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반대를 위해, 북한산 백운대에서 1인시위를 하다 (2009.10.15)

2009. 11. 30. 21:57북한산특집

휴가가 아닌 평일에 산행을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었다.
9월 초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살고 있어서, 평일에 산행을 할 여건은 갖춰졌는데, 자유인에 익숙해지다 보니 선뜻 배낭을 메고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산에 한번 가야지!' 타령을 하고 있었는데, 평일에 산행할 기회가 생겼다.

 

설악산, 지리산등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업자들의 탐욕, 환경을 지키기는커녕, 케이블카를 부추기는 환경부에 맞서 시민, 산악인, 환경단체 활동가, 진보정당 당원들이 국립공원 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진보신당 녹색위원회에서도 참여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명분으로 오랜만에 산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평일 아침 8시.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뒤로하고, 우이동에서 진보신당 강북협의회 김일웅 위원장과 서울시당 녹색위원회 황혜원 당원을 만난다. 북한산의 아침 숲길로 들어섰더니 가슴속에 피톤치드 폭포가 생긴 기분이다. 새벽에 내린 비 덕분에 숲은 더 신선한 기운을 뿜내고 있다. 산행 초입 참나무들은 아직 푸르러서 여름에 가까웠지만, 영봉 갈림길이 있는 하루재에 오르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제법 많아졌다.

하룻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볼 수 있는 인수봉의 위용은 대단하다.  우뚝 서 세상을 내려보는 인수봉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멋진 모습이다.
인수산장을 지나 오르는 길에는 밤새 내린 비에 단풍잎이 바닥에 깔려 있다. 레드카펫은 아니지만, 붉은단풍잎이 깔려있는 멋진 길이라면 다리에 쥐가 날 때까지 걸어도 될 것 같다. 산 중턱 이후로는 사랑에 빠진 마음처럼 마음보다 더 붉게 단풍잎이 타오르고 있다. 케이블카 반대 산행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잊고, 가을 분위기에 빠져서 걷는다.

백운산장에 들러 1인 시위를 위한 피켓을 받아 들고 백운대를 향해 출발한다. 위문을 지나 백운대를 오르는 동안 등산객이 한명도 없다. 설마 했는데, 백운대 정상에도 등산객이 한 분도 없다. 평일이긴 하지만 산행하기 좋은 가을이라 등산객이 없을 수는 없는데, 새벽에 비가 내려서 이른 아침 산행객은 없는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백운대 정상에서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피켓을 들고 함께 오른 두 분과 번갈아 1인 시위를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1인시위가 아닌 아름다운 백운대의 풍광을 마음에 담으며, 우리의 의지도 담는 시간이다. 오전 시간, 백운대의 가을은 새벽에 내린 비 덕분에 청명한 기운이 살아 숨 쉰다. 이런 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1인시위라면 1년 내내 기꺼이 참여하겠다. 달리 생각하면, 이런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환경부와 한나라당 구청장,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일부 상인들, 지주들도 돈을 위해 케이블카 유치를 희망한다는 소문이 있다. '아이고 이 사람들아, 황금알을 낳는 거의의 배를 갈라라. 차라리.'

인수봉, 사패산, 수락산 등을 지긋이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등산객들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평일 오전에 산을 찾을 정도의 등산객들은 분명 산을 많이 사랑하는 분일 테고, 케이블카 계획을 적극 반대할 것'이라는 기대대로 등산객들은 케이블카 계획을 적극 비판하신다. '돈만 아는 사람들의 행태! 얼마나 더 망치려고? (망가지는 것은) 안 봐도 뻔한 일.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 안 했으면 하는 일(70세 어르신)' 등등 케이블카 설치가 말도 안 된다고 한 마디씩 하신다.

1시간 넘게 1인 시위를 마치고, 평소 산행 때 찾기 힘든 백운대 주변 곳곳을 내려가 본다. 위험하지 않은 동북쪽 길로 백운대를 오르지만, 자세히 보니 남쪽 암릉 길도 있고, 서쪽 암릉 길도 있다. 위험한 구간이라 평소에는 접근이 쉽지 않은데, 백운대 아래로 갈 수 있는 곳까지 조심조심 내려간다. 백운대에서만 보던 풍광과 다른 각도로 백운대, 인수봉, 북한산 능선들을 다양한 풍광을 감상한다.

