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초록잎 힘내라 진달래, 북한산 산행(2024.4.10)

2024. 4. 10. 11:01북한산특집

22대 국회의원 선거 하루 전. 가족회의가 열렸다. 어떤 후보를 선택할까?
1번, 문수봉 후보
2번, 형제봉 후보
3번, 백악산 후보
제안된 후보들은 선택받지 못하고, 대안으로 제출된 후보 4번 칼바위능선으로 우리 가족의 봄 산행지를 결정했다. 

총선 후보를 위한 가족회의가 아니라, 가족 산행을 하기 위한 가족회의가 열린 것이다. 

4월 10일 아침에 선거준비와 산행준비를 하고 투표소에 간다.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국립공원 투표소에서 한 표 꾹 찍는다. 두 표가 아니라, 이번에는 딱 한 표만 찍었다. 표 얻자고 멀쩡한 동네 재개발 공약, 난개발 공약 내는 후보를 찍을 수는 없기에 기권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진달래가 한창이고,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진달래 후보와 초록잎 후보가 없는 게 아쉽다.

투표를 끝내고 가족을 만나 벚꽃, 개나리가 피어있는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간식을 챙기지 못해. 혼자 후진하여 간식을 준비하여 아내와 아이를 따라가는데 보이지 않는다. 혹시 다른 길로 갔을까 봐 전화를 해보니 벌써 내원사에 도착해 있다고 한다. 이분 들(아내와 딸), 초반부터 되게 빠르다.
쉬지 않고 오르니 멀리 내원사에서 아내와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40여 일 전 눈이 쌓여있던 내원사에 혼자 올랐는데, 오늘은 예쁜 홍매화가 피어 있다.  
내원사 옆 산길을 따라 칼바위능선에 올라서니 거친 북한산이 내려앉으며 도시를 만난다. 다른 지역은 국립공원 경계를 벗어나기 무섭게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데, 여기는 좋은 규제 덕분에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만난다. 강북구 여야 정치인들은 일부 지주들의 표를 의식해 고층건물을 짓겠다고 난리다. 경관규제, 고도규제가 도시의 난개발을 막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보는데 도움이 되는지 시민들은 잘 모른다. 그 빈틈을 토건업자와 돈을 우선시하는 지주들이 한뜻으로 이 규제를 완화하려고 한다.

**참고. 2024년 5월 1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북한산 고도제한을 완화하고야 말았다😵
 
이 계절에 칼바위능선은 처음인데,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3월의 다소 낮은 기온 때문인지,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올해 진달래는 다른 해 보다 더 진한 보라색이다. 진달래의 고운 빛은 소나무의 검은 밑동과 대비대어 더 빛난다. 문필봉에 올랐다가 내려서 만나는 안부는 항상 물기가 있어 멧돼지가 흔적을 남기는 곳인데, 며칠 비가 오지 않아 바짝 말라있다.  

안부를 지나면 칼바위능선 정상이라 할 수 있는 석가봉까지 암릉길이 이어진다. 난간과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는 아이 얼굴은 진달래보다 밝아진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이와 암릉길을 오른다. 칼바위능선 좁은 바윗틈에서도 잘 살아가는 진달래,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오늘따라 그 생존력이 각별하게 보인다. 

칼바위 정상 석가봉에 올랐더니 다른 때 보다 등산객이 많지만, 사진을 남기고 바로바로 자리를 뜬다. 우리도 잠시 주변 경관을 살펴본다. 북쪽 멀리 보이는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모습은 언제 보아도 경외감이 든다. 
칼바위 정상을 내려와 북한산성으로 올라가며, 아이와 옛 추억을 나눈다. 4년 전 봄, 아이와 둘이 칼바위능선을 넘어 북한산성 아래에서 바람을 피해 김밥을 먹었던 추억이다. 아이도 그때 기억을 재잘거리며 좋아하는데, 나는 마음 한구석에 그때 너무 고생시킨 것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잘해 주고도, 더 잘해주지 못한 마음을 떨쳐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부모의 마음일까?

 
북한산성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보국문 방향이 아닌 반대쪽으로 향한다. 대동문을 거쳐 진달래능선으로 내려가는 게 오늘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북한산성 주변에는 진달래도 많이 피었고, 이른 초록나무잎도 많이 나와있다. 아직 공사가 덜 끝난 대동문 일대는 혼잡하다. 대동문을 빠져나와 진달래 능선으로 들어선다. 바위가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점심 김밥을 먹으며 쉬었다 다시 출발.
 
칼바위능선, 북한산성을 따라오며 이미 진달래를 많이 봤지만, 진달래능선은 확실히 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다. 10여 년 전 봄에도 진달래능선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산행을 했었다는 기억 외에 산세, 등산로, 진달래등 풍광에 대한 기억은 없다. 잊어버린 덕분에 오늘 진달래 능선이 더 색다르고 새롭다.
 
적당히 이어지는 암릉길,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도 좋지만, 진달래능선 오늘의 주인공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노적봉, 백운봉, 인수봉의 풍광이다.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묘사할 언어를 찾을 수 없는 봉우리지만, 오늘은 진분홍 진달래와 어울리기도 하고, 구름이 걷히는 하늘과 어울리기도 하고, 햇빛에 따라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익숙한 북한산이지만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계속 찾게 된다. 

419 기념탑 갈림길 사거리에서 소귀천계곡으로 내려가려 했는데,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진달래능선을 따라 다음 소귀천계곡 갈림길까지 내려왔더니 여기도 소귀천계곡 방향은 폐쇄되어 있다. 미리 안내판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등산객들이 419 기념탑으로 내려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진달래능선 끝까지 내려와 우이동으로 내려가 산행을 마친다. 

진달래, 백운대 풍광, 초록잎 잔상이 기분 좋게 남는다. 


산행지: 북한산 칼바위능선-진달래능선 (서울 성북, 강북)
날 짜: 2024년 4월 10일
날 씨: 흐린 후 맑음
일  행: 3명 (맑은물 가족)
산행코스: 청수계곡-내원사-칼바위능선-북한산성-대동문-진달래능선-우이동
산행시간: 5시간  (10시~15시)
교 통: 청수계곡 (북한산 정릉지구 버스 혹은 경전철 우이신설선), 우이동(경전철 우이신설선 / 서울시내버스)


[포토 산행기]

 

투표소 앞 민심
오리의 파문
늦은 벚꽃
봄이 오르는 보현봉
새잎이 돋아 겨울과 다른 참나무
내원사 도착
문필봉에서 본 만경대, 인수봉
소나무 아래서 활짝 핀 진달래
칼바위능선 진달래
칼바위능선 진달래
칼바위능선도 진달래능선?😀
칼바위능선 진달래, 뒤로 보이는 보현봉
칼바위능선 정상 석가봉에서 백운대 방향
석가봉 내려서며 본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대동문을 지나
진달래능선 진입
진달래능선에서 백운대 방향
진달래능선 진달래
새잎이 돋아나는 진달래능선에서
진달래능선, 진달래와 초록잎, 인수봉
진달래능선에서
진달래능선에서
서있는곳에 따라 다른 봉우리, 다른 진달래가 보인다
소나무, 초록, 진달래
진달래능선
진달래능선 거의 내려 옮, 앞으로 도봉산이 보인다
진달래능선 하부, 소귀천계곡 위로 백운대, 인수봉
벚꽃, 그리고 인수봉
우이동으로 하산 후 만난 어느 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