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와 터널 계획으로 위기에빠진 북한산 구하기(2009.7.19)

2009. 8. 2. 14:43북한산국립공원

토요일 진보신당 영등포 당원들과 강촌으로 수련회를 갔다. 일요일 아침, 조금 피곤했지만 강촌에서 7시 20분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달려간다. 오늘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백악산 관통터널 반대를 위한 산행을 하기 때문이다.

 

청량리에서 산행 출발지인 이북5도청을 향해 출발하는데 어찌 머피의 법칙처럼 뭔가 꼬이기 시작한다.

종로 3가에서 환승하려다가 전철이 안 와서 15분을 기다리고, 교보빌딩 앞에서 탄 버스는 이북 5도청이 아닌 상명대로 가고, 지갑에 현금이 없는데 자동인출기는 보이지 않는다. 상명대에서 세검정을 거쳐 자하문터널 방향으로 걷다가 현금을 찾아 겨우 이북 5도청 가는 버스를 탄다. 이북 5도청에 도착했더니 함께 산행하기로 한 일행은 떠나고 없다. 서둘러 계곡을 따라가다 보니, 구기계곡이 아닌 비봉능선 가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되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비봉을 향해 오른다. 한여름 습한 숲길을 따라 오르니 땀이 흘러내리지만, 다행히 계곡 옆으로 세수할 곳은 많다.

 

예전에 위험 안내판만 있던 비봉은 이제 입산금지구역이 되어있다. 우회로를 따라 비봉을 지나고, 사모바위를 지나 문수봉을 향해 쉬지 않고 걷는다. 문수봉 아래 갈림길에서는 위험한 릿지길 대신 우회로를 선택한다. 북한산성 청수동암문을 지나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문수봉 정상에 처음으로 오른다. 발 아래 수십 길 낭떠러지 일 텐데, 보이는 것은 하얀 안개뿐... 안갯속에서 사람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만이 들려온다.

 

안개바다를 뒤로하고 대남문 지나 대성문에 도착해서 먼저 도착해 있는 진보신당 사람들을 만난다. 케이블카 반대,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하고 북한산을 지키기 위한 산행인데, 이 무더위에 무려 40여명의 당원들이 참석하였다.

함께 모여서 점심을 나눠 먹고 보국문까지 산행을 하기로 한다. 대동문에서 북한산성 오르막길 대신, 아랫쪽 숲길로 가는데 험한 구간이 나온다. 아이들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모두 무사하게 통과한다.

보국문에서 이번 산행의 의의와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의 현황, 백악산 관통도로에 대해 짧은 산중 강연을 듣는다.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등의 주요 봉우리에는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없지만, MB 정부에서 자연공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이를 통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가 허용된다면, 강북구의 영봉, 고양시 원효봉, 오봉, 심지어 백운봉까지 줄줄이 케이블카 설치시도로 한바탕 갈등을 치르게 될 것이다. 결국 순리대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기고, 자연을 지켜내겠지만, 쓸데없는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북한산 뿐만 아니라, 설악산의 안산, 대청봉, 지리산의 노고단, 제석봉에도 케이블카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되어 있고, 동식물의 생존공간인 설악산 서북능선 끝자락 안산에 사람들이 몰아친다면, 그곳이 훼손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우리 미래를 위해 물려주어야할 자연유산이 돈과 표를 위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있다. 최소한의 자연에 대한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정부와 지자체장, 의회를 차지하니, 개발세력이 더 설치고 있다. 그 상징이 되고 있는 케이블카 계획은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반듯이 막아내야 하지 않을까?

 

다음번에는 더 많은 준비를 하여, 케이블카와 백악산 관통도로를 꼭 막아내기로 결의하고, 진보신당 당원들은 은평으로, 성북으로 서로 갈 길을 찾아 헤어졌다. 나는 종로 당원, 녹색위원회 사람들과 대동문을 거쳐 강북구의 구천폭포골로 하산한다. 겨울에 이 길로 내려갈 때 계곡 물이 많을 때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물이 많은 구천폭포골은 강원도 깊은 산골 부럽지 않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 계류를 만들며 하산길의 눈과 귀가 심심하지 않게 해 주었다. 물소리도 시원하고, 초록 숲도 시원한데, 차가운 물에 세수하고 잠깐 발을 담그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짧은 물놀이를 끝내고 아카데미 하우스로 내려와 산행을 끝낸다. 다음 산행에는 케이블카와 관통도로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산행 : 북한산 (문수봉-북한산성)

날짜 : 2009년 7월 18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이북5도청-비봉-사모바위-청수동암문-문수봉-대남문-대동문-구천폭포골-아카데미하우스

산행시간 : 5시간 45분 (10 :45~16: 30)

일행 : 단독 (케이블카와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사람들 40명)

교통 : 대중교통 이용


* 디카를 두고 가는 바람에 사진이 없습니다.

 진보신당 사람들이 찍은 사진 몇 장 빌려다 씁니다. 

[강북구에서 추진중인 케이블카, 동장대, 영봉쪽인데...저게 허용되면, 원효봉도, 오봉도 다 설치할테지]
[북한산 뿐만 아니라, 설악산과 지리산등 현재 20여곳이 넘는 곳에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북한산 독바위-비봉쪽으로 하나, 북악산 아래로 하나, 2개의 터널이 예정되어 있다. 북한산 터널 반대의 대안은? 자가용을 고집하는 한 대안은 없다. 함께 살기 위해, 전철, 경전철을 고민하다]
[종로 당원님이 찍은 구기계곡 사진 - 물이 많아서 북한산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하, 진보신당 게시판에 녹색특위장님이 올린 사진 빌림 - 보국문에서 ]
[진보신당 당게 펌 / 보국문에서 - 2]
[ 진보신당 당게 펌 / 녹색특위 사람들]
[진보신당 당게 펌 / 함께 지나는 어려운 길]
[진보신당 당게 펌 / 북한산 청수계곡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