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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신록에 감춰진 험난한 철마산-내마산 (2023.5.14)
산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여 년 전 '더불어한길'이라는 인터넷 산행 카페 가입이 시작이었다. 그 후로 한길 산행이 항상 최우선이었고, 그다음으로 지역과 직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과 가끔 산행을 다녔지만 낯선 사람과는 산행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웬만큼 친한 상대가 아닌 이상 오프라인 산행은 자칫 침묵 산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문득 '오래전 인터넷 산행 모임과 다를 것이 없는데, 나이를 먹으며 덜 적극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실행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에 산행 안내 포스팅을 했다."주말 철쭉 산행하실 분 모집"평소에 소통을 많이 했던 JH님이 의사를 표현해 주었고, 일요일에 남양주 진접역에서 만나 산행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온라인 ×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접속'이 성사되었..
2023.05.15 -
꽃길과 돌길, 우이동-백운대-청수계곡(2023.4.09)
봄 산행을 떠나고 싶어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3월의 고온현상으로 일찍 피었던 벚꽃이 떨어지고, 초록잎이 나오기 시작하니 산행바람이 난 것 같다. 혼자는 심심해서 아이에게 백운대에 가자고 했더니, 의외로 같이 가겠다고 한다. 토요일 밤, 아이의 마음이 흔들렸으나, 일요일 아침 예정대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경전철을 타고 우이동으로 이동한다. 일요일 아침 우이신설 경전철은 유럽 산악열차와 같은 느낌이 든다. 승객의 90%는 등산복 차림, 고요함이 흐르는 조그만 경전철 안, 타인을 배려하며 소곤소곤 얘기하는 등산객들. 조용한 가운에 활기찬 기운이 흐르는 유럽 산악 열차를 타는 상상도 나쁘지 않다. 상상은 언제나 공짜고, 자유다. 우이역에 내려, 등산용품점으로 가득 찬 상가지구는 예전과 달라진게 없지만, 만남의..
2023.04.09 -
아이와 함께 오른 겨울 선자령 (2023.2.22)
봄이 다가오니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위해 봄 방학인 아이와 함께 선자령에 가기로 했다. 요즘 KTX 강릉선은 인기노선이라,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했다. 11시 넘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진부역(오대산역)을 거쳐,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니 벌써 1시 50분이 넘었다. 산행 시간이 빠듯하다. 서둘러야 한다.대관령에서 선자령 산행 시작점은 세 곳이다. 대관령국사성황사라는 큰 표지판을 지나 현대(HYUNDAI)라는 글씨가 적힌 큰 풍력발전기 옆까지는 같은 길이다.첫 번째 등산로는 풍력발전기 옆 왼쪽 서낭골(?)에서 시작되는 길로, 재궁골을 경유해 선자령 정상에 오를 때 유용하다.두 번째는 풍력발전기 옆을 지나 100미터 더 가면 만나는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
2023.02.22 -
따뜻한 겨울, 함백산 산행 (2023.1.23)
강원도 고향집에서 설 명절을 보내다가 하이원 리조트에 갔다. 가족은 리조트에서 놀고, 나는 산행을 하기로 한다.따뜻한 겨울라 기대했던 것보다는 눈이 적지만, 만항재로 오르니 눈이 제법 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이지만 등산복, 등산화는 있고, 겨울산행 필수 아이템 아이젠이 없다.'200미터 떨어진 만항재 쉼터에 가면 아이젠이 있을까?'소공원 주차장에서 등산화 끈을 묶으며 고민하다 그냥 산행을 시작한다. 소공원 주차장이 해발 1280미터 정도인데, 영상의 기온에 눈이 등산로 눈이 녹아 겉미속미, 겉도 미끄럽고, 속도 미끄럽다. '괜히 그냥 왔나? 다시 만항재 쉼터로 되돌아갈까?' 갈등하다 그냥 직진한다. 함백산이 험하고 많이 걸어야 하면 무조건 내려갔을 텐데, 험하지 않은 함백산이니까 미끄러지면서도 그냥 오른..
