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3. 00:21ㆍ북한산특집
지난 12월 초. 겨울의 입구에서 찾았던 북한산, 겨울을 보내고 봄의 입구에서 다시 도봉산을 찾았다.
일요일 아침, 게으름을 피우다 집에서 늦게 나왔는데, 늦게 나오니 오히려 날씨가 포근하고 좋다. 2년 전에 더불어한길 사람들하고 왔을 때는 회룡역에서 길을 몰라 아파트 옹벽 옆으로 해서 겨우 회룡사 계곡을 찾았지만, 오늘은 쉽게 산행들머리까지 도착하여, 회룡사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회룡사 아래쪽 계곡은 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아 흐르는지 주중에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제법 물이 흐른다. 아직은 완연한 봄이라 하기에는 이른 날씨지만, 계곡에 물이 흐르니 보기는 좋다. 지금은 회룡사 계곡물이 농사일과는 상관없는 곳이 되었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눈이 녹은 물이 흐를 때 이 물을 가두어 벼농사를 준비했을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똑똑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라, 단지 어떻게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겨울 내린 눈은 겨울 내내 얼어있다가 봄이 되면 녹고, 그 눈 녹은 물이 봄 농사의 근본이 되었던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자연과 공생하던 시대는 원시시대가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 일이다. 언젠가 돌아갈 수도 있는......
회룡사 계곡을 보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자, 사람들의 눈에는 망상에 지나지 않겠지.
이른 봄, 회룡사 계곡을 나홀로 오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혼자 산을 찾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혼자 산에 오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다. 겨우내 움츠려 있다가 두 달 만에 산행에 나서 쉬지도 않고 능선까지 올랐더니 심장이 터질 듯 쿵쿵 거린다.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면 송추계곡, 북쪽은 사패산인데, 오늘은 남쪽 방향 도봉산 포대능선길을 선택한다.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 옆도 지나고, 질퍽한 비알길도 지나며 통신대에 오르니 사방 시야가 시원하다. 북쪽 사패산부터 의정부, 수락산, 노원구, 북한산, 송추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많지 않아 통신대에서 바로 하산하려다가 통신대와 도봉산 정상 사이에 있는 Y-계곡을 내려서는데, 이곳이 오늘 산행의 백미였다. 포대능선이 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바로 이곳 Y-계곡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주 산행 초보만 아니면 로프와 바위를 잡고 조심해서 산행을 하면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구간으로, 적당히 스릴이 넘치는 구간이다.
Y-계곡을 지나니 곧 신선대 아래까지 왔다. 서쪽 산너머로 해가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낮이 많이 길어져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신선대 근처에는 야생 고양이도 있고, 까마귀도 살고, 새들도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서인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온다. 자운봉 아래쪽 그늘진 곳은 아직 빙판길이라 조심조심해야 한다.
도봉산 정상 자운봉, 대략 5~6년 만에 오른것 같다. 몇 년 전 1월 초에 신년산행으로 되게 추운 날 올랐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추위를 잊으려고 일부러 험한 산길을 뛰어다녔던 기억.....
정상을 내려와 하산을 시작한다. 올라갈때도 봤던 표지판이지만, 북한산 국립공원에는 600개의 등산로가 나 있어서, 산이 조각조각 나있다고 한다. 고속도로와 국도 때문에, 국토가 조각조각 나 있어 섬 아닌 섬이 되어 있는데 북한산도 그렇다니, 웬만해서는 북한산을 찾지 말던가 해야겠다.
기네스북에 오를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산이라니, 자랑스러워할게 아니라, 좀 절제하는 게 도리가 아닌가 싶다. 샛길 이용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주위가 조금 어두워질 무렵 하산을 끝냈는데, 산 아래는 시끌벅적 흥겨운 놀이판이 펼쳐져 있다. 남에게, 자연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시끄러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산바람을 쐬고, 산기운으로 몸과 마음을 충전했더니 에너지가 넘친다. 산 기운으로 충전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가 된것 같다.
산행날짜 : 2009년 3월 8일
산행지 : 도봉산
날 씨 : 맑음
산행시간 : 4시간 (14:00 ~18:00)
산행코스 : 회룡역 - 회룡사 - 갈림길 - 통신대 - Y계곡 - 신선대 - 하산 - 도봉산역
일 행 : 단독산행
교 통 : 대중교통 서울 지하철 이용 (회룡역 / 도봉산역)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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