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피는 북한산 비봉능선-진달래능선 종주(2007.4.8)

2007. 4. 29. 22:18북한산특집

요즘 주중에는 출근과 야근만 있어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다.

마음은 필요한 만큼 일하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살고 싶지만, 현실은 적게 일하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조금 덜 일을 하려면, 그냥 일을 멈춰야 하니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계속되는 야근에 몸과 마음은 피곤하지만,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는 야근을 통해 짧은 시간에 비교적 많이 친해진것 같다.

 

일요일을 맞아 사무실 사람들과 북한산에 오르기로 하고, 아침에 인천 집을 나선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독바위역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3년전 산행 기억을 떠올리며 주택가를 지나 산행 들머리 ** 매표소를 찾는다. 그때는 더불어한길의 '함께가자' '봄날'과 비 온 여름날 산행을 했었고, 지금은 회사 사람들과 화창한 봄날 산행을 한다.

 

3년이란 짧은 시간에 직장만 바꼈지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나, 산이나 크게 변한 건 없다.

매표소를 지나고 부터 진달래가 여기저기 예쁘게 피어있고 연두색 새싹들이 새파랗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야근에 묻혀 계절 가는 줄 모르고 있는 동안, 자연은 자유롭게 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산행 예정시간은 5시간. 족두리봉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북한산성을 지나 진달래 능선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겨우 일주일 비가 오지 않았을 뿐인데 등산로는 바짝 말라 먼지가 인다.

오랜만에 산행을 한다는 회사사람들과 쉬엄쉬엄 오르며 첫 번째 목적지인 족두리봉 아래에 도착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정익은 바위 아래에서 쉬고, 경민과 족두리봉에 오른다. 족두리봉 정상에서는 어디별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독바위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독바위를 내려와 안전한 등산로를 따라 향로봉 옆을 지나 비봉을 향한다.

족두리봉을 지나고 부터는 안전한 등산로와 출입금지 등산로가 구분되어 있는데,  괜한 호기심과 허영심으로 바위를 올랐다가 실족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숫자가 꽤 된다고 한다.

3년 전에는 나도 비봉을 오르다가 미끄러져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지만, 이제는 그런 모험을 택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로 혼잡한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사가 내려다 보이는 한적한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사무실에서는 쬐지 못한 봄햇살을 마음껏 받으며 조촐한 김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생막걸리 한잔으로 힘든 육체를 달래고, 회사에서 못다 한 담소를 나누며 바짝 말라가는 서로의 마음을 달랜다.

 

점심을 먹고 일어섰지만,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는다. 시간에 발걸음을 맞추지 않고, 사람 발걸음에 시간을 맞춰 여유있게 산행을 한다. 세상살이도 시간에 사람이 맞춰지는게 아니라, 느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시간도 돈인 세상에서 그렇게 살기가 쉽지는 않다.

어쨌든 문수봉으로 곧바로 오르는 위험구간 대신 선택한 우회로도 경사가 급해 쉬운 구간은 아니었지만, 쉬엄쉬엄 가다보니 어느새 북한산성 청수동암문에 도착한다. 북한산성을 지나 문수사가 내려다 보이는 문수봉에 도착한다. 아침보다는 날씨가 많이 맑아졌지만, 희뿌연 연무에 가려진 도시는 답답해 보인다.

 

오늘 산행중에 처음으로 정상 봉우리를 밟았다는 정익은 꽤나 즐거워한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즐거웠지만, 혹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업무처리라는 현실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대한적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뜨끔하다.

이제는 북한산성 능선길을 따라 가다가 시간에 맞춰서 하산길을 선택하면 된다. 정릉으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치고, 칼바위능선으로 빠지는 길도 지나 우리가 택한 하산길은 진달래 능선길이다. 진달래 능선길은 2003년 4월초에 더불어한길의 '하나사랑' '모해' '무화과' 등과 함께 지나며 예쁜 진달래에 즐거워했었던 기억이 있다.

 

4년이 지난 시간, 그들은 오늘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북한산성 쪽은 아직 진달래가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하산할수록 더 많은 진달래가 피어서 정익과 경민도 연신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트린다. 오랜만에 긴 시간 산행에 나선 두사람이 지칠 무렵 보광사 옆을 지나 6시간이 넘는 긴 산행을 끝낸다.

몇 년 전 들렀던 덕성여대 앞 해장국 집에서 봄바람에 허전해진 속을 달래고 인천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북한산(서울, 고양시)

날  짜  : 2007년 4월 8일

날  씨  : 구름 조금

산행시간 : 6시간 20분(12:00~18:20)

산행코스 : 독바위역-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대동문- 진달래 능선-보광사

일  행  : 3명( 맑은물, 정익, 경민)

교  통  : 서울 지하철 독바위역 이용, 덕성여대 앞 시내버스 이용


 

[사모바위 지나 승가봉에서 본 의상봉 능선, 가운데 문수봉, 오른쪽 보현봉이다/ 큰 사진 클릭!]
[ 봄을 맞아 도시 한켠에서도 텃밭을 가꾸는 노부부가 있다]
[운석같이 생긴 독바위.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명태? 혹은 도마뱀?]
[족두리봉이 족두리처럼 생겼나요?]
[향로봉 아래의 위험표지판, 우회할 길이 많다]
[생강나무 꽃]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북한산 비봉]
[오늘 산행에 나선 사람들 / 사모바위를 배경으로]
[가까이에서 본 사모바위]
[사모바위의 뒷모습]
[봄을 알리는 산새]
[생강나무 꽃]
[노랑제비꽃 같습니다만...]
[백운대, 노적봉을 배경으로, 미래의 풍력 삼총사]
[진달래꽃 한 송이]
[진달래 능선에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다]
[북한산 진달래 능선의 진달래는 4월 중순 무렵 해서 활짝 핀다]
[봄이 찾아온 북한산]
[자연을 만나 소년으로 돌아간 직장 아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