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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백산 초원의 하얀 눈 '몽유설산행기' (2024.5.17)
석가탄신일 밤 온대저기압 폭풍이 지나며 백두대간 높은 봉우리에 눈이 내렸다. 설악산 대청봉에 40cm 눈이 내렸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덕유산과 지리산의 설경사진을 보았다. 5월 중순의 많은 눈이 단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기후위기의 신호인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후자에 가깝지만, 호들갑 떨지 말고 기다려 볼 참이다. 날씨가 개는 거 봐서 산행을 하려는데, 불확실한 날씨만큼이나 산행 목적지가 불확실하다. 5월 눈을 볼 특별한 기회를 위해 오대산이나 계방산에 갈까? 푸른 충주호 조망 보러 제천 금수산에 갈까? 철쭉은 조금 이르겠지만 초원 보러 소백산에 갈까?오늘 함께 산행하는 형은 산행초보이고, 부모님 댁에 내려왔다가 산에 가는 거니까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제천 금수산을 선택한다.아침을 ..
2024.05.18 -
아이와 후다닥 다녀 온 북한산 칼바위능선 (2021.2.7)
지난 일요일 혼자 북한산 칼바위능선에 다녀왔더니, 아빠와 같이 칼바위능선에 바위길에 가고 싶다고 한다.'진짜로 가고 싶은 걸까? 그냥 꺼내 본 말일까?' 잠시 생각...일요일 오후, 딱히 계획이 없어 아이와 문필봉에 올랐다, 시간 되면 칼바위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주섬주섬 준비하여 집을 나선다.청수계곡 청수루에서 사람이 적은 내원사 길로 오르는데, 맞은편 형제봉 얼음 골짜기에서 동네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린다."저기 얼음에 놀러 가자고 할까" 했다가, 아이의 계획을 회유하는 것 같이 느껴져, 원래 가던 데로 갔다가 빨리 내려오기로 한다.내원사 가는 길음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아이와 몇 번 다녔던 길이라 정겹다. 특히, 뻐꾸기 우는 계절에 맛있는 산벚찌 따먹으러 왔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참나무 숲을 지..
2024.05.06 -
다시 초록산으로. 하남 검단산-용마산 종주(2024.4.28)
일요일 아침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가족을 데려다주고 5시간 정도 시간이 생겼다. 산행에 딱 맞는 틈새시간이다. 주차 가능한 가까운 산행지를 찾다 3년 전에 갔던 하남 검단산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직 10시 전이지만, 공영주차장 대신 안내받은 하남 벤처센터 주차장은 남은 자리가 몇 없다. 주차장 앞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편의점 옆 등산로로 들어선다. 초록터널 같은 완경사 숲길이 시작되는데, 10분 정도 걸으니 기분이 맑아진다. 그린벨트 같은 환경보호 규제로 산 아래 난개발을 막고 있어, 초록 숲길을 누릴 수 있다. 조금씩 가팔라지던 길은 15분 정도 지나며 급경사가 되지만, 숲 기운을 받아 쉬지 않고 오른다. 유길준 묘역을 지나 계속 오르다 보니, 등산로 옆 나무에 끈끈이 벌레 패치가 많..
2024.04.28 -
힘내라 초록잎 힘내라 진달래, 북한산 산행(2024.4.10)
22대 국회의원 선거 하루 전. 가족회의가 열렸다.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1번, 문수봉 후보 2번, 형제봉 후보 3번, 백악산 후보 제안된 후보들은 선택받지 못하고, 대안으로 제출된 후보 4번 칼바위능선으로 우리 가족의 봄 산행지를 결정했다. 총선 후보를 위한 가족회의가 아니라, 가족 산행을 하기 위한 가족회의가 열린 것이다. 4월 10일 아침에 선거준비와 산행준비를 하고 투표소에 간다.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국립공원 투표소에서 한 표 꾹 찍는다. 두 표가 아니라, 이번에는 딱 한 표만 찍었다. 표 얻자고 멀쩡한 동네 재개발 공약, 난개발 공약 내는 후보를 찍을 수는 없기에 기권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진달래가 한창이고,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진달래 후보와 초록잎 후보가 없는 게 아쉽다. 투표..
