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와 계곡 명소가 된 북한산 청수계곡-문수봉 (2024. 7. 19)

2024. 7. 19. 13:51북한산특집

주중 이틀 동안 250mm 정도 비가 내렸다. 수요일 오전 한때 시간당 84mm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비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동네를 오가며 보니 정릉천 물이 많이 늘었다. 이럴 때는 정릉천 상류 청수계곡을 한번 갔다 와야 한다. 또 다른 산행의 명분은 7월 15일에 치른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오후 1시 30분 북한산 정릉탐방안내소를 지나 청수계곡으로 들어서니 우렁찬 물소리가 들린다. 예상대로 청수계곡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활기차게 흐른다. 영취사로 가는 청수 2교를 건너지 않고 50여 미터 직진하면 청수폭포가 있는데, 초록 단풍나무 사이로 가려져 등산객들은 멋진 절경을 놓치고 그냥 지나간다. 북한산 계곡의 수량 변동이 심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폭포가 거의 없지만, 청수폭포는 그중에 멋진 폭포로 손꼽을만하다.

청수폭포를 지나 50미터 가면 만나는 화장실 옆길로 다시 영취사 지류계곡으로 돌아온다. 싱그러운 여름 숲 안에 맑은 공기와 물소리가 가득하다. 약수터와 돌탑을 지나 계곡과 가까운 길로 걷는데, 평소 알던 그 영취사계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폭포와 작은 소, 계류가 이어진다.
영취사 갈림길에서 영취사 방향이 아닌 계곡 물줄기를 따라간다. 처음 보는 약수터로 내려가보니 졸졸 흐르는 물줄기와 상춘천(常春川)이라는 암각글자가 보인다. 늘봄약수터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약수 한잔 마시고 올라오며 생각해 보니 청수계곡 일대에는 유난히 약수터가 많은 것 같다. 일부 약수터는 수질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쇄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약수터가 많다. 수십 년 전 약수터문화는 일종의 동호회 같았을까? 암각자는 기본이고 하나같이 주위를 깨끗하게 관리했던 흔적이 있다.

우렁찼던 물소리가 졸졸 개울 물소리가 되며 점점 작아지던 물줄기는 무명약수터를 지나 끊긴다. 작은 언덕을 넘어 만생천 약수터를 지나 200미터를 더 오르니 보토현능선이다. 잠시 사라졌던 물소리가 보토현 서쪽, 보현봉아래 골짜기에서 들려온다. 홍제천 발원지다. 물소리를 들으니 '평창동 동령폭포 방향으로 내려갈까?' 고민이 들었지만, 오늘은 그대로 직진하여 문수봉까지 오르기로 한다.
일선사-영취사 갈림길에서 오랜만에 일선사 방향으로 향한다. 일선사 마당에는 비에 젖은 물건들이 햇빛을 쬐고 있는데, 사람은 없다. 까마귀와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등산로로 돌아 나온다. 일선사 갈림길 옆 데크에서 칼바위능선을 내려다보기 좋았는데 나무들이 점점 자라 조망을 가리고 있다. 산에서 조망확보 보다 나무가 우선이다.

보현봉 아래 정릉천 발원지로 추정되는 장소는 짧은 다리가 있는 곳 근처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물이 흐르는데, 몇 미터 아래 계곡에는 지하수가 추가로 합류되었는지 더 많은 물이 흐른다. 약 50 여 미터를 더 가면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이 또 나오는데 어쩌면 이곳이 정릉천 발원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발원지 몇 미터 차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청수계곡에서 수십 물줄기가 합류되어 정릉천을 만들고, 청계천과 중랑천을 만나 한강까지 청수로 흐르면 그만이다.

