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와 함께 한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산행(2009년 10월 18일)

2010. 1. 6. 10:55북한산특집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환경부 장관이 MB정권 개발에 면죄부를 발행하는 부서로 전락하고 있다.

 

케이블카 기업의 로비와 일부 주민들의 로비가 있었음이 분명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환경부라면 당연히 반대의견을 내고, 국립공원의 자연을 다음세대에게 넘겨줄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환경부마저 개발주의 중장비의 부속품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장, 국회의원들까지 합세하여 지역발전 운운하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사실은 지역주민들을 이용해 먹는 가짜 지역개발론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수십 년 동안 이어온 개발 만능주의가 멈추지 않으니 참 안타깝다. 

 

어쨌든, 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지난 월요일(10.12)부터 '국립·도립·군립공원내 관광용 케이블카 반대 전국대책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등에서 국립공원케이블카 설치 반대 1인시위가 시작되어, 나도 주중 수요일 북한산 백운대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오늘은 일요일을 맞이하여 지난 일주일동안 1인시위에 동참했던 여러 단체가 함께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이다. 마침, 평소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실천을 해오던 가수 겸 방송인 이현우씨가 산행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일요일 아침, 지난 달에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산행을 했던 정릉매표소 입구에 도착한다.

국립공원을지키는 시민의 모임, 생태보전시민연대, 녹색연합,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회원들이 이미 많이 모여있다. 지난 7월과 9월, 케이블카 설치반대 산행에 나섰던 진보신당 당원들이 오늘도 주축이다. 매표소에서 간단히 각 단체별로 소개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현우 씨는 캐주얼복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는데, 수 많은 인파 중에서 빛이 나는 듯하여 바로 알아볼 수 있다.

 

북한산 아래 계곡 쪽은 아직 단풍이 들지는 않았지만 서늘한 산 공기에서 가을이 느껴진다. 그러잖아도 훼손이 심한 북한산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것에 많은 우려를 했지만,  정릉코스에는 산행객들이 많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다.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만장을 들고, '케이블카 반대' 몸벽보를 하고 등산객 수에 연연하지 않고 쉬엄쉬엄 북한산길을 오른다. 산 중턱쯤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고운 붉은색의 단풍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사진촬영장소가 되었다.

 

가파른 길을 올라 도착한 북한산성길은 완전한 가을이다. 대동문 근처에서 준비해온 점심을 나눠먹고, 준비한 '케이블카 반대' 카드섹션을 하며 가을 등산을 하는 시민들에게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계획을 알린다. 굳이 반대를 설득하지 않아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북한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건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하시리라는 믿음이 있다.
연세 드신 산행객들이 많아 선글라스를 낀 이현우 씨를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현우씨를 알아본 등산객들은 많이 반가워하고 같이 사진도 찍는다. 대중음악인(방송인, 연기자)은 공인이니까 공인에 맞는 반듯한 모습, 발언을 기대하지만 사실 공인이 나섰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이버 테러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서 이현우씨 행동은 멋지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무엇보다 용기 있게 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행동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준비한 카드섹션까지 마치고 목적지에 따라 여러갈래로 산행팀이 나뉜다.

이현우 씨는 케이블카설치 반대 1인시위를 하기 위해 백운대 방향으로 가고, 진보신당 당원들은 백운대로, 동장대로, 케이블카 설치계획이 있는 영봉으로, 은평구 북한산성계곡 쪽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때가 되면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것처럼 이현우 씨와 진보신당 당원들이 바라는 세상이 같을 수는 없고 결국 다른 곳으로 가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길을 가며 한순일지라도 그는 나의 동료, 친구가 되었었다. 그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가다 보면 그는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다시 만나겠지.

 

예전 같았으면 당원들과 함께 하산하여 뒤풀이에 참가했을 텐데, 이번에는 초가을 숲처럼 싱그럽고 매력적인 모습의 친구와 함께 산을 갔기 때문에, 당원들과 달리 칼바위능선으로 향한다. 칼바위능선에 오르니 형제봉능선과 북한산성능선, 백운대, 도봉산까지 북한산 국립공원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1000만 서울 시민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북한산은 멋진 산이고 큰 산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맑은 가을 공기 덕분에 햇살에 반짝이는 한강과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 하산을 같이하는 친구도 북한산에서 이렇게 시야가 좋은 모습은 처음이라고 한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비집고 들어와서 그런지, 함께 산행하는 친구 때문인지 유난히 가슴이 설레고 콩닥콩닥 두근거린다. 오전에 출발했던 정릉매표소를 뒤로하고 산행을 끝낸다.

 

평소 산을 좋아하여서 이번에 국립공원케이블카 설치 반대행동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내일부터는 산이 아닌 새로운 직장의 사무실로 출근할 예정이다. 지난 한 달 보름을 넘는 기간 동안 "자연과 타협하기"를 고민했지만, 이제 "현실과 타협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지 않은 미래에 자연과 화해하고, 자연과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겠다. 오늘 산행한 친구와 함께^^


산행지 : 북한산 (서울)

날짜 : 2009년 10월 18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정릉-북한산성-대동문-칼바위능선-정릉

산행시간 : 6시간(10:10~16:10)

일행 : 진보신당 당원들 & 녹색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생태보전시민연대, 가수 이현우 씨

교통 : 서울 지하철, 버스 이용


[일반인(?)과 외모가 다르긴 다르군요. 빛현우?]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나왔지만, 아쉽게 산행은 함께 못함]
[북한산 케이블카 반대 깃발을 들고 산행을 하는 분들]
[자연은 이미 적록동맹, Red-Green Alliance]
[그림자 동맹?ㅋㅋ]
[단풍이 참 곱죠잉?]
[붉은 단풍]
[여러 가지 빛깔의 단풍이 더 예쁘다. 사람의 생각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
[환경, 동물을 위한 부탁을 잘 들어주는 현우씨]
[별로 유명하지 않은 진보신당의 등자보를 한 현우씨, 저것 때문에 당원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후문이..^^]
[케이블카 반대!! 좋아요]
[환경파괴를 막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당신 삶(생명)에 대한 대안이 있소?]
[NO 케이블카 대신, 케이블카 싫어!! 시민모두 케이블카 반대. 이런 게 나을 듯]
[생명에 대한은 없습니다. 자연에 대안은 없습니다. 적정량만 인간이 활용하고, 자연-동물 함께 살아요 ]
[카드섹션 퍼포먼스 중에도 계속 함께한 현우 씨]
[가운데 선글라스 낀 분은 에너지기후연구소에서 노동자들의 기후변화 대책등을 고민하고 있는 김현우 씨. 오늘은 투현우 ]
[칼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 일대, 백운대, 노적봉, 인수봉, 망경대가 한눈에... 뒤로 도봉산과 저 멀리 사패산까지~~]
[칼바위능선에서 풍광. 백운대부터, 도봉산을 넘어 수락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