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6. 12:13ㆍ북한산특집
지난 일요일 혼자 북한산 칼바위능선에 다녀왔더니, 아빠와 같이 칼바위능선에 바위길에 가고 싶다고 한다.
'진짜로 가고 싶은 걸까? 그냥 꺼내 본 말일까?' 잠시 생각...
일요일 오후, 딱히 계획이 없어 아이와 문필봉에 올랐다, 시간 되면 칼바위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주섬주섬 준비하여 집을 나선다.
청수계곡 청수루에서 사람이 적은 내원사 길로 오르는데, 맞은편 형제봉 얼음 골짜기에서 동네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린다.
"저기 얼음에 놀러 가자고 할까" 했다가, 아이의 계획을 회유하는 것 같이 느껴져, 원래 가던 데로 갔다가 빨리 내려오기로 한다.
내원사 가는 길음 시멘트 포장길이지만 아이와 몇 번 다녔던 길이라 정겹다. 특히, 뻐꾸기 우는 계절에 맛있는 산벚찌 따먹으러 왔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참나무 숲을 지나니 성벽 같은 내원사 축대가 보인다.
내원사 지나며 아이와 함께 산행했던 기억을 서로 꺼낸다.
"저기 샘터 기억나?"
"밤 주으러 6살에 온 거 같은데?"
"전엔 여기 개울에 물 흐를 때 왔었는데..."
"작년 3월에 칼바위 갔다 오다 지은 집(나무) 있을까?'
얘기하며 걷다 보니 힘든 줄 모르고 칼바위주능선에 오른다. 멀리 백운대와 도봉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래 골짜기와 달리 능선은 아직 겨울바람이 차갑지만, 시원한 기분으로 문필봉에 도착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 갈지 칼바위능선 정상까지 갈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칼바위 정상까지 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욕구와 산행능력을 믿고 칼바위룰 향해 출발!
문필봉을 크게 내려섰다가 시작되는 칼바위 바윗길은 가파른 구간이 3단계 정도 된다.
첫 번째 바위와 쇠 난간 15여 미터 구간을 무리 없이 잘 통과한다. 두 번째는 칼바위 바윗길에서 가장 위험한 30미터 정도 되는 매우 가파른 길이다. 오르는 길이라 아이를 앞세우고 뒤따라 가며 안전하게 구간을 통과한다.
이후 두 번 정도 가파른 바윗길 구간이 나오지만, 험한 바윗길에 익숙한 아이는 난간과 바위를 잡고 술술 잘 오른다.
드디어 오늘 목적지 칼바위능선 정상(석가봉)에 오른다.
석가봉은 영하의 기온은 아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어, 체감온도는 영하 5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바람이 얼굴을 차갑게 때리는데도 아이는 춥지 않고 시원하다고 한다. 추워서 감기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이도 이제 추위 판단은 할 수 있을 만큼 컸다.
하산길을 결정하기 위해 아이에게 2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1번은 조금 더 편하고 시간이 짧은 북한산성 보국문-청수계곡 코스.
2번은 올라온 길을 되돌아가는 길.
아이는 칼바위능선길을 거꾸로 내려가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한다. 보현봉으로 해가 가까워지고 있어 하산 시간이 걱정됐지만, 아이의 결정을 존중한다. 바윗길이 위험해 보여도 재미있기는 하지.
올라올 때와 반대로 아빠가 앞에서 바윗길을 안내하며 내려간다. 아이도 가파른 바윗길을 재미있어하며, 손과 발을 잘 쓰며 내려오는데, 운동화라 바닥이 미끄러운 게 조금 안쓰럽다. 지나가는 분이 어린 산악인이 오셨다고 칭찬을 하신다.
문필봉을 지날 무렵 보현봉 너머로 해가 넘어간다. 햇빛이 사라지고 저녁이 되자 문필봉 아래쪽 바람이 더 차다. 내원사길은 편하지만 계곡길이라 더 어두울 것 같아 계속 능선을 따라간다. 마당바위에서 아이와 서울을 내려보며 어린이집 시절 여기 왔었던 얘기를 나눈다.
서둘러 내려왔지만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성북생태숲, 칼바위 통제소를 지난다. 산행을 끝내고 동네 산책 길로 들어서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행지: 칼바위능선 석가봉 (596미터)
날 짜: 2021년 2월 7일
날 씨: 맑음
일 행: 2명 (맑은물, 아이♡)
산행코스: 청수계곡 - 내원사 - 문필봉 - 칼바위능선(석가봉) - 문필봉 -성북생태숲
산행시간: 4시간 15분 (10시 5분~14시 20분)
교 통: 산행입출구 도보 이동
(참고. 청수계곡은 북한산 정릉지구행 버스 다수, 성북생태숲은 1014, 1114번 버스)
[포토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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