대성문을 통과하여 북한산성 주능선을 따라 보현봉 방향으로 간다. 물소리는 줄어들고 바람에 떠다니는 구름이 많아지니 생각이 많아진다. 산에 가면 무슨 생각을 할까? 산행과 관련된 자연 생각만 할까? 아니면 사회, 인간, 우주와 역사에 관한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을까? 나는 이 생각 저 생각, 산 생각 물 생각, 삶, 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양한 생각들을 한다. 생각을 비우기도 하고, 생각에 사로잡혀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산길을 따라가기도 한다. 삶이나 산행이나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다. 
산성주능선을 따라 보현봉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대남문을 지나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문수봉으로 향한다. 해발 727미터인 실제 문수봉은 출입금지 구역이라, 30미터 앞에 있는 봉우리가 문수봉 대역을 하고 있다. 의상능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지만 대역 역할을 하는 봉우리에서 풍광 역시 거침없이 이어진다. 북으로 백운대, 인수봉이 서 있고, 남서쪽으로 비봉능선이 길게 뻗어 나가고 비봉능선 아래로 구기계곡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보현봉 능선이 볼록하게 서울로 뻗어간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조금 멀리 있는 도봉산, 남산, 관악산은 희미하게 보인다. 시야는 좋지 않지만 바람이 시원하여 까마귀들은 문수봉 주위에서 활공을 즐기고 있다. 

오랜만에 일선사에 들렀듯, 오랜만에 문수사에 들렀다 갈려고 비봉 능선으로 내려가며 문수사 가는 길을 찾아본다.
200여 미터 정도 내려가 봤지만 문수사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문수봉 쪽으로 올라와 대남문으로 내려간다. 문수사를 가지 못한 대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대성암 방향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보국문으로 가기로 한다. 평소에 대성암 방향 계곡은 아마도 졸졸 실개울만 흐를 텐데, 비 온 뒤 대성암 계곡 길은 최고다. 대남문에서 100~200 미터 내려오니 개울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여러 실개울이 합쳐져 대성암 앞에 오니 제법 많은 흐르는 넓은 계곡이 된다. 대성암 안쪽은 문화재 발굴 중으로 출입 금지 지역이다.

일부 산행지도에는 대성암에서 대성문 오르는 길과, 보국문으로 오로는 길이 있지만, 나는 불확실한 길 대신 확실한 길을 택한다. 금위영유영지를 지나 100미터 더 내려가 만나는 백운동계곡 상류 갈림길에서 보국문 방향으로 향한다. 계곡 위쪽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있고, 나무가 밀도 있게 우거져 있어 보국문 오르는 길은 5시가 안 됐는데도 어두컴컴하다. 대성암 계곡과 달리 물이 많지 않은 계곡길을 20분 정도 올라와 보국문을 만난다. 누수 보수 공사는 끝이 났지만, 공사현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보국문에서 청수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익숙한 길이다. 딴생각하며 갈 수 있는 길인데, 이틀 전 호우의 흔적을 살피며 걷는다. 탐방객이 많다 보니 등산로에 인공시설물이 불가피한데, 어떤 곳은 더 많이 파이고, 어떤 곳은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 기암괴석뿐만 아니라 등산로의 흙, 바위 모두 소중한 자연유산이니 공단에서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관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편일률적인 바위계단, 나무 데크, 야자메트 너머 해법은 많을 것이다. 예산이 문제일까?

평소에도 잘 마르지 않는 쌍샘 약수터는 오늘은 소방 호수처럼 물을 뿜어내고 있다. 얼굴과 목의 땀을 씻으니 더위가 같이 씻긴다. 쌍샘 주변은 물소리로 가득 차 있지만, 더 큰 물소리를 따라 내려간다. 칼바위와 쌍샘에서 내려온 물줄기와 정릉천 발원지에서부터 내려온 계곡이 만나는 곳에서 물소리가 더 커진다. 출입금지 구역이 아님을 확인한 후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으로 내려가 본다. 정릉천 발원지 방향 골짜기에서 2미터 높이의 작은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다. 더 위쪽 상류는 출입금지 구역인 것 같은데, 언젠가 정릉천 발원지까지 계곡 탐방을 하고 싶다. 필요하면 국립공원공단 허가를 받고!

