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15. 01:46ㆍ북한산특집
깊어가는 가을날, 더불어한길 모임에서 함께 산에 몇 번 갔었던 솜다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주말에 일이 있어서 서울 올라가는데, 일요일에 산행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날씨 좋은 가을날 산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누군가로부터 먼저 산에 가자는 말을 들으니 너무 좋아서 주저할 것 없이 산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일요일에 산을 찾게 되었다.
솜다리 사는곳이 남쪽 지방이라 멀지 않은 북한산으로 가기로 하고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구파발로 떠난다. 몇 년 전 가을에 구파발을 지나 북한산에 오르려다가 산행객들이 너무 많아 구파발역에서 한참 기다렸다는 무용담 아닌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구파발에 도착했는데, 오늘도 북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있다. 도토리를 줍지 말자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을 잠시 지켜보다가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뒤에서 합류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다행히, 등산객 수송 임시 버스가 배차되어 많이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은평뉴타운 공사현장을 지나 북한산 입구에 내린다. 불과 몇 분 거리인데도 도시를 벗어나 상쾌한 가을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맑아진다. 솜다리와 산 입구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천천히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덥지도 싸늘하지도 않은 가을 날씨에 계곡에는 가족들끼리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 북한산성 대서문으로는 많이 다녀 봤지만, 북한산성 계곡길을 따라 오르는 건 처음이다. 솜다리는 북한산성 계곡 입구가 설악산 비선대 부근을 연상시킨다며 좋아한다.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북한산성 마을을 지나, 보국문으로 올라가는 백운계곡 갈림길을 지나니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다. 등산로 옆에 있는 대동사를 지날 무렵, 염초봉 부근에서 산악사고가 났는지 구조대 사람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암벽 부근을 이리저리 수색하는것이 보인다. 북한산은 결코 쉬운 산이 아니고 바위가 험한 산인데, 도시 근처에 있다 보니 산악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계곡이 끝나고 된비알이 나오는데, 북한산 깔딱고개라 불러도 될 정도로 급경사 구간이 이어진다. 하지만, 산 중턱을 넘어서면서는 곱게 물든 단풍을 더 느끼고, 힘든 것을 느끼고 싶지 않다.
깔딱고개 마지막에 나무와 고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오늘의 1차 목표 지점인 위문에 도착한다. 백운대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를 엄두가 나질 않고, 그렇다고 우이동으로 바로 내려가기에는 아쉬움이 남고 해서, 백운대 아래 너른 바위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일단 오른다.
비록 북한산 정상은 아니지만, 남쪽 북한산성 능선과 계곡, 북쪽 인수봉을 바라보며 쉬기에는 딱 좋은 장소다. 산을 좋아하는 솜다리는 북한산은 처음 올랐다고 한다. 백운대 아래쪽과 인수봉에서 암벽 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20대 때 암벽 타던 생각이 나서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아직 암벽을 타고 싶어 하고, 암벽에 가슴이 설레는 마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결국 백운대는 오르지 않고 위문을 돌아 내려와 북한산성 방향으로 발걸음이 옮긴다. 만경대 아래에서 바라보는 백운대의 위용은 더 멋져 보인다. 같은 등산로를 가고 있는 중년의 부부는 이 길이 힘들다, 힘들지 않다로 계속 티격태격하는데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서로 정말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연인들이 사랑싸움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노적봉을 돌아 용암문까지 왔는데, 북한산에 처음 온다는 솜다리를 위해서(?) 북한산성 구간을 좀 더 걷기로 한다. 옛날 북한산성의 지휘통제소였던 동장대를 지나 대동문에서 하산을 시작한다. 대동문에서 소귀천계곡길이나 진달래 능선 길도 좋지만, 오늘은 아카데미하우스 방향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몇 년전 12월,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산행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올랐다가 미끄러지며 내려갔던 추억이 있는 길인데, 한참 내려가 협곡에 도착하니 그곳을 지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계곡이 크지는 않지만, 협곡이고 암반이 많아 여름에 수량이 많을 때는 제법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주위가 어둑어둑 해질 무렵 아카데미 하우스를 지나 산행을 끝내고,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500미터 정도 걸어 내려오니 버스종점이 있다. 버스종점 옆에 큰 나무가 지붕을 대신하는 집에 들어가 오랜만에 운치 있는 하산주를 마시고 솜다리는 대전으로 떠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북한산 (백운대 836.5m 서울, 경기 고양시)
날짜 : 2007년 10월14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북한산성 입구 -대동사 -위문 -백운대 아래 전망대-위문-용암문-대동문-아카데미하우스
산행시간 : 5시간 40분 (12:10~17:50)
동행 : 맑은물, 솜다리
교통 : 전철 구파발역-버스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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