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4. 16:32ㆍ산행일기
화창한 봄 햇살이 외로움을 깨우는 4월 말. 풍력회사로 옮긴 후 매일 야근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목련이 떨어지고, 벚꽃도 길바닥에 휘날린다. 올해 마음먹었던 진달래 산행도 못하고 4월이 지나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고 안타깝다.
진달래 개화 절정이 지났지만 뒤늦게라도 진달래를 보려고 회사 후배와 함께 진달래 명산 고려산을 찾았다.
인천을 벗어나 별 문제없이 강화도에 들어섰으나, 고려산 입구는 초행길이라 조심스럽게 찾아간다. 강화읍내를 지나 고인돌이 있는 하점면에 도착해 보니, 뒤늦은 진달래 구경에 나선 차들이 길가에 길게 늘어서 있다. 진달래가 유명한 산이라서 그런지 서울 근교의 어떤 산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
고려산 초입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길게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흙길이 보였지만, 처음 온 산이라 그냥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콘크리트 길로 오른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길 옆으로 노란 양지꽃이 피어있다. 사람들 발 걸음을 잘 피하고 있다. 산 아래쪽 진달래는 이미 색이 바래고 있다.
백련사까지 한참을 걸어 오르는데, 평소 약해 보였던 후배는 생각보다 끈기 있게 잘 걷는다. 백련사를 지나고부터 시작되는 산길은 콘크리트 길보다 가파르지만 흙길이라 걷기는 더 좋다. 연초록 새순이 맑은 느낌을 주는 나무를 발견하여, 그 아래에서 쉬며 점심을 먹는다. 잠깐 앉아 있었더니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진다.
점심을 먹고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니, 사라졌던 콘크리트 길이 다시 나타난다. 다른 길이 없어 포장된 길을 걷다보니 옆으로 연못이 보인다. 강화도 고려산에 있는 5개의 연못 중 하나인 오련지다. 그 옆으로 오련지 안내판이 있는데, 무려 고구려때 만든 연못이라고 한다. 정상을 향해 오를수록 강화도 북서쪽 구릉에 위치한 마을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서해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오늘 날씨가 좋아 조망이 좋다.
길을따라 계속 오르니 연분홍, 진분홍 진달래 군락지가 그림처럼 화사롭게 펼쳐져 있다. 남자 둘이 오르는 산행이지만 아름다운 진달래 꽃밭은 설레고 흥분되는 멋진 광경이다. 예쁜 진달래 모습을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으며 오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는 동쪽, 남쪽, 서쪽 조망이 모두 뛰어나다.
여기저기 솟아 있는 해발 400~500미터의 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려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낙조봉, 남쪽으로 마니산, 혈구산을 추정해 본다. 너른 길을 따라 옆 봉우리까지 내려가니 진달래가 바로 옆에 피어있다. 1주일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화사롭게 피었었다는 등산객들의 대화가 들린다. 이보다 더 예뻤다면 정말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분홍 진달래 천국에서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직은 세상과 함께 살아갈 날이 많기에 하산을 시작한다. 콘크리트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무릎과 발목 보호를 위해 북동쪽 능선으로 길을 갈아탄다. 청련사 갈림길을 지나 한적한 숲길이 이어져 좋다.
어느정도 내려가다가 다시 콘크리트 길을 만나고, 주차장으로 되돌아 오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간이음식점에 들른다. 기대하지 않고 시킨 잔치국수 맛이 일품이다.
정상까지 이어져 있는 콘크리트 길을 따라가면 정상에 금방 갔다 쉽게 내려 올 수 있지만, 재미없는 산행이 된다. 주요 등산로에서 벗어나면 여유를 즐기며 더 많은 것을 보는 산행할 수 있다. 작은 깨달음이 생긴다.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려고 아둥바둥대지 말자는 것이다. 주류에 편입되려고 열심히 달려봤자 발목만 아프다. 내 방식대로 다르게, 다양하게, 의미있게 살면 된다.
산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곶돈대에 들렀더니 석양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될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이 보게 되었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어선이 지나가고 새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역사유적만 생각하기 쉬운 강화도의 자연도 참 아름답다. 사람의 손이 덜 묻어서 아름답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강화도였다.
산행지 : 고려산 (436m, 인천광역시 강화군)
날짜 : 2007년 4월 28일
날씨 : 맑음
산행시간 : 4시간 40분(13:10~17:50)
산행코스 : 고인돌 주차장 -백련사 입구 -백련사 - 고려산 정상- 정상 옆봉- 정상- 청련사 갈림길- 주차장
일행 : 정민, 맑은물
교통 : 인천-강화 자가용 이용
[포토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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