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3. 01:33ㆍ전국산행일기
현충일 3일 연휴 동안 첫날과 둘째 날에 설악산에 갔다 와서, 쉬고 싶은 연휴 마지막날.
더불어한길의 '봄날'과 '함께가자우리'가 산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산에 안 가면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 할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함께가자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함께 가자!"라고 했다.
'함께가자우리'와 '봄날'은 경기북부 쪽에 산을 가기 위해 10시에 의정부에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나는 거의 11시가 다 되어 그들을 만나, 감악산을 가기로 하고 의정부 북부역에서 적성가는 버스를 탄다.
감악산은 관악산, 운악산, 화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리는 산이다. 이 중에서 가보지 않은 산은 송악산으로 몇 년 전 도라산 전망대에서 보니, 바위가 많은 산 같았다.
감악산은 2003년 4월에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비를 맞으며 올랐었는데, 진달래가 많았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산세를 전혀 볼 수 없어서 다음에 꼭 다시 찾기로 했던 산이다. 그다음이 3년 여가 지나긴 했지만, 그때 함께 산행을 했던 사람들이 이번산행에는 아무도 동참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양주와 파주 사이의 설마치고개를 넘어 설마교에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입장료 1000원을 내고 범륜사를 향해 올라간다. 휴일을 맞이하여 범륜사 올라가는 가파른 길 양쪽으로 산행온 사람들이 타고 온 차들이 위태롭게 세워져 있다.
범륜사 조금 못미쳐 왼쪽으로 내려가면 운계폭포가 나오는데, 어제 오후에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돌아와 폭포를 바라보는 눈이 높아졌는지 볼품없는 물줄기만 졸졸 흘러내리고 있다. 하지만, 수량이 많다면 제법 괜찮은 폭포가 될 것 같다.
폭포에서 올라와 범륜사를 지나고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지나니 많은 등산객들이 쉼터에 앉아 쉬고 있다. 쉼터에서 5분을 더 오르니 갈림길이 나왔는데, 그대로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오를 수도 있고, 왼쪽 능선을 올라 까치봉을 거쳐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봄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었는데, 이번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하기야, 4월에 예쁜 꽃을 피웠던 야생화가 곧 잡초이고, 이 잡초들도 봄에는 예쁜 꽃을 피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개복쌍나무를 지나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오르니 의자가 놓여 있는 쉼터가 또 나온다. 이번에는 봄날이 가져온 유기농토마토를 먹으면서 잠시 쉰다. 3일째 산행을 하려니, 다리가 평소와 다르게 무겁게 느껴진다.
5~6월이면 정겹게 들을 수 있는 검은등뻐꾸기 소리에 힘을 내어 까치봉을 오른다. 까치봉에서 북으로는 임진강, 서쪽의 적성, 동쪽의 정상과 임꺽정봉, 남쪽으로 아직은 알 수 없는 봉우리 들과 함께 남동쪽으로 반가운 불곡산이 보인다.
다시 힘을 내어 정상인 설인귀봉을 향해 출발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무거운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정상 바로 아래 넓은 바위에 올라 늦은 점심을 먹는다. 오랜만에 맛있는 김밥을 먹고, 봄날, 함께가자우리와 재미있는 사진을 몇 장 남긴다.
감악산 정상 설인귀봉에는 여전히 군초소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옆으로 설인귀비가 있다. 2003년 산행 때 더불어한길의 설**형이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설인 귀~비"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3년 만에 같은 산을 같은 코스로 오르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설인귀비 옆에 올라 주위를 보니 동쪽으로 마차산이 보인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산이다.
북쪽에서 북서쪽으로 임진강이 흐르는데, 맑은 날에는 임진강너머 북한이라는 나라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을 지나 남쪽에 있는 임꺽정봉으로 간다. 2003년 산행 때는 안부 갈림길에서 우회로로 내려가는 바람에 임꺽정봉을 오르지 못하고, 그만 공동묘지를 지나 신안저수지로 내려가고 말았다. 이번에도 잠깐 헷갈리다가 임꺽정굴 상단부를 지나 임꺽정봉에 오른다. 설인귀봉과는 달리 임꺽정봉 남서쪽은 수십 미터 절벽이다.
양주 불곡산 임꺽정봉과 감악산의 임꺽정봉. 이쪽에는 임꺽정과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만일, 임꺽정이 흉악무도한 폭도였고, 후대에 단순히 소설을 통해 의적으로 미화되었다면 임꺽정과 관련된 지명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가 어떤 체계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부패한 지배세력들의 착취와 수탈에 맞서 싸웠기 때문에 민중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있었고, 그래서 아직도 그와 관련된 지명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어쨌든 해방을 위해 싸웠으니 임꺽정은 큰 형님쯤 될 것 같다.
임꺽정봉을 내려와 암봉을 두어 개 넘어 신암저수지 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부도골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탑골이었다. 탑골은 신안저수지까지 내려오는 동안 등산객을 하나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한적하다. 탑곡을 다 내려와 놓칠 수 없는 탁족으로 산행의 피로를 푼다. 신암저수지를 돌아 신암리 버스종점까지 걸어 나간다. 설마치고개너머로 지고 있는 저녁해가 모내기를 막 끝낸 논 속에도 들어가 있다.
산행지 : 감악산(경기 파주, 양주)
날 짜 : 2006년 6월 6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설마교-범륜사-쉼터-쌍소나무쉼터-까치봉-정상-임꺽정봉-탑골-신암저수지
산행시간 : 6시간(12:45~18:45)
산행참가 : 함께가자우리, 봄날, 맑은물
교통 : 의정부북부역-버스-설마 교(왕복)
[포토 산행기]
[물이 적어 아쉬웠던 은계폭포]
[범륜사 대웅전]
[개복쌍열매]
[쪼끄만 벌개덩굴]
[맛있었던 유기농토마토]
[산벗꽃열매인가요?]
[찌르르륵~~ 울던 산새]
[애기백합이던가?]
[감악산 정상의 설인귀비]
[비석에 대한 실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군요]
[문헌에는 설인귀, 민초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임꺽정굴, 임꺽정이 의적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일까?]
[임꺽정굴]
[다양한 설~들]
[신암저수지, 뒤쪽으로 우뚝 선 봉우리가 임꺽정봉]
[논바닥 속으로 노을 지다]
[쉼터와 까치봉 사이의 전망대에서 남쪽 조망, 400~500미터의 봉우리들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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