2024.04.10 -
잃어버린 여름을 찾다. 단양 석화봉 (2021.8.13)
두 번째 맞는 코로나 시국 여름이다. 더위와 격리에 지친 사람들은 신선한 바람이 있는 자연으로 퍼져나가 심신 면역을 강화해야 하는데, 방역대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속옷처럼 필수가 된 마스크 신화가 가장 큰 문제다. 다음으로 바이러스 간 경쟁(virus competition)에 따른 여름철 유행 경향 변화, 건강한 대다수 시민의 면역우산 효과등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 토론은 언론 권력, 정치권력, 초국적 백신 권력 앞에서 막혀있다. 동료시민들과 소신있는 의사들 의견을 마스크로 틀어막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 한쪽으로 휩쓸린 이 분위기가 바뀌게 될까? '백신 맞고, 휴가 가자' 20세기 전체주의 같은 구호에 시민들은 백신을 맞고 여름휴가를 준비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의미 없는..
2024.02.26 -
10년 만에 폭설. 북한산 눈 보러 가자(2024.2.26)
2024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북한산이 하얀 눈으로 덮인 날에는 산에 가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2월 말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어서 꾹 참는다. 절기로 우수가 있는 2월 세째 주. 장마처럼 며칠동안 비가 오다가 주 후반에 큰 눈이 내렸다. 때 마침, 주말에 1차 시험 목표를 달성하게 되어, 다음날 바로 북한산을 찾는다. 이번 산행은 1차 목표를 달성한 나를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북한산 주능선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싶어 일찍 일어났으나, 컴컴한 밖을 보니 혼자 산행할 마음이 사라진다. 바깥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나와 북한산으로 향한다. 동쪽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고 있는데, 서쪽 하늘은 아직 시커멓다. 북한산 봉우리에서 일출을 보기에는 늦었지만, 서두르면 중간 능선 어..
2024.02.26 -
겨울엔 계방산, 계방산 하는 이유 (2024.1.5)
많은 산행을 했지만, 100대 명산이나 대간-정맥 종주 같은 구체적인 목표 없이 자유로운 산행을 했다. 특정한 산행 목표를 세우면 정기적으로 산을 찾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정 산에 대한 목표는 없었지만, 그 계절 혹은 날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산을 찾자는 느슨한 목표는 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겨울 산행을 제대로 하고 싶어 졌고, 큰 고민 없이 겨울 산행지로 유명한 계방산을 떠 올렸다. 지난해 운두령 도로를 두 번 넘으며, 계방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운두령까지 가는 길이 익숙하기 때문이다.아침 7시 50분 집에서 출발하여 홍천군 내면을 지나 10시 55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쉼터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갓길에 조심스레 주차하고, 겨울 산행 장비 착용을 꼼꼼하게 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
2024.01.05 -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북한산 형제봉 (2023.12.25)
아내와 아이를 크리스마스 모임에 데려다주고 오니 '나 홀로 집에' 있게 됐다. 산행을 하려다 가까운 청수계곡에서 내원사까지 산책하기로 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청수계곡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오전에 눈이 와서 그런지, 산책 나온 가족들도 많고, 등산객들도 많다. 며칠 추운 날씨에 계곡물이 얼음폭포, 얼음고드름 같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려 청수계곡은 백설계곡이 되었다. 그 밑으로는 아직 얼지 않은 물소리가 콸콸 들려온다. 아름다운 청수계곡에 있으니, 내원사 산책대신 청수계곡 지류를 따라 영취사 갈림길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청수 2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가는데, 오후가 되어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아침을 산과 보낸 사람들이다. 추웠던 날씨가 풀렸지만..
2023.12.25 -
궁예의 비밀이 숨어 있는 영월 태화산 (2023.11.3)
영월에서 가까운 제천 금수산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더 가까운 영월 태화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금수산은 해발 1012m, 태화산은 해발 1027m로 비슷한 높이다. 금수산 최단코스는 약 5시간, 태화산 최단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흥교 태화산농장으로 출발한다.(주의: 네비에 꼭 '흥교태화산농장' 검색) 태화산에 가보지 않은 영월 사람들은 많아도, 태화산을 보지 못한 영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화산은 영월읍에서 고개만 들면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고, 유명한 고씨동굴이 바로 태화산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던 산인데, 흥교 태화산농장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럴 수가?' 10여 년 전에 어딘지도 모른 체 흥교마을에 왔다 갔던 ..
202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