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6. 17:14ㆍ북한산특집
지난 몇 년과 달리 올 장마는 6월 말부터 시작되어, 장마답게 비 오는 날이 많았다. 오랜 장마 끝에 '맑음'이 예보된 7월의 어느 휴일, 나비, 새림과 함께 북한산 우이령을 넘기로 했다. 옛날 서울 사람들이 양주 땅 송추를 갈 때 넘던 옛길이 우이령인데, 군사독재 시대에는 간첩 덕분에(?) 아스팔트가 깔리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고, 최근에는 개발주의에 반대하는 시민들(우이령길 사람들)의 개발반대로 아스팔트로 덮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옛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우이령이 2009년부터 하루 1000명씩 제한된 손님을 받고 있다.
나비와 함께 집을 나서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새림을 만난다. 새림은 주중에 예약확인서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돌발상황 발생이다. 자칫 탐방안내소까지 갔다가 되돌아 올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예약이 되었으리라 믿고 탐방안내소까지 가기로 한다.
우이령길은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훼손의 위험에 놓여 있었다. 우선, 강북구청에서 추진하는 우이동-영봉 케이블카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린파크호텔터에 들어설 파인트리라는 고급빌라촌 건설계획도 최근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우이령을 지켰던 시민들이 뭉쳐서 대응하고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우이령 입구의 MT촌은 시민들의 편의와 휴식을 위해 어느정도 인공시설 설치를 허용한다고 해도, 우리령길 계곡 상류까지 들어선 음식점은 은평구 북한산성 구역처럼 조금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른 국립공원의 계곡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탐방객들의 접근을 막으면서, 이곳은 대형식당들이 마치 자신들 것처럼 계곡에 물놀이터를 만들고, 식당 이용객들만 사용하게 해 놓았는데도 행정당국의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이 의아하다.
우이동 입구에서 식당촌을 벗어 나는데 20여분을 걸었고, 500여 미터를 더 올라가면 우이령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예약 확인서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예약 확인이 되어 다행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서 흙길이 시작된다. 길 양옆으로 숲이 우거져 우이령 옛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우이령 고갯마루까지 가는 길은 그동안 다녔던 북한산 정상을 오르는 길, 북한산성 길, 도봉산 능선길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사람들의 삶과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길이지만, 지금은 그 어떤 길보다 자연과 가까워진 길이 되어 있다. 우이령길에서 바라본 북한산 영봉은 백운대 쪽에서 바라본 것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백운대 방향에서 보면 영봉은 그저 작은 봉우리에 지나지 않지만, 우이령 쪽에서 바라보면 제법 거친 산세를 가진 훌륭한 봉우리이다. 저 영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북한산은 시끌벅적한 유원지가 될 것이고, 산속의 동식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장마가 그친 우이령길 7월 여름햇살이 뜨거웠지만,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 앉아 쉬며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여름 산답게 매미와 풀벌레, 산새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7월이라고 까치수염과 나리꽃도 피어나기 시작하고, 어느새 산딸기도 빨갛게 익어있다.
우이령 고갯마루에는 군사시설이 아직 남아 있는데, 그 옆에 우이령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 한번 읽어 본다.
고백하건데, 간단한 한자말인 우이령(牛耳嶺)이 소귀고개 인 줄을 처음 알았다. 그동안 북한산 소귀천계곡을 여러 번 다녔으면서도 우이동하고 소귀를 전혀 연관 짓지 못하고 그저 고유명사인 줄만 알았던 것이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서 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되지만, 오르막길이 험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리막길도 평범한 시골 고갯길 같다. 참나무 숲을 지나고 만나게 되는 전망대에서는 도봉산 오봉과 한북정맥 양주 구간을 볼 수 있다. 도봉산과 북한산이 감싸고 있는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기 시작하고, 도봉산 오봉은 보는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도봉산과 북한산의 험한 봉우리와 달리 오봉 아래로 이어지는 넓은 골짜기는 부드럽기만 하다.
야생동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군부대 유격장을 지나면, 이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가끔 군부대와 사찰의 차량이 지나고 있다. 길 아래 계곡은 어느새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지만, 내려 갈 수는 없다. 길가의 산딸기는 어렸을 적 하굣길 산딸기만큼 달콤하지는 않다.
군부대 초소를 지나 우이령 송추탐방지원센터로 나온다. 마침 국립공원경계를 벗어나자마자 새림의 친구가 있어, 물 좋은 그곳에서 계곡에도 들어가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저녁이 되어 아쉬움을 안고 구파발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우이령 옛길을 직접 갔다오니 짧은 산책하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 이게 모두 예전에 열심히 우이령길을 지킨분들 덕분인 것 같다. 인터넷에 글쓰기로 고마움이 전달될 수 없겠지만, 참 고마운 분들이다. 하루 탐방객 1000명은, 우이령이 삶의 터전인 동물들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우이령길을 걸으며 자연에게서 받은 즐거움을 그곳의 동물, 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은혜를 갚는 방법이 되겠지.
산행지 : 우이령옛길 (서울, 경기도 양주)
날짜 : 2010년 7월 11일
날씨 : 맑음
코스 : 서울 우이동-우이령길-양주 송추
소요시간 : 3시간 (11:30 ~14:30)
일행 : 나비, 맑은물, 새림
교통 : 우이동, 송추 (서울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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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령에서 만난 나무]
[우이령 입구]
[초여름의 꽃, 개망초]
[걷기 좋은 길, 우이령]
[우이령 길의 머루]
[우이령에서 바라본 영봉, 백운대에서 바라본 모습과 달리 멋진 산봉우리다. 저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7월의 초록단풍]
[우이령에서 만난 꽃, 뭘까?]
[여기는 우이령을 넘어 송추로 내려가는 길이다]
[잠자리]
[개망초와 벌]
[나리는 나린데, 무슨 나리?]
[우이령 송추 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봉]
[까치수염이 피기 시작했다]
[유격장에서 바라본 오봉, 올챙이 같다]
[송추 탐방 지원 센터 앞의 북한산 계곡]
[송추탐방지원센터, 북한산 계곡]
[보기만 해도 시원한 북한산 계곡물]
[희귀한 새라서 찍었는데... 물총새인가요?]
[물총새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시원한 북한산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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