2023.01.23 -
겨울비에 녹아 내린 마음, 북한산 형제봉 (2023.1.15)
금. 토 이틀 동안 40mm 넘는 비가 내렸다. 겨울비치곤 많지만, 1월에도 가끔은 많은 비가 내리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일요일 새벽에 내린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하루종일 흐리기만 하다. 3일 동안 햇빛을 멀리한 몸과 마음에 곰팡이가 잔뜩 피었는지 하루종일 움직이고 싶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갈 결심만 하다가 '일요일 오후 3시'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밖에 나가 보니 북한산 중턱까지 짙은 안개가 내려와 있다. 산봉우리 위쪽은 보이지 않지만, 안개사이로 희끗한 눈이 보여 형제봉으로 향한다.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 구간 아래쪽은 비가 내린 흔적이지만, 조금씩 올라갈수록 진눈깨비를 거쳐 눈 내린 풍경으로 바뀐다. 아래쪽에서..
2023.01.21 -
서울산행을 풍요롭게 한 백악산 개방 (2022.4.11)
봄이 됐으니 봄산행을 떠나 볼까? 가까운 산에 갈까? 멀리 떠나 볼까? 봄꽃으로 유명한 산행지를 알아보다가 지난주 언론의 문 대통령 산책 오보로 뜨거운 백악산을 선택한다. 산행지는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언론은 사주 마음대로 보도하면 안 된다. 언론 자유는 언론사 자유가 아니라 권력의 탄압으로부터 자유이고, 책임과 한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직장에 휴가를 쓰고, 평일 낮에 떠나는 산행은 봄꽃 향기만큼 달콤하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부암동 삼거리에 내린다. 유명 에스프레소 카페 뒤 골목길을 돌아 창의문 안쪽으로 들어서니, 지긋한 연세의 문화해설사가 젊은 탐방객들에게 창의문(자하문)에 대해 설명 중이다. '창의문에서 서쪽 백사실 계곡과 홍제천 세검정 저녁노을 색이 아름다워 자하동(紫霞..
2022.12.27 -
눈 내린 북한산 칼바위-문수봉 산행 (2022.12.16)
12월 둘째 주, 첫눈은 아니지만 눈이 제법 내렸다. 아직 쓰지 못한 연차 가운데 하루를 눈 산행에 쓰기로 한다. 눈을 보러 멀리 갈 필요 없이 북한산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면서 청수계곡을 감싸고 있는 능선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대략, 청수계곡-칼바위능선-북한산성 능선-대성문-보토현-형제봉으로 도는 코스인데, 청수계곡을 기점으로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도는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청수계곡은 오늘은 하얀 눈으로 덮혀 고요하다.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은 청수폭포도 오늘은 조용하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실 앞을 지나 내원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무거운 도시를 등에 지고 산으로 오르지만, 무겁지 않다. 나무 가지 사이로 눈 덮인 형제봉..
2022.12.27 -
늦가을 홀로 철마산-천마산 걷기 (2022.11.6)
한 달 전 철마산에서 힘이 느껴지면서도 섬세한 산줄기를 한참 바라보았다. 철마산-천마산을 연결하는 천마지맥인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한번 걷고 싶었다. 마침 한 달 만에 산행 기회가 생겼고, 주저 없이 천마지맥으로 향했다.천마산 정상만 오르려면 남양주 평내 혹은 마석에서 오르는 게 좋지만, 천마지맥을 걷기 위해 오남역에 내려 오남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창밖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도시의 가을풍경이 버스 속도로 지나간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오남읍의 정감 있는 풍경도 곧 사라질 텐데, 빽빽한 고밀도 건물숲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이 보존되는 저밀도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버스에서 내려 근처 편의점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남저수지 옆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한 달 전 하산길의..
2022.11.06 -
정릉 ~ 팔각정 ~ 백악산 ~ 창의문 (2022.10.22)
최근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이 완전히 개방되어 북한산-백악산 연계산행이 가능해졌다. 토요일 아침, 나는 집근처 정릉탐방안내소를 출발하여 백악산까지 가보기로 하고, 정릉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명상의길 입구는 수십년된 참나무 숲인데, 노랗게 물든 참나무 잎을보니 가을이 깊어지는게 느껴진다. 참나무숲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북한산성 능선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오는데, 아침 안개가 청수계곡 골짜기에 내려앉아, 칼바위능선과 북한산성 능선은 희미하게만 보인다.명상의길의 아침 공기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주지만, 내부순환도로에서부터 자동차 소음이 넘어온다. 국민대 뒤 까지는 숲이 우거져 있다보니 아래쪽 조망이 막혀있어 그냥 걷기만 한다. 걷다보면 자동차 소음, 새 소리도 들리..
202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