합수부에서 **교까지 약 200미터 구간은 계곡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 물길을 따라 내려온다. 산행 초입의 청수계곡, 영취사 지류, 대성암 골짜기 모두 장마철을 맞아 평소보다 큰 계곡이 되어 즐거웠는데, 이곳 넓적 바위 옆 청수계곡 역시 폭포와 계류가 있어 아름답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더 시원하다.

청수교부터 청수계곡은 다시 출입금지 구역이다. 등산로와 청수계곡은 멀어졌다가 휴식터를 지나 돌멩이 하산길을 지나면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졌다가 청수폭포 부근에서 다시 만나서 정릉탐방안내소까지 계곡 옆길을 걷게 된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오늘 청수계곡 골짜기는 물소리로 가득 차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이런 왁지지껄한 자연의 소리는 언제든 환영한다.


산행지: 북한산 청수계곡-문수봉 (727m, 서울 종로, 고양시)
날 짜: 2024년 7월 19일
날 씨: 맑음
일 행: 단독산행
산행 코스: 정릉 청수계곡(영취사 지류)-일선사-대성문-산성주능선-문수봉-대성암-금위영 유영지-보국문-청수계곡 
산행시간: 4시간 20분 (1시 30분~5시 50분)
교 통: 도보 (참고, 정릉 청수장, 110A•B, 162, 143, 1020, 1113번 버스)


[포토 산행기]

주중 폭우가 내린 청수계곡
이틀 뒤 물이 빠진 청수계곡
청수계곡 초입
청수계곡 초입
청수계곡 초입
청수계곡
청수계곡 (청수폭포로 잘못알려진)
여기가 청수폭포
청수폭포
청수계곡
청수계곡 영취사 지류 계곡 (이하 영취사 지류)
영취사 지류 (약수터 50미터 윗쪽으론 출입금지 아님)
영취사 지류, 들어가고 싶다
물소리가 더위를 식힌다
위에서부터 이어지는 계곡
상춘천 약수터 (오른쪽 물줄기)
상춘천 약수터
일선사 대웅전, 뒤로 보현봉
일선사에서 남쪽 조망, 앞으로 형제봉과 백악산
(산행날 아님) 아래쪽에서 본 일선사
일선사 옆 데키 조망대
대성문 전경
산성주능선, 출입금지 지점에서 본 보현봉
산성주능선에서 본 잠자리
청수계곡 전경, 저 푸른 계곡이 맑은 청수계곡을 품고, 정릉천을 만든다
산성주능선에서 본 백운대와 뒤로 희미하게 도봉산
산성주능선, 보현봉 출입금지 구역
산성주능선
대남문에서 본 보현봉
문수봉, 해발 727미터, 앞쪽이 진짜 문수봉
문수봉 정상, 앞쪽은 비봉능선
오른쪽 비봉능선, 왼쪽으로 구기계곡
문수봉에서 본 보현봉
문수봉에서 본 백운대(노적봉, 만경대, 용암봉)
비봉능선 두꺼비바위가 백련산을 내려다 본다
왼쪽 문수봉과 오른쪽 문수봉 대역
두꺼비바위와 구기계곡 너머 보현봉
여기까지 왔다 문수봉으로 돌아갔다. 삼천사계곡이 보인다
문수봉
대성암 내려가는 길
금세 계곡의 모습을 갖췄다
대성암, 문화재 발굴 중, 출입금지
북한산성 안쪽에는 이런 문화재가 많다
금위영 유영지
백운동계곡 본류 직전의 대성암 골짜기 개울
보국문 갈림길 근처 보국사 안내판
백운동계곡 상류. 보국문은 400미터만 가면 된다
보국문 가는 길, 평소엔 말랐을텐데 오늘은 실개울이 졸졸졸
보국문 보수 공사 현장
보국문. 수리는 끝났고 주변 정리 예정
청수계곡 상류 쌍샘 약수터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청수계곡 상류의 민달팽이
비온 뒤 청수계곡 상류, 넓적바위 근처
비온 뒤 청수계곡의 맑은 물
청수계곡, 청수폭포 조망점 100미터 지난 지점
비 온 뒤 북한산 청수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