 될 법한 규모의 폭포였는데, 십이선녀탕계곡에서는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있으니 억울할 것도 같다.)

첫 폭포를 지나고 부터 계곡을 따라 걷다가, 조금만 예쁜 곳이 나오면 앉아 쉬기를 반복하며 말 그대로 유유자적한 산행을 한다.

 

능선 끝 쉼터에서 2시간 30분 정도 내려오니, 지금까지 봤던 폭포 가운데 가장 크고 높은 폭포가 나타난다.(이곳이 두문폭포 일까?) 높이가 15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에 감탄하며 돌아서는데, 웬걸? 그 아래 연속으로 짙푸른 소와 폭포가 이어지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또 다시 15미터를 넘는 높이의 폭포가 나타난다. 지도에는 가장 십이선녀탕계곡 가장 위쪽에 표시된 폭포가 두문폭포였지만, 어느 것이 두문폭포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이 이어고 있는데, '이름을 아는 것이 굳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폭포를 지나니 바로 아래에 십이선녀탕계곡 최고의 명소라는 십이선녀탕구간이 시작되었고, 유명한 복숭아탕이 나왔다. 복숭아를 닮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걸작중에 걸작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복숭아탕 아래쪽에도 폭포는 이어졌고, 45도 경사진 암반 위를 춤추듯 미끄러져 내려가는 계곡물의 모습에 또다시 감탄을 한다.

나사랑과 이곳에서 며칠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잠시 보고 떠나야만 하는 아쉬움을 달랜다.

 

십이선녀탕구간을 지나고나서도 작은 폭포와 푸른 소, 암반 위를 흐르다 좁은 바위틈으로 모아지는 계곡물은 어느 곳 하나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절경이 이어진다. 특이한 것은 십이선녀탕계곡을 흐르는 물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그러한 장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복숭아탕을 지나 1시간 정도 내려오니, 응봉폭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남교리에서 시작하면 처음 마주치는 큰 폭포가 응봉폭포일것이다). 응봉폭포를 지나면서 하늘에는 소나기구름과 천둥소리가 들리는 게 날씨가 심상치 않은가 싶더니 후드득 빗방울과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십이선녀탕계곡을 젊은 남자 둘이서 하루종일 머물렀더니, 옥황상제가 화난 게 틀림없는 듯하다. 서둘러 비옷을 챙겨 입고 서둘러 20분 정도 내려와 매표소를 지나니, 거짓말처럼 매표소 밖은 비가 그친다.

 

남교리 다리를 건너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서울행 버스를 기다린다. 남교리쪽에서 십이선녀탕계곡을 바라보니, 양쪽의 높은 봉우리로 계곡은 거의 협곡을 이루고 있었다. 저런 지형으로 인해 십이선녀탕 계곡은 비가 올 때는 엄청난 물이 갑자기 흐를 것이고 그로 인해 아름다운 모습을 깊은 곳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산행지 : 설악산 안산(1430m),  강원도 인제

산행날짜 : 2006년 6월4~5일

날씨 : 맑음

참가자 : 하나사랑, 맑은물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령-안산-갈림길-십이선녀탕계곡-남교리

산행시간 : 13시간(대승령-안산-십이선녀탕-남교리, 휴식포함)

 

**사족**

이번 산행으로 십이선녀탕계곡을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고 나면 몇 년 뒤에 밀려든 인파로 오염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다른 어떤 산을 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안산일대와 십이선녀탕계곡을 가고자 하는 분들은 풀 한 포기, 나무한그루, 돌멩이하나, 계곡물 등 모든 것에 각별히 더 신경 써서 설악산이 존재하는 한 십이선녀탕의 예쁜 모습도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포토 산행기]

[설악의 일출]

 

[이른 아침 귀떼기청봉입니다]

 

[안산과 치마바위]

 

[치마바위 - 저고리처럼 생겼죠?]

 

[앵초]

 

[주로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사는...???]

 

 

[병꽃 ^^]

 

[귀여운 벌깨덩굴]

 

 

 

 

[십이선녀탕계곡 상류의 모습]

 

[계곡가 습한 곳의 이끼]

 

[꽃 향기가 라일락 종류인 것 같습니다.]

 

[특이하고 예쁜????]

 

[십이선녀탕계곡 상류쯤입니다. 사진 순서대로 하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두문폭포는 어느 것일까요?]

 

[깊은 소와 암반이 이어지고...]

 

[여기서 잠깐 얘기를 나눈 사람 얘기로는 7~8미터는 될 것 같다던데...]

 

[만두소.. 제가 그냥 지어본 이름입니다]

 

[만두소 아래 깊고 푸른 둥근 소가 또 나타나고...]

 

[이곳이 두문폭포인가요?]

 

[두문폭포 아래 복숭아탕]

 

[복숭아 모양 맞죠?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자연이 빚어놓은 걸작 중에 걸작입니다]

 

[복숭아탕 아래 이어지는 암반]

 

[이 정도의 폭포는 너무 많아서 이름은 있으려는 지...]

 

[맑고 푸르른 소]

 

[응봉폭포]

 

[응봉폭포 아래 이어지는 소]

 

[남교리 다리에서.... 북천을 기준으로 나눠진 하늘, 파란 하늘은 서쪽, 구름은 설악산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