1인 시위는 10시부터 12시까지 계획이었지만, 12시가 넘으니 뒤늦게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온다. 우리는, 30분을 더 연장해서 북한산 케이블카 계획의 무모함, 설악산,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을 등산객들에게 알린다. 백운대 아래 너른 바위에서 시민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하산한다.

백운산장에 다시 피켓을 맡기고 올라왔던 하룻재로 내려간다. 하룻재에서 케이블카 정류장 설치계획이 있는 영봉에 올라가기로 한다. 하룻재에서 200m라는 이정표의 진실성에 의심을 가질 만큼 하룻재에서 영봉 구간은 짧지만 경사가 무척 급하다. 백운대 오를 때보다 더 힘을 내어 영봉 정상에 오르니 인수봉의 위용이 더 엄청나 보인다. 북쪽으로는 도봉산이 가까워졌다.

 

우이동을 바라보며, 케이블카 공사 상황을 상상해 본다.

우이동에서 영봉 구간 곳곳에 나무를 베어내고 철탑을 세우고 영봉 머리를 깎아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케이블카 아래에 큰 나무들은 정기적으로 가지치기 당하겠지. 케이블카 운행 소음은 시끄러워서 산행 장소가 아닌 유원지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 우이동에 땅을 가진 사람들 일부는 돈을 벌고, 훼손된 북한산은 후손들에게 떠넘겨지고... 어쩌면 자연재해까지.

그런 상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도 황금알(자연이 주는 유익함)을 낳고 있는 것이 북한산인데, 더 많은 황금덩어리(여기서는 돈)를 얻자고 거위배를 가르려 하다니!

찹찹한 마음으로 영봉을 내려와 하룻재를 거쳐 도선사 주차장으로 쭈욱 내려간다.

도선사 아래 아스팔트 포장길은 시민들의 무릎 건강에 좋지 못하고, 도선사를 오가는 차에서 뿜어대는 매연도 심각할 텐데 개선이 안된다. 과연 도선사 신도들은 뭇 생명을 생각하고 있을까?

도선사 오르는 길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복원은 불가능할까? 아니면 찻길을 축소하여, 등산로를 내고 불자들의 차량만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우이동으로 내려와 8시간에 걸친 긴 산행과 1인 시위를 함께 한 황혜원 당원과 김일웅 강북 당원과 간단한 뒤풀이를 하고, 케이블카 반대 산행을 끝낸다. 북한산 케이블까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행동은 계속된다.


산행지 : 북한산 백운대 (서울)

산행날짜 : 2009.10.15

날씨 : 맑음

산행시간 : 8시간 30분 (08:00 ~16:30) , 케이블카 설치 반대 1인 시위 포함

산행코스 : 우이동 -하룻재 -백운산장 -백운대(1인 시위) -위문 -하룻재 -영봉 -하룻재 -우이동

동행 : 맑은물(본인), 김일웅 (진보신당 강북 당협 위원장), 황혜원(진보신당 서울 녹색위원회 위원장)

교통 : 서울시내에서 우이동 가는 버스 다수


[포토 산행기]

[그들의 존재가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산의 주인일 뿐]
[아직 초록숲이 우거진 북한산의 가을]
[인수봉 전경, 위로 올라갈수록 단풍이 들었다]
[도토리는 내 거예요!]
[단풍숲 터널 통과하고~]
[레드카펫 보다는 레드 낙엽길을]
[아름다운 단풍을 친구 삼아~]
[바위구간을 지나~]
[바위 공룡 옆을 지나~]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 중인 맑은물]
[백운대 전체 모습 / 위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 중인 진보신당 당원]
[케이블카 설치 반대 시위중인 진보신당 강북의 김일웅 당원]
[백운대 위에 등산객들이 좀 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북한산은 지키고 지켜야죠]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진보신당 당원들]
[뜨거운 열정을 가진 붉은 단풍]
[평화로운 초록세상을 꿈꾸는 초록 단풍]
[북한산 계곡 일대, 바로 앞 노적봉과 저 멀리 의상능선]

 

[뒤쪽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인 영봉 능선인데.... 산림청장님은 케이블카 반대 안 하고 뭐하세요?]
[백운대(바로 아래)에서 바라본 북한산 전경]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케이블카 설치 반대 시위 중인 김일웅 당원]
[여기는 북한산 망경대 인 듯....]
[영봉에서 바라본 송추로 이어지는 골짜기]
[북한산 영봉에서 바라본 강북구 일대]

 

[북한산 영봉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뒤쪽으로 살짝 백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